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달을 교육받는 관계로 떨어져 사는 동안에 두 아이가 뒤란에 채소밭을 일궈
갖은 채소와 장미꽃을 심고 얼마나 잘 가꾸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새직장 첫날
하루의 일과를 맞추고 돌아와 피곤한 몸으로 잠시 누워 있으니 작은 아이가 전화를
하였다. 오늘 저녁을 냉면으로 먹자며 자기들이 오겠다고 기다리라고 하였다.
기다려도 오지 않아 시장기를 느껴 김치 볷음밥을 만드는 데 아이들이 도착하였다.
상자에 뭐를 담아 갖고 왔지만 요리하기 바뻐 보지도 않았다. 맛나게 물냉면을
만들어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아이들이 떠나간 후 보니 뒤란에서 기른 애기 머리만한
호박 하나 고추와 오이 두개를 아보카도 5개 그레이프후룻 2개 그리고 국순당 막걸리
2 병을 사갖고 와서 엉클 마시라면서 놓고 갔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을까 작은 아이는 드니와 함께 화장한 드니 아빠 재를 봉안하기
위하여 업터운으로 올라 가고 큰 아이가 왔다. 그런데 손에 뭐를 들고 있더니 준다.
보니 뒤란에서 기른 들깨 나무에서 딴 깻잎으로 짱아치를 만들어 요리 솜씨가 좋고
장신으로 신체도 좋은 작은 아이가 제 형손에 들려 보냈다. 그날은 행여 짜게 담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손을 못댔다. 그리고 한주가 지난 오늘 휴무날 밥 한공기에 묵은지와
함깨 아이가 만든 깻잎 짱아치를 입에 대는 순간 아니 이애가 어떻게 이렇게 기막히게
맛나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놀라고 말았다.
나 보다 더 칼칼하게 담가 놓아 살짝 매콤한듯 하면서도 짜지도 않고 맛이 딱 맞게
맛나게 들은 것이었다. 오우 하나님, 이 아이 솜씨가 제 엄마를 닮았군요. 나는
이렇게 속으로 독백을 하고 말았다.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싶은 씨스터 진의 솜씨를
빼닮아서 본래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알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한국 음식을
이렇게 기막히게 만들다니 27살의 솜씨 치고는 놀라고 말았다.
아이가 2살때 아빠 나이 43세로 위암으로 죽었고 아이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그 빈자리로
중학교를 다닐 때 참 힘들어 했었다. 물론 내가 그 아이를 죽은 아이의 엄마와 같이 기르고
가르치고 하였지만 빈 아버지 자리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그리고 26살 지난해
가을 아이는 엄마를 자궁암으로 잃고 고아가 되었다. 그런 아이가 담가서 보낸 깻잎 짱아치로
점심 요기를 하면서 참 감회가 깊었다.
인생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무서운 생명력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좀더 살다 가지 못한 먼저간 영혼이 애처롭고 안타까울뿐 산 사람은 어떻게라도 산다는 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립다 모든 그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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