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ck Child (1885-87). Tate Gallery, London - Edvard Munch
건강, 우리 인생에서 아마도 가장 소중한 재산 일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세상에 어떤 부귀영화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에서 자신의 건강을 호언장담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건장하고 멀쩡하던 사람이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치명적인 불치의 병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우린
목격 하기도 한다. 마치 그것은 결코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누군가의
일로만 생각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의 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우리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일생 동안 단 한번도 병원문턱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며 어김없이 독감 백신주사를 거의 매년 맞지만 지난해
부터는 맞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다고 독감에
안 걸린다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예방주사를 맞고도 독감에
걸려 죽도록 일주일을 아팠던 기억에 일종의 불신이 자리하고 만
것이다. 맞으면 앓는 정도의 차이가 덜 하겠지만 올해는 그냥
넘기자 한 일이 그르쳤나 결국 위장 장애 독감을 앓게 되었다.
탈수현상으로 인하여 일단 탈진상태에 빠져 몸을 추스르기 힘들다.
그렇다고 아무 음식이나 함부로 입에 댄다는 것은 다독이기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 할까 조심스러운 투병시간이다.
단식하는 사람들이 문득 병상에서 떠올랐다. 그래 일단은 24시간을
입에 아무 것도 대지를 않았다. 그냥 의도적으로 24시간을 단식하는
것과 지속되는 설사와 더불어 24시간을 굶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 까 침대에 두러 누워 생각하니 죽는 것이
별게 아니다 싶었다. 이 경계에서 조금 더 가면 의식불명이며
다음은 죽음이란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살기 위해서 먹는 다는
말은 이 단계에 해당되는 말임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병을 치유하기 위하여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탈수된 만큼
최소한의 곡기는 입에 대야 현상유지가 가능한 일 경험상 자신의
체질에 가장 잘 맞는 밀 빵에다 다른 어떤 기름기나 자극적인 것을
더함 없이 칠면조 가슴 고기와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어 겨우 24시간이
지난 후에 입에 대었다.
입맛은 소태요 깔깔하기 그지없고 맛도 모르고 그저 살기 위해
처방된 항생제와 함께 진정 식사가 아닌 약으로 먹는 일이었다.
항생제의 남용을 생각하면 그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였다. 약이라면 가능하면 복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원칙으로 하지만
그 또한 만능이 아니요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 않은 가.
밀 빵과 극소량의 숩으로 투병하기 이틀 어느 정도 속이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확신이 서는 사흘째 되는 날 비로소 콩나물 국으로
죽을 만들어서 한국음식을 입에 댈 수가 있었고 물 대신 대추와
생강을 넣고 끓여서 꿀을 넣고 마시며 다시 속을 달래고 엳으게
한 잔의 커피를 내려서 더도 들도 말고 세 모금만 마셔보니
그 맛이란 얼마나 그리웠던지 이 맛이다 싶었다.
월요일인 이 아침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친절하게도 휴식이 필요하면
수요일 하루 더 쉬라며 예정대로 수요일부터 근무가 가능하겠느냐고
안부전화가 걸려왔다. 몸을 추스르는 일만 남았고 예정대로 수요일에
복귀하며 그립다는 말로 대신하였다. 다음 날이 우리 미국의 명절
추수감사절 날 이기도 하다. 참으로 많은 것을 얻은 시간이다.
건강은 존재의 실존 그 자체라면 작은 것 하나 조차도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영혼들과 병상에서 하루 종일 24시간 하고도 몇 날 몇 일 또는 무기한
죽음의 문턱까지 두러 누워 지내는 영혼들의 그 고통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 다 하겠다.
우리가 피곤할 때는 눕고 싶어하고 잠을 자고 싶어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정해진 시간의 간격이라면 아파서 온종일 침대에 두러 누워
있는 것 또한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일단 오래 두러 누워 있으면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도 일어나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어른들 말씀이 하나도 틀린 말이 없는 것이 일이 보배요 건강이
제일이란 말이다. 특별히 소중한 인연들의 진심 어리고 가슴으로 전해주는
배려의 위로와 정감 어린 영혼의 손길 위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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