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어둔 밤 깊어 질수록

붓꽃 에스프리 2010. 12. 17. 04:35

 

 

새벽 5 45분 휴무에 학교 수업도 없는 날 하얀 밤의 경계선이다.

모든 피로와 복잡하고 힘겨운 주변의 일들로 뒤범벅이 되어 있는

정황과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밀물처럼 밀려온 파고 높은

시련과 가슴무너지는 소식들 모두 차라리 그 조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연단의 시간을 묵묵히 지나가며 그동안 모자랐던 잠을

청하는 일이 가장 현명하다고 판단이 내린 간밤 어저께는 겨울바다

만큼이나 참으로 격렬한 하루였다.

 

전날 근무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도 발길이 무거웠다.

과연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한 인간으로서 늙어 간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깊은 사색과 고뇌와 갈등과

아픔과 상처로 피범벅이 되어버린 영혼과 일상의 언저리 그 모든

아픔 조차도 감사하며 살아가야 함을 깨달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지난 몇 해였다. 산다는 것 늙는 다는 것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우리네 인생길 그 얼마나 벅차고 힘겨운 여정인지 마치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2 6Vissi d´art/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

다를 바가 없다 싶은 날 이었다.

 

어저께 이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 얼결에 눈을 떠보니 휴무 날

그러나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10분전 얼마나 놀랬던지

화들짝 일어나 부지런히 세면을 하고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고

고속도로에 올라 달리 고 달려가는 길 위에 이슬비는 내리고

시야는 흐리고 길은 미끄러워 때론 자동차 타이어가 헛돌고

그런 아침이었다. 마음을 가라 앉치고 한잔의 커피를 손에 들었다,

 

그렇게 하루는 시작되었고 덧없는 시간은 흘러 돌아오는 길

어제 따라 내리던 출구에서 내리지 않고 다음 출구에서 내리고

싶었다. 내려야 할 출구에 거의 다 와서 교통체증은 시작되어

10마일이나 될까 싶은 느림보 거북이 걸음 같은 순간 쾅 하는

소리가 귓가 언저리를 물어 뜯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백미러를 바라보니 이런 뒤에 쫓아 오던 대형 츠럭을

그 뒤에서 쫓아 오던 대형 츠레일러가 들이받아 밀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사적으로 나는 차를 우측 지방도로에서 들어오는

연결 부분 빈 공간의 고속도로 진입로로 핸들을 돌려 차를 일단

빼고 난 후 다시 서행 선으로 들어가 출구에서 정신 없이 내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멍한 정신으로 운전을 하고 귀가해 차에서

내려 차를 바라보니 천만다행으로 아무 일이 없었다.

 

 

놀랜 가슴을 진정시키고 하루의 마무리를 하노라니 가슴 무너지는

소식이 내 어른으로 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모든 정신은 나락으로

낙하하는 무중력 상태와 같았다. 아니 망치로 뒷 통수를 맞은 느낌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무너진 가슴을 안고 수억만리 태평양

건너에 계신 내 어른에게 수화기를 돌려 서로를 다시 확인하고 서야

모든 고통과 번민을 잠시라도 잊는 최선은 수면을 취하는 것이기에

잠자리에 들고 말았다.

 

창 밖은 칠흑 같이 어둡고 흐린 초겨울 오후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2 6장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몇 번을 반복을 하여 듣고 또 들으면서

내님의 고통과 시련과 억장이 무너진 가슴의 고통을 헤아리고 또 헤아렸다.

 

그리고 얼마를 잤을까 수화기가 울린다.

간신히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주문한 허만하 선생님의 신작시집

<바다의 성분>이 한국에서 도착하였다고 단골 한국어 서점에서 연락이 왔다.

고속도로 위에서의 만난 대형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의 기억으로

운전대를 잡고 싶지않았다. 허나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둠이 내리고

차분해진 시간 위에 서점을 찾아 갔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고 읽고싶었던

귀한 쪽빛 하늘빛 같은 커버의 한 권의 시집을 손에 드니 모든 고통은 순간

잠시라도 내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서점의 서가를 잠시 둘러보니 한 권의 시집이 시선을 매가 먹이를 낙아

채듯이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언젠가 만났던 이야기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 가 사정거리에 들어와 있었다. 다시

옆자리로 옮기니 참으로 진지한 사색과 문향 또한 깊고 이지에 빛나는

여류시인 신현림의 주옥 같은 산문집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류시화의 산문집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있었다. 류시화의 산문집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신현림의 산문은 두고 두고 다시 읽어도

될만한 사색이 담겨 있다면 류시화의 산문은 읽고 난 후에 손을 놓아버릴 것

같은 그런 산문이었다.

 

 

책이라고 다 소장하고 두고 두고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네 권의 책들을 손에 들고 어둠이 내린 길 돌아와 가장 먼저 노시인

허만하 선생님의 시집 <바다의 성분>을 열고 103 페이지 <그리움은

길을 남긴다>를 자판기 위에 두들겼다. 그리고 하얗게 눈이 소복하게 쌓인

그리움의 모국어 그 종착역 내 영혼의 지기 정원 장독대로 달려가 내려

놓았다. 노시인의 시어들이 머물러야 할 자리였다.

 

 사진 출처 - 영혼의 지기 사진첩에서 - 이 한장의 사진 정경 앞에 눈물을 쏟고 말았다...

 

 

2주전 특별히 영혼의 지기에게 부탁을 하였었다.

그 넓은 숲 속 정원에 아름답게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장독대 사진을

언제인가 눈 오는 날 구도 잘 잡아 찍어서 한번 올려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을 하였었다. 유년시절 어머니가 가을이면 큰 질그릇 항아리 안을 말끔히

닦고 불로 소독을 한 후 곰팡이 잔뜩 피어 오른 메주 솔로 닦아서 소금물에 넣고

숯과 빨간 고추를 띄우고 뚜껑을 닫아 오랜 세월을 기다리시던 날들 돌로

만들어진 장독대 그 옆에는 난초와 붓꽃이 가득하고 고염나무와 감나무가

있었던 후원 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를 만나 인연을 쌓아 간다는 것은 얼마나 신비롭고

놀라운 일인가? 영혼과 영혼 사이에 오고 가는 깊고 수려한 영혼의 교감

그것은 분명히 축복이다. 만나서 서로 시간을 함께 하고 한 잔의 신선한

커피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고 산을 오르고 여행을 같이 하고 다 좋다.

 

허나 그 보다 더 소중한 인생의 알파와 오메가는 영적인 내면의 교감이다.

내면의 깊고 수려한 심연의 교감이 없는 만남은 존재 앞에 허무 일뿐

깊은 장맛 같은 영적인 충만이나 삶의 진정한 원소와 같은 경험이나

느낌이나 기쁨은 결코 우리에게 부여할 수 없으며 다만 표피적 일뿐이다.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숙명적인 우리 인간의 존재 앞에 신앙이

있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다면 그 이상으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오고 가는 영적인 교감이다. 죽음까지 그리고

죽음이란 그 또 다른 완성 그 너머 영원까지 함께 걸어가는 심연의

교감이 없는 어떤 존재의 관계설정도 존재의 의미가 없다. 다만

오락과 쾌락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돌아와 우체통을 여니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젊은 날의 초상화는

온데 간데 없는 80 노구를 이끌고 오늘도 단아하시게 살아가시는

내 인생의 단 하나의 절대적인 진실, 사랑과 존경 그리고 영원한

영웅이신 이방인이신 아버지 파파로 부터 올 크리스마스 카드가

축복과 더불어 도착하였다. 파파의 보살핌과 사랑을 먹고 살아온

수 없는 지나간 세월들을 뒤돌아 본다.

 

단 한 순간 아들을 잊은 적이 없으신 아버지 아들인 나 또한

어느 한 순간 잊은 적이 없는 아버지 파파가 25년 전 건네주신

동전주머니를 지난주 잊어버리고 얼마나 눈앞이 아찔하였던지

모른다. 몇 날을 찾아 헤맨 그 작고 검은 동전주머니에는 너무나도

많은 추억과 사랑이 담겨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잘 것 없는

지갑에 지나지 않지만 나에게는 보석과 같이 개인적으로 소중한

것이다. 다행이 거의 한 주가 지나서 찾게 되어 얼마나 안도의

긴 심 호홉을 하였었는지 모른다.

 

이 한해도 이제 저물어 간다.

이 가을처럼 이 한 해처럼 격렬하게 살았던 세월들이 얼마나

오래 되었던가? 나에게 부여된 영혼의 지기와 함께 걸어온

지난 가을날의 에스프리도 이제는 깊어져 겨울 앞에 서있다.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인연들 앞에 이 작은 소회를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