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그리움이 없다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붓꽃 에스프리 2010. 2. 20. 06:38

 

 

 

 

휴무 날 하루를 마감하고 집에 돌아오니 간밤은 어찌나 골이 아팠던지 아무 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이 나이에 다시 15장도 넘는 텀 페이퍼를 쓰느라고 퇴근 후

밤을 새워 써야 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고 그리고 하루를 마감하니 배도 고프고

눈이 아파오고 수면부족으로 피로가 밀려와 샤워 후 그대로 만사를 제쳐놓고 침대로

침몰하고 눈을 떠보니 아침 8시 아이구야 오랜만에 게으름 좀 피워보자 하고 다시

얼람을 고정하고 다시 눕고 일어나니 정오 이제는 진짜로 일어나자 작심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기 위하여서 헤이즐 넛 커휘를 한잔 내리고 나서

창 밖을 내다보니 화창하기 그지없다. 얼마 만에 만나보는 화창함 이던가. 그대로

채비를 하고 공원의 잔디밭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결정은 일단 집안 대청소를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환기도 시키고 먼지도 모두

털어내고 말끔하게 주변환경을 정리하고 평안히 앉아서 독서도 하고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도 쓰고 말러 교향곡 5번을 오늘은 전곡 감상하는 것이 작은 목표가

되었다. 오랜만에 그저께 밸런타인 날 아침에 캐나다에 계신 80노인이신 사랑하는

아버지 파파에게 전화로 교회가시기전에 사랑하는 마음 전해드리면서 드린 말씀이

파파, 열정은 아직도 가슴에 살아있는데 그전처럼은 편지가 안 써져요. 그 점이

저도 안타까워요. 그리고 카드도 잘 받았어요이었다.

 

언제나 온유하신 파파가 하시는 말씀은 항상 변함이 없는 마음이 담긴 내용이다.

예야, 일상이 바쁘고 피곤하니까 그렇지 않겠니 그러나 나는 네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안단다. 나도 늘 너를 언제나처럼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다.” “파파, 파파가 제가 살아가야 하고는 존재의 이유기도 하지요. 안녕히 계세요.

다시 전화 드릴게요. 파파, 사랑해요.” “그래 나도 너를 언제나 사랑한다. 고맙다.

잘있거라.”

 

일단 창문을 다 열어 제치고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나니 늘 놀러 가는 노신사의

오솔길에 노르웨이 국민음악가 그리그의 현악사중주 2번이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반갑던지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전곡을 듣노라니 봄이 저만치

오고 있씀이 분명하다 싶었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 다시 일어나 자판기를

두드리고 남은 텀 페이퍼를 맞추고 나니 저녁시간이 가까워온다.

 

먼저 매일 들려야 하는 곳을 들리고 끝마무리한 텀 페이퍼를 제출하고 자목련이

다져 낙화되어 온통 더럽혀진 보도 위로 서늘한 바람이 스쳐간다. 저 멀리 어둠

속에 불빛이 봄이 오고 있씀을 전해준다. 아들 딸 같은 젊은이들과 같이 늦게

이 나이에 머리를 맞대고 굳어진 머리를 다시 재가동시킨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으며 그들 보다 몇 배의 진지한 시간과 열정과 노력이 필요함은 두말을

할 나위가 없다. 오늘만은 밀려오는 피로감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왜 그렇게 요령만 피우고 뭐든지 쉽게 하고 얼룽 뚱땅

넘어가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무엇인가 열정을 바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고 온통 어떻게 하면 쉽게 만사를 쉽게 넘어가나 하는 요령만

피우거나 찾는 모습뿐이다.

 

하루가 또 지나 그 화창하던 날씨는 달음박질하여 도주하고 창 밖은 온통

회색 빛이다. 다시 기온이 내려간다고 일기예보는 나오고 타이거 우즈란

녀석은 꼴불견으로 제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기자회견도 아닌

회견을 하여서 불륜을 인정하였다는 허접한 뉴스가 나오고 더도 들도 아니고

브람스 피아노 사중주가 딱 어울리는 날이다. 봄날이 열리는가 싶더니 순간

어디로 달아나 버렸다.

 

주의 첫 근무를 맞추고 퇴근하니 간밤에는 어찌나 피곤한지 아무 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근무 중 하지 않던 실수도 하니 제롬이 놀래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마음이 어디 가 있느냐고 하며 노우 카멘트라고 하던 날

그대로 샤워 후 침대로 침몰하고 말았다. 멀리 있는 귀한 벗으로부터 소중한 날을

기억하며 따듯한 축복의 말과 더불어 소식이 왔다. 내님은 메세지를 남기시고...

 

살아가는 동안 문화의 정서상 각기 다르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에서는 소중한 날...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진정 사랑하는 사람 그 귀한 인연을 가슴에 담고 기억하여주는

깊은 배려와 관심과 사랑을 전하여주는 날 그저께는 하고프 아저씨 내외 분으로부터

따듯한 소식과 더불어 그리운 너를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시간이 허락되면

부디 방문하라는 글과 더불어 도착하였다. 그 모든 사랑과 그리움 앞에 눈물이 앞선다.

 

매년 세 사람 그날이 오면 하늘이 무너져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피부색도 다른

동생을 아들을 조카를 일생을 두고 빠짐없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기억하여주는

모두가 인종도 다른 내 지체와 같은 영혼들 세 사람 지금까지 이 먼 길을 함께

걸어왔다.

 

지난날을 뒤돌아 보며 바로 그날 나는 먼저 그 모든 사랑의 손길을 이 한없이

가난한 영혼에게 허락하신 지극히 높으신 그분께 이 아침 감사의 기도를 마음으로

바친다. 조용히 단아한 마음으로 내 영혼이 곤고하고 지치고 힘들고 고독할 때

한결 같은 영혼의 색감과 향기와 격조로 곁에서 시공간을 초월하여서 함께 하며

감싸 안아주고 손잡아주고 격려하여준 손길들을 기억한다. 차라리 눈물겹다.

 

오늘 따라 두통에다 온몸이 아프다.

이 아침은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3 <베르테르> 전곡으로 내 모든 마음을

대신하고 싶다이 아침에 내 모든 절대 사랑들과 인연들이 한없이 그립다.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 보면 인생이 얼마나 한없이 짧고 덧없는지 허나 사람들은

이웃과 누군가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관심과 귀 기울임 보다는 극단의 이기적인

생각과 극한의 대치로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보고 즐거워하는 매조키스트적인

것을 자행하고 살아가며 스스로 왜 나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고 배려하지 안는가

하며 스스로 행한 처세와 독이 가득한 언어의 독설과 배설로 만들어진 고립된

영혼의 성채에서 힘들어 한다. 때론 그것도 스스로 배웠다고 떠벌리는 허접한

지성을 논하며 그러나 삶의 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든 연령의 고하와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와 부귀영화를 넘어서서 인간의

심리란 영혼의 저 깊은 기저에서는 관심을 얻고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가장

단순한 인간의 심리의 한 부분의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렇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작은 일상을 쪼개어서 나눠주는 따듯한 시선과 관심 어린

말 한마디와 마음씀씀이는 곧 깊이 성찰할 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을 더 높이 쌓게 되고 배려는 더 깊은 배려를 이끌어 내고

따듯한 시선은 세상을 따듯하게 바라보게 되고 누군가를 따듯하게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허락한다. 누군가를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단순 명료한 진실이며 존재의 확인이며 살아야 할 이유다.

 

하늘이 완전히 우거지상을 하고 있는 회색 빛이다.

봄날은 어디로 잠시 달아나 버렸다. 비가 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