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낮 잔인한 4월은 이제 종착역을 향하여 질주하고 있다.
4월 27일 금세기 가장 뛰어난 첼리스트 가운데 단연 독보적인 므스티슬라바
로스트로포비치가 영면한 날이다. 구소련 공산체제하에서 소련의 민주화를
위하여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산더 솔제니친과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더불어 헌신한 위대한 한 예술가가 생을 맞춘 날이기도 하다.
스승인 카잘스의 무반주 첼로 곡 전곡과 로스트로포비치의 무반주 첼로 곡
전곡을 들어 보면 인생은 가랑잎과 갖고 유한하며 일장춘몽 같다면 예술은
길고 영원하다는 말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되새겨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위대한 예술가는 영면하였지만 그의 손끝과 영혼을 통하여 연주된 곡들은
무한한 감동과 기쁨으로 잔잔하게 우리 영혼을 감싸주고 위로와 안식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도 남는다. 올 봄은 유달리 불규칙한 일기변화로
힘든 지구촌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현대인의 생활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함은 고사하고 보통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는 차분하게 앉아서 시집과 산문 한 권 손에 들고 정독은 물론하고
즐길만한 마음의 여백이 없다. 그저 허둥대기 바쁘고 누적되는 피로와
일상으로 돌고 도는 단조로움에 빠지기 쉽다. 아마도 그래서 오래 전부터
서양사회는 휴가란 제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얼마나 우리 인간에게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 중에
하나인지 모른다. 그런 스트레스를 균형을 맞추어서 살아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긍정적인 스트레스로서 생활의 자극제와 활력소가 되는 것이
있는 가 하면 그와 반대로 건강을 해치는 부정적 측면의 스트레스 또한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부정적 측면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과 양식이 있다 하겠다. 어떤 사람은 골프와
운동이나 등산 같은 산행이 있다면 어떤 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독서를 하고 어떤 이는 산과 들로 여행길에 오르거나 어떤 사람은
봉사활동을 하고 다양한 생활양식으로 즐거움과 마음의 여백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독서와 좋은 음악과 만남이라면 단연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와 그가 들려주는 불멸의 예술혼이 담긴 바흐의 <무반주 첼로>는 단연
압권이다. 더불어 그의 스승인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로 듣는 <무반주 첼로>는
제자인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가 강렬한 에너지를 통한 곡의 해석이라면
카잘스의 연주는 유연하고 잔잔하다는 차이가 있지 않을 까 싶다. 이런 예술혼을
바탕으로 창작되는 캔버스 위에 붓질을 통한 그림 역시 그리는 사람의 영혼의
색깔과 지성과 열정과 이지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그 한 예가 20세기
화단의 지성 앙리 마티스를 꼽지 않을 수가 없다. 이지와 지성으로 빛나는
예술혼을 수 없는 명작으로 남기고 떠난 마티스 그의 그림을 감상하노라면
가슴에 뜨거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열정 가득한 붉은 색과 간결한
구도와 단아하면서도 깊고 수려한 색감의 조화와 담긴 상상과 에너지를
영혼 깊이 감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죽는 날까지 철이 들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맑은 영혼으로 살다가 가고
싶다는 한 예술가의 멘트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파란 하늘처럼 투명한
수정체 같은 영혼을 소유하고 살아가는 천진난만한 어른들을 바라 볼 때만큼
일상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때는 없다. 그런 분들로 하여금 세상은
충분히 살아 볼만하다.
아름다운 생각과 가치관과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혼의 창 밖 정경은
회화성 높은 가치 있는 한 폭의 유화를 바라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싶다.
인간으로서 한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를 만나 참사랑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아끼며 깊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진실된 배려와 인격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감동이 아닐 수가 없다.
인간 실존의 진실이 홀로이며 고독이라면 그 고독을 함께 인생이란
수레바퀴에 싣고 나누어 짊어지고 살아가는 그 아량과 따듯한 가슴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이며 일상의 행복이요 영혼의 한 가운데 서있는
늘 푸른 상록수 한 그루가 되기에 충분하다.
잔인한 4월은 물러가고 늘 푸른 5월이 다가오고 있다.
비지스의 노래
꽃들 가운데서도 단연 독보적인 꽃은 장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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