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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붓꽃독백 - 쇼스타코비치의 회색 빛 우울 그 위로와 안식

붓꽃 에스프리 2009. 1. 10. 22:56

    

 

 말년의 쇼스타코비치 

 

흘러간 시간도 잔인하고 추억도 잔인한 이 계절 문득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들이

음산한 날씨와 더불어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영혼의 기슭을 파고든다.

쇼스타코비치란 이름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 즉 시대와 체제의 음울함 그 고독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성장한 가정환경과 사회환경과

문화배경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 다름은 경우에 따라서는 한 개인과 개인 사이에 같은 사물과 정황이나 상황을

놓고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에 커다란 차이를 불러오는 근본적인 요인과 원인이

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원하든 원치 않든 갈등과 번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쇼스타코비치 하면 안경 너머에 경직된듯한 차가우면서도 예리한 이지와 지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스탈린은 1953 3월에 죽었고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은 12 17일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의 지휘로 구소련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이

초연을 한 작품이다.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와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관계는 특별하여 모든 쇼스타코비치의

작품가운데 특별히 교향곡은 거의 다 독수리 같이 매부리 코를 갖고 있었던 구 소련은

물론 현재 러시아 교향악단의 대부와 같았던 므라빈스키에 의하여서 거의 다 초연되었다.

하지만 1957년에 작곡한 심포니 11번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을 지휘하던 친구 예브게니

므라빈스키로 부터 초연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당하였다.

 

그 후 두 사람의 우정은 끝을 맺고 말았고 교향곡 11번은 USSR Symphony Orchestra

와 우크라이나 출신의 지휘자 Natan Grigoryevich Rakhlin에 의하여서 초연되었다.

 

 

안경너머의 뭔가 그 이상하리만치 예리한 시선이 전해주는 쇼스타코비치는 그의

딸 갈리나에 의하면 결벽증 내지는 완벽주의자였었다. 우울과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예민한 나머지 또한 상처받기 쉬운 성격의 소유자였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15개의 교향곡과 15개의 현악사중주곡과 6개의 협주곡을 다른 많은 작품과 더불어

대표적으로 남기는 업적을 남겼다.

 

신고전주의 악파의 프로코휘에후와 스트라빈스키의 영향을 초기에는 많이 받았다면

후기에는 낭만파적인 작곡가인 림스키-코사코프와 말러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1938 5 10일 레닌그라드에서 출생한 쇼스타코비치의 두 번째 자녀인 아들

Maxim Dmitrievich Shostakovich 역시 아버지의 전철을 밟아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을 하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후 뉴올리언즈 교향악단과

홍콩 교향악단 등을 지휘하다 다시 모국 러시아로 돌아갔다.

 

아들 맥심이 모스크바 음악학교를 졸업하는 19세에 아버지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Piano Concerto No. 2 in F major, Op. 102를 아들을 위하여 작곡하였고 아들은

그 곡을 처음으로 연주하는 영광을 얻게되었다. 최근 아들 맥심은 아버지의 전체

교향곡 15곡을 체코의 프라하 교향악단과 녹음을 하는 대 유업을 완성하였고

그의 아들 즉 쇼스타코비치의 손자가 되는 Dmitri Maximovich Shostakovich

역시 할아버지 쇼스타코비치와 아버지 맥심 쇼스타코비치처럼 피아니스트로서

3대째 음악가 가문의 혈통을 이어가고 있다.

 

본래 쇼스타코비치의 아버지 쪽 할아버지는 쇼팽의 나라 폴란드 출신으로

러시아로 이주한 역사를 갖고 있다. 2006 9 25일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아들인 맥심 쇼스타코비치의 지휘로 프라하 교향악단의

협연으로 같은 해 29일에 체코의 Supraphon사에 의하여 총 열 개의 CD

발매되었고 20세기에 가장 쇼스타코비치 다운 작품으로 인정받는 녹음이다.

 

일찍이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쇼스타코비치로부터 음악교육을 받은

아들 맥심의 아버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음악적이며 예술적인

해석이 깊이 있게 담긴 녹음이란 전문가들의 촌평이다.

 

회색 빛 우울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주고 위로하여 주는 곡이라면

아마도 현대 20세기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단연 가장 음울하고

절망으로 가득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논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극과 극을 조명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스탈린 전체주의 철권통치

체제와 통치자들에게는 한편 부르조아적인 서구의 낭만과 영향을

받은 곡으로 체제의 비판 대에 올랐던 시대의 슬픈 운명과 마주하고

있었다면 반면에 가장 많은 공로상을 받은 작곡가 이기도 하였다. 

 

이 모두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깊은 휴머니즘을 작품에 담아내고

체제와 시대의 불의에 항거한 지성인이요 시대정신의 사표이며

위대한 20세기의 작곡가로서 쇼스타코비치의 예술혼과 시대정신과

지성인으로서의 양심을 생각하게 되는 새해벽두와 겨울이란

계절의 상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안개 낀 어둠이 내린 텅 빈 겨울거리 그리고 때로는 홀로 극복하여야 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흐르던 휴머니즘의 역류가 가져다 주는 깊은 마음의

상처와 아픔과 절망과 우울 그 회색 빛 위에 한줄기 위로와 안식을 가져다 주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들 특별히 10번의 1악장 모데라토의 격렬함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촛불 하나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위로와 행복이며 안식이다.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그동안의 회색 빛 시간들 이었다.

 

 

모스크바 소재 Novodevichy 공동묘지 내의 쇼스타코비치 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