붓꽃 독백 -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새벽 4 시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뒤척이었다.
결국 황금 같은 한시간을 허송하고 잠을 못 이루고 일어나야만 했다.
부서로 배정된 첫날 30분 일찍 도착했다. 모두가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 어떻케 처신을 해야
할지 싶은 첫날 부서의 보고회를 참여하고 중국계인 부서의 총교육 담당자와 함께 그녀의
사무실로 갔다. 첫과제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부서의 전문교육 시험이었다. 자그마치
90문제 2시간 동안 풀어야 하고 80점을 맞아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떨어지면 기회는 단한번 더 주고 그래도 못붙으면 고용을 확정 지었어도 직장에서 퇴출이란다.
긴장과 초조와 불안은 이루 말로 다 할수 없었다. 첫번째 시험을 보노라니 많은 내용이 우리
직장에서는 다루지 않은 것들로 당혹스러웠다. 합격 커트라인이 80점 인데 불행하게도
63점 이었다. 할말이 없었다. 총책임자 사무실로 교육관과 함께 가고 상담결과 공부를 할
기회를 줄테니 오후에 두번째 마지막 기회의 시험을 치루어도 좋으니 가서 공부 더하라고
지난해 7월에 나를 인터뷰한 매니저 아이다의가 말을 하였다.
다시 말린 사무실로 돌아와 입안이 타들어가고 피를 말리는 시간의 연속 가운데 틀린 분야를
전체적으로 다시 복습하고 또 복습하고 긴장과 초조감으로 소피를 두번이나 보고 점심도 굶고
오후 1시반에 두번째 시험을 시작했다. 다시 재검하고 제출하고 채점하고 결국 100문제에서
커트라인 80점을 넘어 87점으로 합격 하였다는 교육관 말린의 말과 더불어 다시 매니저 아이다
사무실로 동행하였다. 내일부터 정식으로 부서에서 수습을 시작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은
피곤할테니 어서 집에 가서 쉬라고 하여 내일 아침에 만나자고 한다. 하여 발길을 옮겼다.
찬바람을 맞으며 주차장에 도착후 차안에서 잠시 상념에 잡혀 앉아 있었다. 문득 지옥을
갖다온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더 많이 나를 일깨워주고 가르쳐준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알고 있다. 머리속이 쥐어짜는 느낌으로 너무나도 많은 정보들이 들어 있어서
다른 생각들이 비비고 들어갈 틈도 없다고 생각했다.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교통지옥을 지나 아빠한테 도착하니 왼일로 얼굴이 불그스럼하게 상기되어 계셔서 열이라도
있나 하고 걱정이 앞섰다. 다행이 괜찮으셨다. 얼굴을 쓰다듬어드리니 오른쪽 손을 주먹을
쥐시면서 치려는 시늉을 하신다. "아빠 나야, 누군줄 알고 그래 아들이라니까. 뭐 다른
사람인줄 알고 그랬어 아빠. 그래도 사람치면 안돼요. 아셨지요". 저녁식사 봉양해드리고
면도 해드리고 틀이 닦아 다시 끼워드리고 피곤하고 피곤해 일찍 뒤돌아왔다.
돌아와 복습하고 있는 중이다. 저녁식사는 간단히 있는 것으로 요기하고 오늘 하루 배운 것을
정리하고 내일의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충전을 하고 있다. 남보다 앞서 간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힘들다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해내지 못하면 패배다.
새로 전문서적을 주문해놓고 아이에게 받아 놓으라고 전화로 연락을 해주었다.
언제나 이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뒤를 돌아다 볼수 있을지 오늘은 나도 누군가로 부터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늙은이 공부하고 직장 적응 하자니 힘들다.
그것도 그럴것이 남들이 다 가고 싶어하는 선망의 직장을 갔으니 기대치가 다니던
직장보다 훨씬 몇배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자니 공부해야 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세상에 거저되는 일은 결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