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열병을 앓던 지난날의 발자취가 그리웠다.
밤을 새워 글을 쓰고 詩를 쓰던 그들은 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오늘따라 그들이 사무치는 마음으로 그립다.
아버지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와 할머니 모시고 살면서 S 대학교를 다니던
그 아이 하루도 詩를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그 아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그 아이의 둘도 없었던 친구 X도 어느 문학 시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 그렇게
기뻐하였던 그 아이 군대에서 제대하고도 연락을 해오던 그 아이 또한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머언 길을 떠나는 분들을 생각하며 문득 밀려오는 우수에 지나온 길의 발자취가
그리워 찾아 나섰다. 아직도 흔적은 살아남아 여기 저기에 영혼의 홀씨 되어
누군가의 손에 들려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고 있었다. 언어의 힘이란 때로는
우리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보이지 않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한 인간의 혼과 열정과 사상과 가치가 담겨 있는 문자화된 언어의 에스프리
누군가의 영혼의 세계를 하나의 촛불이 되어 밝혀주는 것이 詩의 힘이다.
인간의 고뇌와 슬픔과 아픔 또는 기쁨과 그리움과 행복과 사랑을 노래하는 시
그 무한한 힘의 지평은 곧 영혼의 순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죽은 가수 김정호가 사랑하던 부인과 연애시절 작사하였다는 그의 노래
<하얀나비> 그렇다 그리움에 그리운 영혼을 위하여서 시를 쓸 수도 있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하여서 시를 쓸 수도 있고 죽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쓸 수 있는 것도 시라면 고통 받는 영혼들을 위하여 노래 할 수 있는 것도
詩의 힘이다.
인간에게 감정이 없다면 세상은 존재 불가능하다.
인간에게 감정이 없다면 그리움도 보고픔도 사랑하는 마음도 시기와 질투도
인간사회에 존재치 않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열병을 앓는 열정이 없다면 성취는 불가능하다.
문학과 예술도 사업도 공부도 장사도 모두가 열정을 필요로 한다.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최선의 노력과 처세술과 행동반경을 의미한다
라고 말을 할 수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오고 가는 진실된 마음의 교류내지는 정신적인 소통도
매한가지로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진실되고 참된 마음과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와 깊은 관심 그리고 아끼는 마음을 요구한다. 일명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어휘로 정립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정 내지는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그리움과 사랑도 모두가 가슴 뜨거운 영적인 열병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시각으로 바라 볼 때 아름다운 열병에 속한다.
9월도 어느덧 중순에 이르러 가을의 초입에 서있다.
사색과 여행의 계절 그리고 수확과 감사의 계절이다.
농민들을 위하여서 더 이상의 태풍이나 지나친 비는 그만 왔으면 좋겠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부족함만도 못하듯이 비도 바람도 그렇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떠나는 자의 존재보다
떠나 보내는 자의 존재의 아픔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이승의 삶을 다하고 한 생애를 맞추고 떠나는 자의 애달픈 마음을
필설로 헤아릴 수 없다면 남은 자의 몫은 더 많은 고통과 고뇌와 슬픔과
아픔을 일상에서 요구한다.
잠시 누군가 그리움에 방문하여 왔다 가도 그 빈자리가 형언할 수 없이
허전하듯이 머언 길을 떠나 보내는 마음도 매 한가지다. 또 다시 기다림을
배우고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묵묵히 살아가야 하는 것이 떠나는 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다.
가을이 열리고 있다.
아직도 살아서 누군가의 손에 들리워져 숨을 쉬고 있었다.
그대의 모습 앞에서
그대의 모습 앞에서
나는 순수하여 지고 싶습니다
가을의 들녘에 피어나는 한 송이 코스모스 되어
그대의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그대의 모습 앞에서
나는 둥지를 틀어 그대 영혼의 안식처가 되겠습니다
그대의 영혼이 일상에 지처 외롭고 피곤할 때
뉘일 수 있는 당신의 그 평온한 둥지가 되겠습니다.
그대의 모습 앞에서
나를 기꺼이 버리겠습니다
이기심도, 자존심도, 위선의 가면도 벗어 던지겠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자연인으로 그대앞에 서겠습니다.
나의 벌거벗은 영혼위에 당신의 순수를 입히겠습니다
그럼으로 당신의 순수로 나의 영혼을 표백하겠습니다
그대의 모습 앞에서
가을 들녘에 들국화 되어
참 사랑을 노래 하겠습니다
그대의 존재로 하여금
나의 삶은 충만하였노라고
노래하겠습니다
그대의 모습 앞에서
눈내리는 겨울 밤
그대 영혼의 창가에서
순수를 밝히는 하나의 마지막
촛불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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