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희망은 쏘아 올리는 것

붓꽃 에스프리 2010. 3. 6. 01:26

 

 

겨울의 끝자락이 아직도 계절의 창가에 걸쳐있구나 싶었는데 어느덧 봄이

서성이고 있다. 자목련도 다 지고 연초록의 새순만이 나목에 새 옷을

입히고 새해가 된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데 벌써 3월 초나흘이

되었다. 우리에게 들려오는 소식은 모두가 우울한 것들뿐 칠레의 지진과

해일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피해와 이 시대의 스승이신 법정 스님께서

서울 S 병원에서 폐암으로 투병 중이신데 위중하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 연세 78세가 되시는 스님과 동시대를 살아오신 또 다른 수도자 이시며

같은 시기에 암 투병을 함께 하고 계신 이해인 수녀님의 신간 시집을 어제

오랜만에 들린 한국어 서점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운송해 들여오자마자

수녀님을 아끼는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미 다 나가고 딱 한 권만이

남았다고 한다. 암 투병을 하시면서 깨닫고 성찰한 자아의 멜로디를 주옥

같은 시어로 풀어낸 신간 <희망은 깨어 있네>는 수녀님의 다른 저서들과

달리 그 내용에 있어서 인생에 대한 깊은 관조와 자각이 담겨 있어 내용에

있어서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와 같이 깊이

교훈적이며 하나의 인생의 지침서와 다를 바가 없다.

 

이 두 위대한 스승들의 인생론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 속의 삶과 인생을

많이 생각하게 한다, 더 나아가서 나와 타인과의 관계설정에 대하여서도

명쾌하게 서술하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는

주어진 생애를 필연적으로 마감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늙어가는 과정은 물론 늙어가며 살아가는

현실과 병마와의 투병등 인생은 불교의 사상을 빌리지 않아도 때로는

고해 그 자체이다.

 

암과 투병하는 과정도 처절하다면 치매로 자신을 잃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도 모르고 살아가는 과정이나 정신병에

시달려 늙음을 처절하게 맞이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생각한다면 축복이라면

누구든 좋은 것만 우리는 통속적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면 한 생애를 마감하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찰라 또한 무한한

축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겨울과 올 봄은 유난히도 일기가

예측불허로 오후 한나절은 초봄 햇살이 눈이 부시다가도 밤늦게는 다시

실비가 되어 보도를 적시고 낙숫물도 추적이고 아직도 차가운 기운이

가득한 바람이 살랑거리고 종을 잡을 수가 없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법정 스님의 저서 <산에는 꽃이 피네> 가운데서

행복의 조건을 휴무 이틀간 오랜만에 망중한에 독서를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인간은 무한대로 흐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실존 자체도 흐르는 강물 같고 침묵을 황금율로 설파하고 있다.

두 마디 할 것이면 줄여서 한 마디만 하고 더 나아가서 진정한 침묵도

우리 스스로 자아성찰을 위하여서 필요 불가결한 것으로 논하고 있다.

 

시간의 노예로 전락된 현대인의 빨리 빨리가 일상화된 삶 가운데서

진정으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 여백의 시간이 없씀으로

인한 인성의 고갈과 진정한 행복의 조건을 간과하고 산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세상에 우리가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이지

세상이 우리에게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인간관계 또한 모두가 다 내 마음과 같을 수도 없고 같은 취미나

인생의 가치관이나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 같지 않아야 마땅한 일이다.

모두가 복제된 인간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누구나 하고 다 같다면 얼마나

끔찍하고 무미건조한 일인가. 각기 다르기에 각기 다른 분야에서

각자 맡은 소임을 다함으로 사회는 공존하고 존재하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하고 행동양식에 있어서

가벼워서는 아니 된다는 사실이다. 나이에 걸맞은 처신과 언행을

갖추어야 그것이 바로 사람의 도리란 사실이다. 입은 무거울수록

사람다워진다. 굳게 굳게 자물통처럼 무거워야 신뢰란 것이 생성되고

사랑도 우정도 정도 서로간에 쌓이는 하나의 밀알이 되는 것이다.

 

한번쯤 이해인 수녀님의 신간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와 법정 스님의

수상록 <산에는 꽃이 피네>를 교훈적인 삶과 자아성찰을 위한 여과를

위하여 읽기를 권고하고 싶다. 이 간결한 책의 서술은 우리를 무한한

영혼의 충만과 정결함의 길로 인도하고도 남는다. 인생은 지극히 짧다.

그럼으로 좀더 깊이 있게 살것이며 결코 가볍게 행동은 물론 처신을

하지 말지어다.

 

덕이 되지 않는 일이나 일상에 소모하고 낭비할 시간은 없다. 시간과

세월은 하염없이 쉬지 않고 흘러감으로 생산적이고 가슴 따듯하게

살아가야 진정으로 가치있는 삶과 일상이며 의미있는 인생이요

존재의 의미가 아닐까. 15세기에 창단된 드레스덴의 교향악단을

지휘하던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의 2악장 멜로디처럼은 아니어도

우리 모두는 누구나 막론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희망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부르고 깨우는 희망!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 암이라는 파도를 타고 다녀온 ‘고통의 학교’에서

나는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입니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여유,

힘든 중에도 남을 위로 할 수 있는 여유,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유, 유머를 즐기는 여유, 천천히 생각할 줄 아는 여유, 사물을 건성으로

보지 않고 의미를 발견하며 보는 여유, 책을 단어 하나 하나를 음미하며 읽는

여유를 이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아침에 잠이 깨어 옷을 입는 것은 희망을 입는 것이고, 살아서 신발을

신는 것은 희망을 신는 것임을 다시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전에는 그리

친숙하게 여겨지지 않던 희망이란 단어가 퍽 새롭게 다가오는 날들입니다.

 

희망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불어야만 오는 것임을, 내가 조금씩

키워가는 것임을, 바로 곁에 있어도 살짝 깨워야만 신나게 일어나 달려오는

것임을 다시 배워가는 날들입니다. - 이해인 

 

세월

 

물이 흐르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물이 흐르고

 

하늘엔 흰 구름

땅에는 꽃과 나무

 

날마다 새롭게

피었다 지는 동안

나도 날마다 새롭게

피었다 지네

 

모든 것이 다 내어주고도

마음 한켠이

얼마쯤은 늘 비어 있는

쓸쓸한 사랑이여

사라지면서 차오르는

나의 시간이여

 

지혜로운 사람

 

싫다 좋다

옳다 그르다

판단의 말을 충동적으로

쉽게 하지 않는 사람

 

좀체 화를 내지 않지만

남에게 조금이라도

언짢은 행동을 했다 싶으면

즉시 용서를 청하는 사람 

 

남에게 잔소리와 넋두리를 안 하고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사람

 

선한 일을 하고도

생색내지 않고

고요히 침묵하며

담백한 표정을 짓는 사람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남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에도

사랑의 배려가 앞서는 사람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런 표정과 몸짓으로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사람

 

다산의 말

 

“남이 어려울 때

자기는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먼저 은혜를 베풀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의 오만한 근성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벼운 농담일망정

‘나는 전번에 이리저리 도와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소리를 한 마디라도

입 밖에 내뱉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말이 한 번이라도

입 밖에 나오면 지난날 쌓아놓은 공덕이

하루아침에 재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 속의 이 말을

하루에 몇 번씩 되새김하면

다산 초당의 청정한 바람 소리도

가까이 들려오는 기쁨

 

기껏 좋은 일 선한 일 하고도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여

향기를 달아나게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바로 나라고 고백하는 사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푸른 기침 소리

 

큰 죄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남의 탓만 하는 것

 

남의 마음

크게 상해놓고

용서 청하기보다는

변명만 늘어놓는 것

자리에 없는 사람

이유 없이 험담하는 것

입만 열면

사랑을 설교하며

실제로는 사랑하지 않는 것

나뿐 말을 되풀이해

죄 없는 사람

죄 짓게 만드는 것

 

그리고 또…

작은 일에 감사할 줄 모르고

아름다운 일에

조금도 감동할 줄 모르는 것

큰 죄를 모르고 사는 것이

사실은 큰 죄가 아닐는지

 

이해인 수녀님의 신작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중에서

교훈적인 내용이라 순수한 마음으로 여기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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