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목이 아프고 몸을 조여 오더니 급기야 기침이 나기 시작하고 미열이 난다.
밤새도록 뜨거운 무우 국과 물을 마시고 나니 벌건 대낮인 지금은 골이 아파온다.
일어나기를 수 차례 아침결에 일어나 메일을 열어보니 멀리 영국에 계신 선생님께서
“아파서 어찌하노” 하시면서 자상하신 아버지처럼 위로의 글을 보내 오셨다.
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계신 어른 진심으로 존경하는 나의 어른이시다.
길고도 긴 반세기란 세월을 이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시고 사회생활을
하시고 하시면서도 한국인의 얼을 굳굳이 지켜오신 어른 비록 한국어가 일말
서투셔도 절대로 영어를 사용하시지 않는 어른이시다.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하시는 분 이시다.
누구나 하고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고 어느 때 보다 도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그럴 시간과 여백도 나에게는 없지만 인생에서 귀한 인연으로 만난 분들이
이처럼 마음 담아 수억 만리 대서양 건너에서 진심 어린 마음 담아 끼니
거르지 말고 챙겨 먹어야 병을 이긴다고 글을 보내시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프면 투병 자체가 힘들다. 그것이 죽을 맛이다. 연중행사처럼 치러야 하는
감기몸살 내지는 앨러지 오늘은 정점을 향하여서 가는지 이렇게 온몸이 아파오고
기침과 두통과 피로감에 자꾸만 눕고 싶어진다. 날씨는 잔뜩 흐려서 감기
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리운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내 인생에 큰 족적을 남긴 영혼들이 문득 하나 둘 별이 되어 스쳐간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영혼의 별 그 사무치는 그리움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이
가능하겠는가? 그 모든 것을 가슴 깊은 곳에 묻고 살아온 수많은 세월들이
저만치 흘러갔다면 또한 묵묵히 침묵 속에 흘러가고 있다, 세월은 그리운
별을 하나 둘 더하여 새로운 인연의 꽃을 피워 내 영혼의 정원에 자리한지
몇 해 이제 꽃이 지고 별이 되어 더 높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다. 견고하고
사무치는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각인하며 다가온 인연들 무엇이 그 영혼
한 가운데 그토록 절실한 감성으로 그리움을 안겨주게 되었을까?
유한한 인생 우리는 결코 영원히 이 지상에서 살지 않는다.
주어진 한 생애를 살다가 늙고 병들어 누구나 처럼 한 생애를 맞추어야 한다.
그 가운데 만난 악연들이 있다면 그 가운데 만난 절대성을 갖고 있는 운명적인
인연들도 있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 아버지와 아들이 되고 타인과 타인이 만나
형제가 되고 타인과 타인이 만나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또 다른
면의 눈물겨운 아름다움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때론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사악하다.
늘어나는 근친상간과 패륜행위와 교단에서의 폭력과 살인들이 모든 것을
이야기 하여주고 있다. 모두가 인성교육의 실패요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어떻게 부모를 돈이란 물질 때문에 죽이고 부인과 남편을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하며 자신의 자식을 강간하고 성적대상으로 바라보고 그 악마적인
충동과 발로가 인륜에 어긋나는 죄악임을 모른단 말인가?
하여 인간에게는 순수가 요구되는 것이요 추구하여야 하는 가치의 하나다.
순결한 영혼과 시각과 인생의 가치관은 모든 선의 근간이며 인생의 미학적인
인간관계의 기본양식이다. 순수한 우정과 사랑이 아름답지 않은가?
순수란 연령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칠순의 노인도 순수한 소년과
소녀 같은 마음으로 이상을 추구할 수 있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인격적인 원숙과 완성도를 갖고 있다면 문제 될 일은 없다.
그리움을 안겨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다.
그리움은 곧 순수한 발로의 사랑과 관심이기 때문이다.
온몸이 무너지는 것 같다. 약 기운에 취하여 이제 자리에 누워야겠다.
머언 길을 떠나신 선생님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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