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참사랑 그리고 인생의 의미

붓꽃 에스프리 2013. 7. 23. 18:56

 

 

 

Tchaikovsky - Piano Concerto No. 1

Mariinsky Theatre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 Valery Gergiev

Daniil Trifonov (piano)

Carnegie Hall (New York, USA) 11.10.2011

 

 

어저께는 근무중에 전화벨이 울려 열어보니 멀리 다른 도시에 사는 이 미국 땅에서

유일하게 내가 이 사람은 참된 인생의 친구다 라고 할 수 있는 단 한명의 동생이자

친구이자 둘도 없는 지기인 P로 부터 안부전화가 왔었다. 근무중이라 퇴근하게 되면

전화를 하여 달라 하고는 끊었다.

 

퇴근후 아버지께 전화를 하니 껄껄 웃으시면서 받으시기에 아버지 지금 모시러

가니 아무 것도 하시지 마시고 그대로 나오시라고 말씀드리고 모시고 와서

그대로 늘 아버지와 즐겨 가는 소박한 중국식당에 가서 아버지가 항상 즐겨

드시는 자장면은 평소처럼 곱빼기가 아닌 보통으로 하고 대신 요리를 하나

주문하였다. 일단 먼저 아버지께 닭고기와 새우중 어는 것을 좋아하시나

여쭤 보았다. 그것이 맞는 순서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나의 어른이시다.

 

'아빠, 오늘은 짜장면은 곱빼기 하지 마시고 요리를 드셔요.

그런데 아빠, 닭고기 하고 새우중에 어떤 요리를 시킬까요? '

 

'새우를 시키려무나....'

 

'네 아빠 그렇게 할께요.

 

그리고 깐뽕새우와 보통 삼선 짜장면을 주문하였다.

깐뽕새우가 먼저 나와 뜨겁고 아삭 거릴 때 아버지와 아들은 저녁식사를 시작하였다.

 

'아빠, 이거 뜨거우니 찬찬히 잘드세요.'

'그래 알았다.'

 

요리를 맛나게 아버지와 저녁으로 맞추고 나온 짜장면을 먹기 시작하였다.

언제나 맛나게 무엇이든지 드시는 아버지 이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건강하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순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많다 싶으면 요리를 먼저 드셨으니 일부러 다 잡수시지 마세요.

우리가 못다 먹으면 지불한 음식이니 싸갖고 가면 되니까요.'

 

얼마를 드시고 조금 남기셨다.

웨이츠레스에게 더기 백을 두게 갖다 달라 하였다.

하나는 아빠 것 다른 하나는 내것으로 갖다 준 더기 백에 잘 넣어 뚜껑을 덮고

우리 두 父子는 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 왔다.

 

배가 불러 카우치에 앉아 쉬시는 아버지 다리를 주물러 드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런 두런 나누면서 전날 세상을 떠난 한 영혼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살아서

서로가 잘해야 마땅하고 서로는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말씀드리니 가만이 듣고 계셨었다.

 

그리고 밤이 깊어 늘 그렇듯이 아버지 팔 부축여 방문 앞 까지 모셔다 드리고 발길을

돌려 돌아오니 밤늦게 P로 부터 전화가 왔다. 문득 나이든 누군가를 치료를 해주다

생각이 난 사람이 바로 붓꽃이라 아침에 전화를 하였던 이유라고 하였다.

 

어떻게 그렇게 노인들에게 잘 할 수 있느냐며 그 원인을 알고 싶다고 하였다.

늙으면 누구나가 보살핌과 사랑이 필요하지 않겠니 하고 늙으면 누구나 외롭다

말을 하였다. 그 고독과 외로움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통화중에 중년의 친구가 하는 말

 

'P,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어디가 아프던지 하면 내가 당장 쫓아 갈거야.

이것은 진심이야.'

 

''그렇게 생각해주니 진심으로 고맙다.

호홉이 멈추면 우리의 인생은 끝이란다. 하여 살아서 서로가 잘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디 그러니 다들 살기 바쁘고 하다 보면 서로는 서로를

생각 못 할때가 얼마나 많으냐.

 

'P,

언제 휴무인지 내가 노는 날이면 올라가면 만날께..."

 

'예야, 그런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마음이 내키는 날 언젠가 만나게 되면 만나면

되지 않겠니 마음의 부담을 갖을 필요는 없다. 오랜 세월을 두고 깊이 맛이든 우정이

어디 가겠니 늘 너는 내 영혼 한 가운데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너를 단 한순간도

살아가면서 잊은 적은 없다. 잘 자거라 그리고 늘 그렇듯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너를 아끼고 사랑한다.'

 

'P,

나 역시 늘 사랑하며 잊지 않고 있어 그런줄 알고 살아가...

 

'고맙다, 굿나잇 '

 

이렇게 오랜 세월을 두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가 전화를 해왔던 간밤이다.

 

아버지는 곤히 그 시간에 주무셨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주의 첫근무를

맞추고 돌아와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니 어제 저녁식사후 남긴 것을 데워 드시겠다

하셔서 그것은 내일 아침에 드시고 내일은 아들이 쉬는 날이니 그러시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당장 모시러 갈테니 저녁에 고등어나 굽고 무우채 나물 만들고 하여

저녁식사를 함께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아빠, 아들 내일 휴무니 쓸쓸하게 혼자 저녁 드시지 마세요.

당장 갈테니 내려 오세요.'

그리고 수화기를 내려 놓고 당장 달려가 모시고 돌아왔다.

 

부지런히 부엌에서 무우채 썰어 볷고 나물을 만드는 동안 아버지는 시장하셨는지

아니면 심심하셨는지 김을 몇장 과자처럼 드셨다. 그런 스스럼 없으신 아버지가

바라보기에 감사하며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저녁을 따듯하게 준비하여 아버지와 함께 저녁식탁에 마주 하고 앉아 고등어

가시 발려서 살만 아버지 식사 위에 올려 드리고 꼬옥 꼬옥 씹어서 잘 잡수시라

말씀드리며 아버지 이야기 경청하고 맛나는 코다리 무우 조림 밥 위에 올려 드리고

잘 잡수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하는 순간이 한없이 소중하였고

하나님께 허락된 시간을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귀하고 귀한 아버지 이신가. 그런 아버지를 운명처럼 모시고 살아가는

이 현실이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가슴을 에이는 인생의 아픔과 고난과 시련과

역경을 겪고 헤쳐나온 삶 자체를 생각하면 더욱더 내 인생 중년기에 허락된

아버지는 더없이 소중한 분으로 나는 하루 하루 생각하며 살아간다.

 

아버지는 근엄하시고 엄격하시어 늘 독일병정 같으시다고 이 아들이 농을 하면

빙그레 그저 웃으신다. 그런 아버지 세월이 흐르면서 알면 알수록 속정이 누구 보다

깊으신 분이시다. 세상에 법이 없이도 살아가실 분이요 순수하시고 지성적이시며

맵고 끊으시며 한없이 착하신 어른이시다.

 

정과 사랑을 표현하시는 방법은 우리처럼 서양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살아온

사람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르시다. 아들이 아버지 팔 부축이고 다니는 것을

기쁘고 즐겁게 생각하신다면 그것이 아버지가 이 아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시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연노 하셔서 만 90세 이시지만 지금도

유도나 역도를 한 사람 같은 골격과 뼈대를 갖고 계시고 피부가 팽팽하고

팔과 얼굴과 목 이외 주름살이 없으시다. 자기관리를 잘하신 결과로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버지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함께 할 수 있는 귀한 인생여정의 시간이

애틋한 모습으로 채색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