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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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올해 마지막 연중 휴가

붓꽃 에스프리 2021. 12. 25. 20:11

어저께 출근길은 억수로 겨울비가 내려 고속도로 운전을 하며 참 조심해야만 했다.

각 부서마다 요즘 들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결근을 하니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코로나 감염으로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부터 크리스마스에 이어 새해맞이 까지

결근들이 잣을 것 같다. 여하튼 조용하고 고요한 그런 날이었다.

퇴근길 억수 같은 비가 내린 후라 하늘은 물론 온 세상이 청명하고 맑고 눈부신

모습이었다. 퇴근하자 마자 샤워를 맞추고 곧바로 반바지를 입고 위에는 겨울

재킷을 걸치고 세탁물을 세탁하니 시원한 찬바람이 살갗을 스쳐가는 데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인지 모르게 기분 좋은 상쾌함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늘은 물론

공해가 비에 씻겨 내려진 후라 온 세상이 눈이 부신 햇살과 더불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이브 아침이었다.

입었던 반바지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자식들 만나보러

크리스마스에 오신다고 하시며 국제전화 통화까지 하셨던 웃어른으로 형님

동생 하는 친형님 같은 분이 한국으로 가시기 전에 본인이 입으셨던 것을

정으로 이 동생에게 주고 가신 것이다.

그런 분께서 전립선암이 재발하여 하와이 사는 둘째 딸이 한국에 나가 아버지

돌아와 암 치료로 가장 유명한 병원에 입원시켜 드렸다 더는 회복이 어려워

호스피스 병동에 게시 다는 소식을 큰딸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었던 지난가을

9월인가 10월인가 그랬다. 그 후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작고 하셨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때 아이가 며느리 아이와 함께 왔다. 다름 아닌 이사 나간 다세대 아파트

한 가구를 세놓기 위해 온 것이었다. 방을 보고 간 사람이 마음에 들어 계약서

체결을 하러 온다고 한다. 그러더니 좀 있으니 이제 갓 서른 넘은 이란계 청년이

와서 계약을 맞추고 떠났다. 하여 코로나 발생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점심

식사나 같이 하고 가라고 하고 타운으로 나갔다.

아뿔싸 전화를 집에다 두고 나와 QR코드를 다운하려니 비밀번호 생각이

나지를 않아 할 수 없어 아이와 같이 돌아와 전화기 들고 가서 백신 접종

QR 코드를 보여주고서야 식당 안에 입장이 허락되어 자리를 잡고 정말

오랜만에 순두부를 시켰다. 아이는 아주 맵게 며느리 아이는 중간 정도로

나는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해 아주 약하게 매운맛을 내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마침 옆자리에 80을 훨씬 넘겼을 듯한 한국인 할아버지 세 분이

앉아서 소주를 마시면서 주문한 음식을 드시며 대화를 나누고 계셨었다.

그중에 한 분이 갑자기 한국말로 우리에게 말을 하기를 지금 몽고말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냐고 물어왔다. 소주 한잔이 할아버지 귀를 어떻게

망가트린 것인지 모르지만 우린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성장한 사람들이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중이라고 말을 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아이와 며느리 아이가 하는 말이 아니 우리가 몽고 사람처럼

생겼나 왼 난데없는 몽고말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저 할아버지가 착각을

하고 계시지 하는 것이었다. 2년 전이 언제인지 싶을 정도로 음식값도

많이 올라갔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 부부는 나를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피곤해 잠자리에

들었다. 가면서 내일 일찍 와서 하룻밤 자고 가라면서 떠났다. 그런데 오늘은

올해 마지막 휴가를 시작한다는 홀가분함 이전에 왜 이렇게 피곤하고 골도

아프고 한지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 하겠다. 어느덧 새벽 2시 50분 넷플릭스가

새로 릴리스한 SF 한국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보려고 생각하니 6시간

오늘은 시작도 말고 자자 하는 마음이다. 잠시 시작 부분을 보니 느낌이 좋았다.

2주 쉬는 동안 주치의가 은퇴해 새로운 주치의를 만나러 가야 하고

자동차도 스모그 조사해서 주 교통국에 새해를 위한 등록금도 보내야 하고

치과 주치의도 만나 봐야 하고 교육받는 공부도 맞추고 시험 보고 수료증도

보고 해야 하고 할 일이 이래 저래 많다. 그래야 또 새해를 맞이하고 한해를

잘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후년에는 은퇴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