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Mad House/광란의 집

붓꽃 에스프리 2018. 9. 19. 08:53




- 알래스카 -



간밤 아빠 저녁 식사를 봉양해드리러 가니 112호 A베드에 사는 치매환자인 할머니가 122호 

B베드에 사는 경상도 할머니 윌췌어에 앉아서  몸을 늘 앞으로 숙여 발을 만지고 하는

이상한 습관을 갖고 다른 치매 환자 할머니가 곧 자빠질것 같아 약을 주는 간호사와 

그 모습을 목격한 나는 놀래서 윌췌어와 그 환자를 잡으러 가는 찰라에 112호 치매환자

할머니가 122호 치매 환자 할머니 윌췌어를 확 밀어버렸다.


우리 두 사람이 간발의 차이로 그 순간을 놓쳐 윌췌어와 할머니가 정면으로 동시에 같이

고꾸러져 사람을 불러 윌췌어 잡으라고 하고 약주는 간호사 그레이스 하고 나는 같이 

바지 뒤 허리대를 잡고 겨우 윌췌어에 앉쳤다. 이를 어뻐랴 오른쪽 눈텡이가 탁구공

보다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당장 얼음 찜질 하라고 시키고 옆에서 얼음으로 문지르고

눌러주며 왜 늘 그렇게 숙이고 사녀고 하니 경상도 할멈 꼬박 꼬박 그 정신에 말 대답을

하길래 참새가 죽어도 짹 이라더니 가만이 있지를 못하고 말 대답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웃으워 죽겠단다.수간호원이 엑스레이를 주문하고 사고경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난리가

났다.


경상도 할멈을 맡은 담당 간호사 네스터가 달려와 얼음을 다시 문지르고 한지 20 - 30분이

지났을까 부어 오른 부위가 가라 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아침에 가니 그눈이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었다. 112호 그 문제의 할멈이 다시 누군가를 밀치려고 난리를 치고

있었고 아빠 병실 건너 아빠 스파우스가 머무는 127호에 145호에 있는 할멈이 방문한다고

와서 쌈박질을 하고 물컵이 엎지러져 방이 물로 바닥이 난장판이 되고 치고 박기 직전

이었다. 소리를 질러 제압을 하고 간호사들을 불렀다. 최고 책임자 간호부장이 달려왔다.


112호 A 베드 환자를 퇴원시켜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해줬다. 아빠 때문에 요양원을

방문해보면 하루 같이 속을 썪이지 않는 날이 없다고 다시 알려주었다. 다른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니 그래야 할것 같다고 한다.


어저께 저녁에는 아빠 하고 같은 방에 있는 그토록 말썽 피우고 말도 많은 이북출신으로

브라질로 이민 갔다 가 온 이북 늙은이 아들 딸과 마누라 까지 티비를 틀어 놓고 한국 

대통령 문재인이 이북을 갔는 데 북한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다나 뭐라나 중계방송을 

시청하는지 우리 누구네 집이 저근처 어디라면서 치매걸린 늙은 미친 늙은이가 난리굿을

치고 있었다.


하루에도 숫자도 셀수없이 가래침도 아닌 침을 정신병으로 아무데고 뱉고 화장실을

매 몇 십초마다 드나들고 복도로 나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는 정신병을 갖고 있는 

늙은이 밤이 되니 그 여운으로 그러는지 도무지 안정을 못찾고 얼마나 난리를 치던지

티비 발륨은 올려놓고 몇번을 줄이라고 해야만 했지만 들어먹지를 않는다. 생전 그런

일이 없는 데 아빠가 어둠숙에 초롱 초롱 샛별처럼 눈을 뜨고 계셔서 얼마나 웃읍기도

하고 한편 화가 나기도 하였다. 이러고 나면 이 미친 늙은이는 아침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을 자고 밤이면 난리굿을 친다.


요양원에는 모든 늙은 인생들이 집합되어 있는 곳이다.

별의 별 인생을 다 살아온 사람들 천차만별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황혼을 맞이하는 그런 집 이다.

그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루에도 말로 다 못한다. 그안에서도 사랑의 로망스도 때론 피어나고 

희비일색이다. 별의 별 가족들이 다 있고 별의 별 인생들이 다 있고 천층만층 구만층이다.


우리 아빠 같이 곱고 영혼 맑게 학자로 일생을 사시다가 더는 세월 앞에 어쩔수 없어 그 자리에

서있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아빠의 여섯 자녀들 처럼 제 부모를 거의 방관하는 수준에 놓고

지들 할짓 다 하고 어느날 문득 생각나면 일년에 몇번 얼굴 내밀고 마는 인생들도 수없고 매일

하루 같이 제부모 안타까워 찾아 오는 사람도 있고 모든 규정을 무시하고 가족을 요양원에서

마음대로 데리고 나갔다가 돌아오겠다고 하는 무대뽀 인간들 부터 이루 다 말로 할 수가 없다.


이제 시간이 되어 아침결 아빠 한테 다녀와 잠시 잠을 청하고 크로상으로 아침 요기를 하고

이제 다시 저녁 시간 아빠 저녁식사 봉양해 드리러 간다. 이것이 나의 휴가의 전부다.

그래도 아빠가 내곁에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외국 여행을 가지 못하고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지금 당장 보지 못한다 하여도 묵묵히 이 순간에 순응하며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다른 많은 해외 한국인들 처럼 한국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전혀 없다. 내가 살아가는 현실도 

아니고 그 문화에서 살아가고 있지도 않고 다만 내가 살아가는 현실인 우리 미국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내가 뼈를 묻어야 하는 나라도

내가 살아가는 현실 미국이란 사회요 나라이며 한국에 연고자도 물론 없고 한국은 다만

모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수없는 해외 한국인들 그리고

모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들의 인생여정과 다름을 확인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