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오늘 늘 점심을 드시는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은퇴자들을 위한 식당을 가셔서
그곳에서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으시다며 하루 잘 지내라고 아침에 말씀하셨다.
'예야, 벌써 출근했니, 아니지 오늘 쉬는 날이라고 하였지'
잠에서 깨어나셔서 잠긴 목소리 그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오늘은 아빠 볼일이 있어서 나간다. 그런줄 알아라 하셨다.'
'네, 아빠, 저녁에 전화드릴게요.
하루 잘지내세요.'
쉬면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이 아침부터 전곡을 듣고 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가운데서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선호하는 곡이다.
그저 이곡을 듣노라면 세상끝 지구끝 어딘가 아주 외진 가장 순수하고
아직도 태초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그런 곳에 서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곳에 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리를 하고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다 함께 호홉하고 가슴을 충만으로
이끌어 나가는 그런 아스라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애절하고
절절한 감성을 다 형언하고 표현할 길이 없다.
닥터 지바고의 영상들이 스쳐감도
러시아의 대평원을 끝도없이 달려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앉아서
차창밖의 정경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화려한 인상파 화가들의 화폭의
정경과 더불어 다가온다.
따듯한 아버지의 음성을 생각하게 된다.
그 강한 독일병정 같은 외모와는 달리 속으로는 참 여린 감성을
소유하고 계신 순수하시며 착한 아버지 이시다.
하여 아버지는 오늘 외출중 이시다.
그런데 그저께 인가는 특별한 곳에서 보리수를 독일어로 남들 앞에서 부르시고
그리고 한국어로 부르셨다고 하셨다. 아버지의 성격으로 보아서 참 대단한 사건이다.
90세나 되는 청년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모습이 때로는 아버지 이시다.
그런 아버지의 상체는 영락없는 역도 선수나 유도 선수 같은 모습이다.
주름살 하나 없으시다. 하여 아직도 아빠는 청춘이다.
오늘은 세계적인 러시아 출신의 명 지휘자 발레리 거기에프의 지휘로 구성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 1번 부터 6번 까지 여기에 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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