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창 밖으로 눈부신 금빛햇살이 연 초록 나무 위에 흩뿌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아름다운 날이다 하는 생각을 안겨주더니
이게 왼 일 깊은 밤이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귓가에
낙숫물이 잔잔히 멜로디가 되어 들려오는 생각지도 못한 이변이
부활절이 막을 내리는 시간에 일어났다.
초저녁 속이 울렁거리고 메시껍다며 여기 저기서 혈압이
올라갔던지 아니면 빈혈증이 생겼나 보다고 하소연을 하는 일이
여기저기서 전해져 왔다. 그런데 이게 왼 일 문득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만 같은 느낌에 골이 지끈거리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지진이 났어 한다. ‘아니 뭐라고…당장 아이폰을 열어봐 뭐라고
하나…’ ‘ 멕시코에 진도 6.9짜리 지진이 났데…그리고 우리 동네도
흔들렸어……그래서 속이 울렁거리고 운전 중에 이상하게 운전대가
흔들려 옆을 보니 차들이 흔들 거리더라고………’ 지진이었다.
텅 빈 거리에는 어둠이 내린 지 오래 되었고 봄비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안쳐주는 안정제 역할을 한다. 4월이면 꼭 잊지 않고
기억하여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다면 파파의 생신이 되겠다. 비가
내리는 깊은 밤 베토벤의 소나타를 들으면서 차를 운전하고 겨우
대 여섯 대의 차가 주차하고 있는 상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들어가 차근차근히 자신이 전하고 싶은 마음의 메시지와 일치하거나
근접한 내용과 디자인이 담긴 생일 카드를 읽어보고 들춰보고
이제는 세월도 많이 흘러 단 1불이나 될까 하던 것이 5불에 가까운
하나의 작은 행복을 들고 상점을 나섰다.
누군가를 일생을 두고 변함없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기억하고
추억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축복이다.
참 진실한 사랑과 우정은 늘 한 자리에서 상록수 같은 모습이다.
옳고 내림의 기복이 있는 출렁이는 그런 어지럼증 같은 것이
아니다.
일생을 두고 함께 걸어온 길 그것이 아버지 파파와 아들의 길이다.
늘 같은 한 자리에서 변함없는 헌신적인 사랑과 믿음으로 가만히
귀를 기울여 인생의 고뇌와 아픔을 들어주시고 때론 가차없이
잘못을 지적하여 주시며 사랑의 회초리를 들어주셨던 이제는 늙으신
인생의 진정한 멘토어 이신 파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싸한
세월이 되었다. 브람스를 베토벤을 모찰트를 차이콥스키를 가르쳐
주셨던 파파 그리고 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건네 주셨던 손길
그 젊음과 패기 넘치시던 파파의 사십 대가 문득 그립다.
언젠가는 떠나 보내드려야 하는 사랑하는 한 영혼의 안식처요
둥지인 파파 그리고 뒤를 이어 언젠가는 또 떠남을 하여야
하는 인생이란 여정 위에 흐르는 요절한 노르웨이의 가수
Jan Werner Danielsen의 감미로운 흘러간 올디들 내리던
비는 멈추고 창 밖은 밝은 날이 되었다.
사람이 죽어도 남는 것이 있다면 예술일 것이다. 초저녁 찾아온
친구 S가 한 작품이 팔렸다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같이 하이
화이브를 하고 한턱 쏘라고 농을 하니 그러마 한다. 시원 시원하고
깊이가 있는 그녀의 작품이 아니던가. 예술이 존재치 않는 세상은
속이 텅 빈 강정과 다를 바가 없다. 빵으로만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역으로 영혼의 양식도 우리에게는 필요한 충분조건이다.
오늘은 침묵하고 싶다. 때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있고 싶은 날이 있다면 봄비가 내리고 지진이 스쳐간 바로
오늘 이불 덮고 영육에게도 안식이란 선물을 주고 싶다.
비는 우리를 차분하게 하는 마력이 있고 아버지란 이름은
우리의 버팀목이요 인생의 진정한 안내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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