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손을 놓고 조용히 있고 싶다.
마음과 육신이 너무나도 피곤하고 지친다는 느낌에 독서도 그 어떤 것도
모두 손에서 놓고 있고 싶다. 팔레트를 잠시 손에 들고 이젤 앞에 앉아 있는
것도 자판기를 두들겨 모국어로 독백을 하는 것도 모두가 과거와는 달리
쉽게 피곤을 느끼는 것이 이제 세월의 강물도 많이 굽이쳐 흘러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머물며 문득 뒤를 돌아다 보게 된다.
지구반대편 그 먼 나라 꿈의 섬 제주도에는 봄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져 온다. 아…문득 봄비가 그립다. 봄비라는 어휘를 들어보고
느껴본 적이 얼마나 오래된 옛이야기 이던가. 봄비 하니 아득한
기억 저편 보리 고개시절에서 서성이는 옛 가수 김추자가 생각이
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나 보다.
이 글을 시작한지도 몇 날 손을 놓고 엄두를 내지를 못하고 만다.
슬럼프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느낌이다. 그저 직장근무나 성실히
하고 퇴근하고 나면 늘 하던 독서도 손을 놓은 지 여러 주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책들이 그저 쌓여있다. 이 한가운데 그리움의 꽃이
물안개처럼 영혼 한 가운데서 피어나고 있을 뿐이다.
파파가 간절히 그립다. 파파와 함께 지나온 세월의 흔적 위에 전화를
드린다고 마음 먹고 있다 가도 근무와 늘 바쁜 일과로 잊어버리기
일수 그 보다 도 예전처럼 파파에게 매주 손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드릴 수는 없다 하여도 한 달에 한번만이라도 보내드릴 수 있는
내 자신이었으면 좋겠다. 좀더 늙으시면 그때는 편지를 쓰시고 싶으셔도
쓰실 수 없으실지도 모르실 파파라고 생각하니 더 지난날이 그립다.
파파 나를 낳아주시지 않으셨지만 언제나 아낌없는 사랑을 부어주셨고
지금도 부어주시고 계신 나의 영원한 아버지가 아니시던 가. 참된 인생
즉 진실되고 정직한 삶과 참사랑과 배려하는 마음과 이지와 지성을
가르쳐주셨던 아버지 파파가 을씨년스런 봄날의 초입에서 이 지상의
그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파파의 자리란 사실을 의식하며 더욱이
애절한 마음으로 그립다.
한밤이 넘은 하얀 밤의 중간 정도의 시간인 지금 어둠이 내린 창밖에는
세찬 강풍이 몰아치고 나무든 창문이든 무엇이든지 휘어잡고 죽자 살자
뒤흔들고 있다. 아니 문득 걱정이 된다. 지금부터 15시간 반 후에 숙명의
라이벌이자 숙적인 일본과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경기가 개최된다는 데
이리도 세차게 강풍이 불면 어찌될꼬 하는 엉뚱한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이런 것을 두고 걱정도 팔자라고 하지 않을 까 싶다. 우리들의 선조가
수 천년 동안 지켜온 모국 대한민국 팀이 숙적 일본 팀을 단결된 애국심과
지혜로 일본의 그 시건방지고 오만 방자함을 자근 자근히 밟아주는 멋진
승부로 일본 감독 하라의 말대로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중국 남경대학살, 관동대지진, 기타 생체실험이란 그리 멀지 않은
현대 역사를 통하여서 우리 세대가 배워왔고 또한 사할린과 중앙아시아의
유랑민으로 전락하여야 되었던 우리 선조들인 고려인들, 조선족, 해방
전후의 일본교포들, 우리들의 위안부 할머니들과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나
우리들의 선조들의 한이 맺히고 피가 맺힌 역사를 되돌이켜 보면서
경기란 꼭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게 마련이지만 승리 여신의 미소가
모국 대한민국에게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한 이 거칠고 성난
강풍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잠이 들기를 바란다.
이런 경기가 있을 때면 늘 생각하게 되는 것은 정체성이 아닌가 싶다.
성장하고 교육받고 직장생활하며 살아가는 문화적 배경과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왔고 남은 생애도 살아가야 하며 뼈를 묻어야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어떤 마음의 자세여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할 때면 잠시 침묵이 흐르게
된다. 그러나 한국팀이 승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왠지 모르게
눈 가장자리가 촉촉히 젖어 옴을 느끼게 되며 눈물이 솟구치는 전율을
느낀다. 나의 사랑 나의 모국 한국이여 영원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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