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병상에서

붓꽃 에스프리 2009. 11. 21. 16:09

  

  Pieta - Michelangelo, 1499

 

 

어제는 출근하려고 일어나니 이런 평상시와는 달리 갑자기 두러 눕고 싶고

약간의 구토증세 비슷한 느낌으로 출근하기가 싫은 것이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는 근무하고 결근을 하던지 하여야 하는 일 출근하니 자그마치

직원 네 명이 다들 아파서 약을 복용하고 야단법석이고 한 사람은 줄줄 흐르는

콧물에 티슈 한 두루마리를 다 쓸 정도였다. 너무나도 아파서 주저 물러 앉는 줄

알았다가 겨우 근무를 맞추고 귀가하니 이게 왼 일 시작되는 설사로 잠시를

앉아 있을 수가 없고 밤을 지새우고 말았다.

 

한밤에 약국을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응급실을 갈 정도는 아니고

왜 그렇게도 아래 배가 살살 아픈지 먼동이 터서야 전화를 걸어 약을

전달받아 복용을 시작하고 두러 눕고 겨우 몸을 추스려 직장에 결근신청을

4일간 하고 나서야 침대에 그대로 침몰하고 말았다. 24시간 물 한 모금

입에 댈 수가 없었다. 무엇이든지 들어가면 주룩 주룩 설사를 하니

무조건 굶는 것이 이런 때는 경험상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다.

 

그러기를 몇 시간 도저히 더는 온몸이 부서져 내리고 탈진상태에 가까워

견딜 수가 없어 천근 만근 무거운 머리를 들고 일어나 2차로 약을 자신에게

투여하고 몸을 간신히 추스려 일어나 소화가 가장 잘되는 밀 빵 두 조각을

칠면조 햄과 더불어 마이크로 오븐에 데워 소태 같이 쓴 입을 양치질 하고

살기 위해 억지로 먹고 따듯한 콩나물 국물만 한 컵 마시고 다시 두통 약과

위장장애 복통과 설사에 복용하는 약을 복용하고 이렇게 그리운 인연

여러분들 앞에 단신을 올려야 할 것 같아 자판기를 두드린다.

 

문득 병상에 그녀가 생각이 났다.

멀쩡한 나 자신도 바이러스성 위장장애 독감에 휘둘려 이토록 힘들고

죽을 것만 같이 지치고 아파서 아무 것도 입에 댈 수가 없는 데 죽음을

목전에 둔 그녀의 암 투병이 얼마나 처절한 고통인가를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고 그녀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문득 어머니인 나의 맘과 파파가 눈물 나도록 그리워져 옴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린 시절 아파서 끙끙대고 앓으면 밤을 지새워 곁에서 물수건에

잠 못 이루시며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의 약손 아파서 꼼짝을

못하던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이방인이신 파파는 아들이 고통스러워 하니

이리 뛰시고 저리 뛰시면서 돌보아 주시던 아버지 파파 문득 너무나도

간절하게 그립다. 무저갱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아픈 몸으로 침대에

두러 누워 마음속으로 그리운 어머니와 아버지를 향하여 독백을 한다.

 

아 그런데 세월이 체질을 바꿔 놓은 것일까 밀 빵이 속이 제일 편하고

언제고 탈이 없다. 매운 음식은 속이 아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이며

짜고 기름진 음식 또한 고통이다. 이렇게 아파서 죽겠는데 문득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귀한 분으로부터 라오스에서 단신이 와 방명록에 기다리고

있었다.

 

칠순에 지구촌을 나 홀로 배낭을 메시고 버스를 타고 또 타면서

히말라야부터 동남아시아 각국을 홀로 여정에 오르셔서 여행 중이신

L 선생님으로부터 태국 방콕으로 돌아가신다는 소식이 왔다. 머지않아

귀국을 하시겠지만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었는지 모른다.

 

주어진 삶과 인생을 최선을 다하여 살아오신 분의 인생에 대한 열정과

패기와 넘치는 박진감은 하나의 감동이며 언제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인생과 사물을 바라보시고 살아가시는 모습은 우리에게 교훈이 되고도

남는다. 남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여정을 칠순에 떠나신 선생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실 날을 기다리는 마음 또한 겨울의 초입에서

하나의 잔잔한 기쁨이다.

 

너무나도 힘들다.

다시 누워야 하겠다.

이 작은 질병도 이토록 힘든 데 죽음의 고통은 어떨지……………

보고싶다.

내 영혼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인연들 인생의 지기들이........

별을 헤이는 마음으로 그 이름들을 되뇌어 본다.

사랑하는 내 모든 절실한 그리움들을 병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