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여기도 비가 내려요

붓꽃 에스프리 2013. 7. 12. 01:56

 

 

 

 

 

간밤은 열무김치를 담고 나니 밤 12시가 되었다.

참 늦은 시간이었다. 세상과 남들이 다 자고 있는 시간에 다시 길을 나서 하루를 마감하고

돌아와 피곤을 느껴 소주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나만의 오솔길로 걸어가 산책을 하니

음악이 흘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한국 사람들 잘보는 한국 드라마 같은 곳에서 방송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나오는 곡 이었다. 나중에 한잠 자고 나서 알게된 것은 셀린 디온이

부른 그녀의 명곡 <Power of Love>였었다.

 

 

 

 

 

 

 

 

 

 

 

 

 

 

 

 

 

 

 

 

 

 

 

 

 

 

 

 

 

 

 

그저께 이 열무 김치를 담그느라고 밤 12시에 자고 새벽 3시반에 일어나

4시반에 출근하고 퇴근하고 보니 저녁 5시반이나 되었다.

 

몇달전 이렇게 담갖다가 친구들을 먹이니 특히나 제넷은 맛나다고

몇번이나 말을 하였었다. 빠졌다고 하나 이런 때 표현은 그런 것이었다.

 

 

밤새도록 새벽내내 비가 내렸다.

긴 히루를 보내고 퇴근후 한잔의 소주를 마시고 엉뚱한 생각에 아버지 헨리께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내뱉어 버렸다.  아파서 내가 누워 있다면 아버지의 성격상 과연 죽이라도

사들고 오실 분인가 하는 생각을 할때 생각조차가 지나친 기대요 야무진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니 노발대발을 하시고 네가 오늘은 완전히 미쳤다면서 입을

닥치라고 영어로 언성을 높이셨다. 내가 그렇게 냉혈동물 이라고 생각하느냐며 화가

나셔서 소리를 지르시고 전화를 끊으라며 수화기를 앞 뒤도 없이 끊고 마셨다.

 

아버지 성격을 아는 관계로 다른 전화 안받으실 것은 뻔한 일 다른 전화로 하니 받으셨다.

어떻게 네가 그게 말이라고 하느냐며 그렇게 무례할 수가 있느냐며 당장 아빠한테

사과를 못하느 하시면서 노발 대발을 하셨다. 내가 그렇게 냉혈동물인줄 아느냐고

펄 펄 뛰셨다. 너 지금 술주정 하느냐며 난리가 나셨다.

 

'아빠, 저 지금 맨정신이고 미치지 않았어요 뭔 말씀이세요.

 

'아냐 네가 오늘은 정말 미쳤어 아주 미쳤어.

You're very crazy today.

Yes, you are crazy, crazy, crazy.................

You're very impolite. You are impolite today.

Pay apology now.............'

그리고 아주 무례하기 짝이 없고 어떻게 그런 말을 아빠 한테 할 수 있어.........

당장 사과 못해 아빠 한테.......' 여기 까지는 영어로 하셨다.

 

'I am terribly sorry.'라고 몇번을 말씀드렸다.

 

네 마음속에 있던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 하는 것도 좋지만 이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말이 오고 가고 난데없이 나는 아버지 한테 술주정뱅이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술주정 한다시며 그 술먹고 하는 넋두리 나한테 들으라고 강요하지 마라시며

나 오늘 그럴 기분이 아니라며 때론 네가 풀어줄 수 없는 문제 또한 나에게도 있지

않겠느냐시며 오늘은 이대로 있고 싶으시다 하셔서 그러시라 말씀드리고 수화기를

내려 놓으셨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으셨었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알아야 될 이유도

없고 알아서 또 무엇을 할 것이며 그러나 아빠가 힘들어 하시니 속이 상하다는 생각이다.

 

그 사이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자고 자고 반복을 하면서 일어나니 아침 7시반 커피를 내리고 8시가 되어 전화를 드리니

평소처럼 전화를 받으셨다.

 

'굿모닝 P'

 

'네, 아빠 밤새도록 비가 내렸어요.'

 

'그래 베란다에 비가 방쪽으로 내려 젓었더구나.'

 

'아빠 오늘 뭐 하세요?'

 

'여기 저기 다닐 일이 있어..........'

 

'저도 오늘 책방에 가서 책을 사서 부치고 먼저 직장에 가서 주차장 리모트 컨츠롤 번호

바꾸고 돌아 오려는 데 10시 반에 모시러 가도 될까요?'

 

'오늘은 안돼...여기 저기 다녀야 하니까 그런줄 알아.'

 

'네, 저녁에 전화드릴게요.'

 

'그래 알았다.' 하셨다.

 

창밖은 잔뜩 흐렸다.

비라도 한줄기 주룩 주룩 하염없이 오늘 같은 날은 내렸으면 좋겠다.

 

먼저 직장에 좀 들려 주차장 리모트 컨츠롤 번호 좀 변경하고 책방에 들려 업타운으로

클래식 평론집 하나 사서 부치고 돌아와 오늘은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내가 가장 아끼는 한국의 클래식 음악 평론가 보다 더 진솔하고 품위 있는 문체로

일생동안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며 클래식 평론을 써온 정신과 의사 박종호가 쓴

유일하게 내가 읽는 다섯 손가락도 되지 않는 한국의 책을 읽을 것이다.

 

내용이 얼마나 진지한지 참 많은 비엔나 예술가들의 일생을 짧게나마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오늘 같은 날은 호박 부침개라도 부치고 싶지만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잠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계신 아버지 헨리의 마음이 가라 앉을 때 까지는 아니다.

요즘 뭔가를 읽으신다고 하셨던 간밤 이었다. 그런 아빠의 가슴에 불을 지른 나였다고

하면 말이 될까........

 

근신하고 몇일을 지내야 하리라 생각한다.

그 사이에 나 또한 오랫동안 손에서 놓았던 책들을 손에 들고 싶다.

그리고 스케치라도 하고 싶다. 잠시 화방에 들려다가 와야 하겠다.

몇년 만인가 싶기도 하고...........

 

밤이 되어 전화를 드리니 지나간 일은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내일 일을 가서

절대로 딴 생각을 말고 잘하라고 하시며 잘 자라고 하시면서 수화기를 내려 놓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