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가 자신을 잊지 않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한결 같은 영혼의 향기와 색감으로 깊고 수려하게 한결 같은 영혼의
별자리에서 기억하여 주는 그 특별하고 배려 깊은 손길만큼 또한 생의
큰 축복이 있을까...........
이지와 지성의 숲길을 함께 일생동안 손잡고 걸어가는 인생의 지기
그 보다 소중한 인연이 또 있을 까.....언제나 한결 같은 마음과
영혼의 향기와 순수로 바라만 보아도 행복을 주는 사람........
온유(溫柔)에 대하여 - 마종기
온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그 사람 빈집 안의 작은 불꽃이
오늘은 더욱 맑고 섬세하구나.
겨울 아침에 무거운 사람들 모여서
온유의 강을 조용히 건너가느니
주위의 추운 나무들 눈보라 털어내고
눈부신 강의 숨결을 받아마신다.
말과 숨결로 나를 방문한 온유여,
언 손을 여기 얹고 이마 내리노니
시끄러운 사람들의 도시를 지나
님이여 친구가 어깨 떨며 운다.
그 겸손하고 작은 물 내게 묻어와
떠돌던 날의 더운 몸을 씻어준다.
하루를 마감하는 내 저녁 속의 노을,
가없는 온유의 강이 큰 힘이라니!
나도 저런 색으로 강해지고 싶었다.
불타는 뜬구름도 하나 외롭지 않구나.
모진 세월의 풍상과 더불어 내면으로 곰삭고 곰삭아 깊은 맛을 내는
영혼의 숙성 그 향기로운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상큼함과 깊고
담백한 그 향기나는 소중한 한결 같은 인연 하나.....
귀 기울이는 사랑 - 이해인
항상 잘 듣는 이의 모습은 항상 아름답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가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요?'
저의 사소한 문제들도 유심히 귀기울여 듣고
자신의 일처럼 염려하는 당신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습니다
해결의길에선 아직 멀리 있어도
제 말을 잘 들어준 것만으로도
이미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온몸과 마음을 집중해서
저를 들어주는 당신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했습니다
중간에 끼어들고 싶을 적이 없지 않았을 텐데도
저의 말을 하나도 가로막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 당신의 인내에 감동하면서
저도 그리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판단은 보류하고 먼저 들어주는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 배웠습니다
잘 듣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것
편견을 버린 자유임을 배웠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말을 많이 하고
주제넘게 남을 가르치려고 한
저의 잘못이 떠올라 부끄러웠습니다
소리로서의 말뿐 아니라
저의 사소한 행동과 상황에도
민감하게 귀기울이며
제가 해야 할 바를 넌지시 일러주는
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질 들어주는 이가 없어 외로운 이들에게
저도 당신처럼 정성스런
사랑의 벗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듯 성한 갈망을 갖게 해주신 당신에게
늘 새롭게 감사드립니다.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 이해인
먼 하늘
노을지는 그 위에다가
그간 안녕 이라는 말보다
보고싶다는 말을 먼저하자...
그대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아련한 노을함께 보기에 고맙다
바람보다, 구름보다
더 빨리 가는 내 마음,
늘 그대 곁에 있다.
그래도 보고 싶다는 말보다
언제나 남아 있다는 말로 맺는다.
몸과 마음이
무게를 덜어내고 싶을 때마다
오래도록 너를 그리워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벼워야 자유롭고
힘이 있음을 알고 있는 새야
먼데서도 가끔은
나를 눈여겨보는 새야
나에게 너의 비밀을
한 가지만 알려주겠니?
모든 이를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끈끈하게 매이지 않는 서늘한 슬기를
멀고 낯선 곳이라도
겁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담백한 용기를 가르쳐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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