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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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올해 첫 휴가를 시작하면서>

붓꽃 에스프리 2022. 2. 14. 20:11

 

이렇게 피곤할 수가 없다.

한 주 근무를 맞추고 돌아와 샤워하고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밀려오는 피로감에

온종일 자고 일어났지만 전신이 아직도 피로감에 젓어 있다. 오늘부터 11일간

휴가지만 이 시국에 마음대로 유럽이나 한국 여행을 할 수도 없는 일 일단은

직장 업무는 잊고 싶다. 보고 싶은 영화 보고 오미크론으로 2 - 3개월 만나지

못한 친구 만나 시간을 같이 하고 그리고 웃어른을 뵙고 싶다.

휴가를 시작하니 문득 왜 내가 울컥해지는지 싶다.

문득 아빠 헨리가 그립고 휴가 때면 캐나다 서부 캘거리에 올라가 파파 후레드와

함께 시간 보내고 돌아왔던 지난날들이 짙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두 분

모두 천상에 계셔서 내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세월의 강가를 나는 산책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라도 그리움의 대상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정한 이치다.

그리움은 또 다른 표현의 사랑이요 정이요 긍정적인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움이 밀려올 때는 차이콥스키 음악을 즐겨 듣는다.

특히나 교향곡 6번 비창이나 "Serenade for String Orchestra in C major op.48"를

즐겨 듣는 편이다. 아니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즐겨 듣는 편이다.

슈퍼볼 이라고 미식축구 결승전을 하는 날이라고 하여 이웃들이 난리도 아니다.

시끄럽고 소리 지르고 맥주를 한잔씩 마시고 있나 보다. 1년 중에 슈퍼볼 하는 날은

미국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명절 아닌 명절이나 다름없다. 그 넘치는 에너지와

박진감은 미국이란 것을 가장 잘 상징하는 스포츠로 생각한다. 참 어려서는

무척이나 좋아 하던 스포츠였지만 이제 늙으니 그 조차도 별로 관심 밖이다.

직장에서도 온통 슈퍼볼 이야기뿐이다.

퇴근 전에 업무 마무리를 하면서 동료들과 왁자지껄 한바탕 떠들고 농담하며

배꼽 잡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세대를 넘어 같이 어울리고 같이 농담을 하며

장난도 치고 하는 이런 것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생활 할때

가능할까 하는 것이었다.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가 같이 주거니

받거니 속된 표현으로 거침없는 농담 따먹기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정서도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했다.

영어를 일상 언어로 살아가는 환경에서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농담과 장난기들

그리고 같이 뒹굴며 하는 직장생활 같이 웃고 같이 분노하고 같이 울고 같이

위로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있다면 역으로 한국어를 일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일상에서 살아가는 방식 내지는 매너와 에티켓과 문화의 차이가

가져오는 표현의 방식과 수용 범위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 다름이 얼마나 큰 차이로 서로에게 다가오며 인격에 대한 인식과 소통의

방법이나 표현 어우러짐에 있어서 극과 극인지 하는 생각을 잠시 하고 휴가를

시작하기 전 업무를 맞추었다.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내가 한국에서 한국

사람으로 살았다면 하고 생각을 해보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과연 나는

그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월과 환경과 내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교육은 나를 너무나도 많이

변화시켜 놓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정서에서 미국인의 정서로 그리고

그 어드메 중간선쯤에 나는 서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혈육이나 가족이

있었다면 또 다른 모습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갓 서른 넘은 백인 싱글 화더 딸 하나 둔 마크는 직장에서 둘도 없는

친구다. 그야말로 만나면 서로 간에 대화를 하면서 장난을 치면서 상스러운

어휘를 사용할 정도로 친한 친구다. 우리 둘은 서로의 마음을 잘 읽고 모두

다 농담이고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란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제삼자가 보면 때론 우리가 서로 싸우는 줄로 오해를 받을 때가 있어서

때와 장소를 가려 장난을 쳐도 치고 놀아도 논다. 과연 막내아들과 같은 나이에

청년과 아빠 나이에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농담과 장난기로 상스러운 어휘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한국 문화와 언어 안에서 가능할까 생각하면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상스러운 언어의 사용은 마크와 나만의 대화 장난기와 농담을

주고 받는 우리 둘 사이에 방식이다. 물론 마크도 나도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상스러운 표현은 절대로 결코 하지 않는다.

자기 일에 책임감이 강하고 언제나 협동정신이 강하며 지도력이 뛰어난 아주

성실하고 자기 전문분야에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해병대 출신의 마크다.

마크가 애용하는 애마는 기아 자동차다. 마크가 없는 날은 근무도 지루하다.

마크는 정의감이 강하고 항상 공정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며 쓸데

없이 말 많고 게으르고 눈치보며 책임감 없이 얼룽뚱당 근무하는 자세를

제일 싫어한다.

지금은 새벽 3시 쏟아지는 피로감에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다.

한주 근무를 맞추고 나면 늘 하루 이틀은 피로감 회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팔다리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피로감을 느낀다. 푹 쉬고 3월 4월 근무 또

열심히 하면 5월 말에 다시 2차 휴가를 갖게 될 테니 하고 싶은 공부하고 영화

보고 그러면서 주어진 귀한 휴가 시간을 보낼 것이다. 휴가 기간만이라도

직장과 업무는 일상에서 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