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어저께 아침부터 목이 간지럽고 건조하고 마른 기침이 간간히 나고 온종일
괴롭히더니 드디어 오늘은 완전히 목소리가 잠겨 바리톤이 되어 버렸다. 일년 내내
눈부신 햇살과 살아가는 지중해성 기후를 갖고 있는 우리 지방이다 보니 환절기가
되면 일교차가 심하여 앨러지로 많이들 힘들어 한다.
지난 1년 아무일 없이 환절기를 잘 넘겨서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 불청객이 드디어 찾아 오고 말았다. 눈부신 햇살이 가득하던
저녁시간은 온데 간데 없고 시야가 뿌옇다. 꼭 귀신 나올 것 같다고 하는 그런
을씨년스런 날씨에 일교차가 심해 바깥 공기는 뼈 속을 파고 들듯이 차갑다
계절의 순환은 우주의 원리대로 어김없이 찾아와 어느덧 가을의 초입이다.
약 기운에 졸음이 온다. 할 일이 있어 두러 눕기에는 부담스럽고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을 요구하는 시간이다. 선택이 아닌 그래야만 하는 순간에 서있기에 계절의
감각과 그리움도 잠시 옆으로 밀어놓고 목표를 향하여서 최선을 다 하여야 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생애를 살다가 죽는 것은 누구의 원리나 선택이 아닌
우주의 원리다. 모든 만물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이 세상천지에 단 하나도 없다.
공중에 나는 새도 들에 피어나는 들꽃도 숲이나 정글에 사는 짐승들도 바다에 사는
어종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진리 앞에서 한 생애를 보람되고 가치 있게 살고
주어진 한 생애를 맞추는 것은 온전히 개 개인의 선택이다.
그 선택이 무엇이냐는 더 더욱이 소중하고 일생을 좌우하는 일이라면 일생을 두고
살아가는 가치관의 기본이 되는 바탕이기도 하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맹자의 경우나 조선시대의 명필 한석봉과 신사임당도 그리고 성 어궈스틴도
인간에게 있어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알려주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예를 두고 보더라도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가족과 혈연을 떠나서
사회적 동물로서 누구와 같이 더불어 어울려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회에 나아가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가 하는 것 또한 가장 중요한 일이다.
환경의 지배를 받고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 주변에서 살아가면 예술행위를 배울 것이고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서는 늘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 어울려서 더불어 살아가는 가 하는 것은
우리 생애 마지막 순간 까지도 아주 소중한 일이다.
블로그와 사이버 온라인 생활도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누구와 블로그 이웃이란 인연을 맺고 인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직하고 진솔한 관계를 이어가고 서로간에 소통하며
순수하고 지고 지순한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사는 가 하는 것 또한 더없이
소중하다.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이 다 있기에 더 더욱이 그렇다.
블로그 안에도 진실이 있고 또한 깊이의 높낮이도 있다면 나누는 우정과
사랑에도 그 깊이에 있어서 높낮이가 당연히 있다. 그 모든 것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 어떤 마음의 자세와 기본을 바탕으로 하며 어떤 시각과 가치관으로
이끌어 나아가는 가 하는 것에 좌우된다.
모든 학벌과 직위와 계층을 떠나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적인 조건이다.
얼마나 인격적으로 참다운 인간인가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척도가 아닌가 한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돈이 많고 권력이 있다 하여도
근본적인 인성이 사악하거나 삐뚤어진 마음이나 시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다면
백해무익이요 소용이 없는 일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올바른 판단력과 사리분별과 겸손한 언행과 따듯한 시선과
가슴과 진심 어린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의로워야 하고 정직하여야 하며 진실 되어야 한다.
이런 것이 결여된 사회에는 부도덕함과 비윤리적인 것이 난무하고 부정부패와
사악한 인간들과 사건들로 가득할 수밖에는 없다. 내 것이 소중하면 타인의
것도 더없이 소중한 것이다. 의로운 사회와 가정과 인간의 조건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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