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헤이즐넛 한잔의 에스프리

붓꽃 에스프리 2009. 5. 19. 03:51

 

그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살아가노라면 문득 한번쯤은 세상의 모든 끈을 미련 없이 놓고 싶은

날이 있다. 고꾸라지던지 혼절을 하던지 그저 세상의 모든 시름을

밀쳐내고 창백한 병실의 침상에 두러 누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든 아니면 절망과 절대 고독 앞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던지

그저 눈을 감고 하염없는 눈물을 삶의 무게에 홀로 흘리고 싶은 날도 있다.

 

바로 그 눈물이 담고 있는 아픔과 번뇌와 고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거나

바쁘고 이기적이며 물질만능의 배금주의 사상으로 오염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세상에 귀담아 들어줄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자체가

모두 얼마나 어리석고 모순되며 허망한 메아리인줄 알기에 그저 말없이

바보처럼 넋 나간 사람처럼 말없는 눈물을 흘리고 싶은 그런 고뇌에 찬 날도

살아가노라면 인간에게는 있다. 가장 진실한 대화란 절대가치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신과 자신과의 보이지 않는 독백일지도 모른다. 인간에게는

양면성이 있어 언제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속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절대자만큼 우리 인간이 믿을 만한 절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 시대를 처절한 고독과 상처와 아픔으로 살아가며

그리스의 고전을 꿰차고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위대한 문학으로 승화시킨

독일 문학사에서 후대에 위대한 독일의 사상가요 철학자인 하이데커에

의해 재 평가된 후리드리히 횔덜린 같은 위대한 시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그런 느낌이 가차없이 엄습하는 날에는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온몸으로 살아온 이 시대의 시인 김신용의 시집 개 같은 날들의 기록

담고 있는 그만의 처절한 인생론과 삶의 경험들을 문자화한 영혼의

독백을 들어보는 것도 가장 큰 위로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목부터 자갈밭처럼 거치른 적나라한 시인의 절규가 담긴 고백록

내지는 고발성 짙은 내용들은 읽는 독자에게 전달되는 아픔을 넘어

어두운 세상의 양면성과 선과 악의 경계선에 독자를 세워 놓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끝없는 번뇌와 고뇌에 찬 모습 그 자체다.

다만 망각이란 하나의 치유어린 언어가 상존하기에 일상에서 우리는

때론 버거운 삶의 무게나 존재 앞에서 옆으로 잠시나마 밀쳐놓고

오롯이 오뚜기처럼 도전과 용기와 인내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살아가는 것뿐 누구에게나 마음 깊은 곳에 작고 큰 모양으로 하나쯤

자신만의 고뇌와 아픔과 상처를 덮어두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완벽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다면 또한 인간 자체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우리에게 인내하는 내적인 힘과

용기가 없다면 세상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기에 그 무게가 너무나도

버겁기 그지없다.

 

인내하는 힘과 용기는 내적인 힘으로 자신이 살아오는 과정에서

가정과 주변환경에서 길러주는 내공이라면 한편 깊은 자신에 대한

애정일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자신만큼 자신의 존재를 가장 밀접하게

바라볼 수 있고 잘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에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며 가치관과 시각을 함께 나누고 교류하며

부족한 점이 있다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아량과 배려가

공동체 안에서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아니면 세상은

너무나도 어둡고 우울한 모습 그 자체 일뿐이다.

 

늙어가면서 아니 늙어서도 자기처신을 인간답게 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만큼 양식 있는 사람들을 슬프게 하는 일은 없다. 한결 같이

식자라고 자칭하는 군상들 가운데 무뢰한 들이 더없이 많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양식 있는 의식과 행동과

처신을 할 때다. 즉 옳고 그름을 판단한 줄 알고 함부로 말을 내뱉지

말 것이며 하나의 처신과 언행에서도 도전적이며 도발적인 경박한

모습으로 상대에게 나뿐 악감정을 스며들게 하는 것이 아닌 같은 말이라도

따듯하고 한 옥타브 낮은 톤으로 차분하며 논리 정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으뜸은 처음도 나중도

절대 겸손이다.

 

대단한 자신의 위치든 전문직업이든 존재든 가문이든 교육배경이든

그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한 성취요 성공이라면 그것이 누군가 상대에게

군림하거나 가치관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은 절대로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인간 그 자체만의 모습과 인격으로

서로가 다가서는 것이요 포용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절대 겸손은

의심할 여지없이 언제나 아름답고 때론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감동이다.

 

죽어가면서 그리고 죽어서 사후에도 누군가에게 그리운 사람으로 남는

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운 미덕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가운데 하나는 죽어가면서도 그리고 죽어서도 누군가에게

저주의 대상으로 회자되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은 개인의 인격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주지할 필요가 있다. 노망이 들든

제정신을 잃고 치매에 걸리든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와 일상과

삶의 족적을 속일 수 없다.

 

즉 사람은 평소에 자기가 살아온 가치관과 시각과 환경과 생활습관과

일상의 모습대로 남은 여생도 살아가기 때문이다. 성깔 사납고 못된

사람은 늙어서도 제 모습 버리지 못하거나 그 자손들도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빼 닮은 경우를 그리 어렵지 않게

우리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다. 선하고 영혼이 맑고 겸손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그 모습 그대로 착하거나 예의 바르고 명랑하고

위아래를 가릴 줄 아는 훌륭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글속에도 강이 있을까…………

작은 배 하나 띠워놓고 함께 노를 저어갈 수 있는 여백 이쪽 강안에서

저쪽 강안까지 흐르는 물길을 가로질러 갈수 있는 따듯한 감성과

정감 어린 흐름 우화의 강물 잔잔하고 단아한 향기로 채워지는

영혼의 여백 그 맑고 고운 에스프리가 자라면 진정 아름다운 그리움이

되는 그런 여백의 강 말이다. 헤이즐 넛 향기의 여운은 소박하나

우아하며 아름답다. 그래서 때론 곤고함 가운데서도 인생은 살아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