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하루를 맞추고 먼 길을 달려오니 무척이나 피곤하여서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대로 잠자리에 들고 말았다.
곤히 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어둠을 뚫고 들려온다.
순간 짜증이 났다.
이 어둔 시간에 누가 뭔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받아보니 엉클을 찾으며 문을 열라고 한다.
또 뭔데 싶은 데 나가 문을 여니 큰 아이가 난데없이 생강 냄새가
살짝 나는 아주 맛나는 우아한 피스타치오 넛이든 아이스크림을
이 더운 날에 더위를 식히라고 주고 간다.
순간 아 이것 조차도 귀찮아 싶었다.
냉장고에 넣자니 녹을 것이고 냉동실에 넣자니 너무 굳어버릴 것이고
잠을 더 자고 싶은데 결국 아이스크림이란 녀석 때문에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일단 맛나게 먹는 동안 잠은 깨버렸고 이렇게 자판기를 두드린다.
아주 아주 오랜만에 잊어버렸던 영성 체험을 하고 돌아온 날이다.
더운 오후 고속도로를 달려간 140리 정도의 거리 깨끗하고 아름다운
교외백인지역에 위치한 교회건물 커다란 주차장으로 들어가니 교회 안에
학교가 있었다. 정연히 정리된 그림 같은 정원은 연 초록의 옷을 곱게
입고 단장되어 있었고 드높은 나무들은 고풍스런 건축물과 더불어 고요
속에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금발머리의 학교 직원이 지나가면서 부엌이 있는 곳의 방향을 가르쳐
주고 스쳐갔다. 우리들이 들어간 곳에는 작은 부엌과 옆에는 강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흰 백발의 은퇴자 할아버지, 은발의 할머니들 그리고
중년의 제리, 꾀꼬리 목소리를 갖고 있는 매리앤 활발하고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존스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팔을 걷어 부치고 부엌으로 들어가 백발의 할아버지와 제리 옆에서
시작한 일은 샐러드용 서양채소 양배추 모양의 서양상추인 레러스를
잘게 써는 일이었다. 작게 썰어야 하는 이유는 크면 치아도 부실한
거리의 행려병자들이 먹다가 목에 걸려 질식사를 할 위험이 높아서다.
다른 한편에서는 터메이토우를 썰고 다른 한편에서는 매카로니를 더운물에
삶고 일사불란하게들 움직이고 있었다.
오후의 뜨거운 열기는 어디로 갔는지 의식할 겨를도 없이 레러스를
썰고 썰고 얼마를 하였을까 이번에는 다 삶아진 매커로니를 갖은
소스를 넣고 버무리기를 한참 그리고 대형 전기 오븐에 넣고 잠시 후
백발의 백인 할아버지 자원봉사자가 실수로 누군가 선물로 주고 간
적포도주 두 병과 백포도주 한 병 가운데서 적포도주를 땅에 떨어트려
박살을 내는 일이 생겼다. 한참을 쓸고 닦고 난리를 친 후 다치지
않았으니 되었다고 다들 한 마디씩 하고 중년의 제리와 백발의
백인 할아버지가 떠났다.
잠시 후 존스가 쉬는 동안 와인을 한잔 마시지 않겠느냐고 권한다.
적포도주를 한잔 따라서 마시니 같이 온 학생들이 21세가 넘었느냐고
묻는다. 다들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 학부형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와인을 좀 마시라고 권하란다.
길게 음식을 준비하는 강당 테이블 앞에서 와인을 놓고 서로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매커로니는 오븐에서 요리가 되고 있고 나이가 제일 어린
금발의 한 20대 여성이 일어나 기도를 드려야 할 시간 이라고 말을 한다
.
존스의 기도를 시작으로 돌아가면서 한 사람 한 사람 기도문을
바치는 순서를 진행하였다. 모두가 백인들만이 있는 테이블로
선교회가 백인 중상층 이웃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는가에
대하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와인을 음미하는 동안 윌리엄스 교수가
도착하였다. 그도 백포도주 한잔을 마시겠단다. 음 그러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문화이니까..
기도가 끝나고 일사 분란하게 우리는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썰어 놓은 레러스에 썰어 놓은 터메이토우와 시금치를 섞고 소스
드레싱을 붓고 버무리기 시작하는 순서였다.
다음은 오븐에서 요리가 다된 뜨거운 매커로니 용기를 꺼내어
강당으로 내어가 테이블 한 쪽에서는 썰어 놓은 빵 조각과 매커로니와
샐러드 스픈과 훠크를 담는 일로 바쁘고 한쪽에서는 대형 보온용 가방에
준비된 음식물을 넣고 일부 팀은 준비된 음식을 차에 싣고 홈리스들이
가장 운집하고 있는 다운타운 선교회로 달려가기 바뻣다.
그러는 동안 일부는 보건당국의 기준에 맞게 부엌을 청결하게
정리하고 뒷뜰에 나가 잠시 나무에 달린 고염 같은 이상한 과일을
따서 자원봉사자들에게 먹어 보라고 야단법석이다. 음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적당히 달은 것이 맛이 난다고 이구동성들 이다.
캐톨릭 선교회 브라더스 헬퍼스를 설립한 사람은 마네킹 공장을
셋이나 운영하던 잔 올슨 이라고 하는 스캔디너비어 계통의 미국
백인 은퇴자로 23년 전에 상처 후 8명의 자녀들을 혼자 키우고
현재 74세로 아프리카 가나에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다.
은퇴 후 신학교에 진학하여 남은 인생 신부로 살고 싶었지만
나이가 이미 70살이라고 적합하지 않다고 수도회에서 입회를
허락하지 않자 그는 지역 캐톨릭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며 결국에는
또 다른 선교회 브라더스 헬퍼스를 설립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브라더스 헬퍼스는 인도 캘커타 마더 테레사 선교회에 근거를 두고
시작된 홈리스들에게 저녁을 무료로 나눠주는 봉사단체다.
모든 것은 기부와 자원봉사로 이루어진 아주 귀하고 귀한
빛과 소금이 되는 단체로 이 단체를 이끌어 나가는 운영자는
후랜시스코 수도회의 신부로 수도 생활을 하고 있는 설립자
잔 올슨의 아들이 되는 분이다. 물론 그분도 함께 기도하고
이 모든 일을 주관하는 오후시간이었다.
도저히 말로서는 표현이 불가능한 어떤 뜨거움을 오랜만에 폐부
깊숙이 느끼고 매리앤과 존스의 감사 어린 굿바이 인사 포옹을
받고 돌아온 저녁 길 고속도로 위에서 바라보는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오는 도시의 건물들은 오늘 따라 달리 보였다.
이 선교회에 걸린 성경구절은 마태복음 25장 40절 이었다.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
The King will reply, 'Truly I tell you, whatever you did for
one of the least of these brothers and sisters of mine,
you did for me.”
길을 떠나오면서 매리앤에게 한 말은 학교가 끝나고 6월이 지나 시간이
허락되면 돌아 오겠다고 하였다. 그 때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니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펄쩍 뛴다. 아주 오래 전
어느 겨울 서성이었던 수도회 꽃동네의 그 모든 행려병자들이 생각난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분명하게 재정립하여주는 짧은
시간의 여정을 뒤로하고 밤은 깊어 가고 곧 1년간의 교육과정 끝이
다가온다. 세상에는 모든 탐욕에서 자유로이 자신의 혼신을 다바쳐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참된 영혼들이 세상이란 한켠에는 늘
있다, 그럼으로 세상은 오늘도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에 하나님을 팔아 여의도 순복음 교회는 물론 국민일보등을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하여서 각종비리에 연루된 조용기 같은 바리새인 같은 사람과
소망교회같은 법정싸움까지 가는 하나님의 종을 빙자한 악의 무리들도
있으나 하나님을 빙자한 정치모리배들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선과 정의와 공의로운 신앙공동체가 아름답다.
종교가 무엇이 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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