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독백 - 파가니니가 흐르는 영혼의 집(1)

붓꽃 에스프리 2010. 12. 20. 06:21

 

 영혼의 벗이여!

 창밖 하늘은 칠흑같이 어둡고 겨울비는 찬바람을 타고 하염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진실한 인생의 벗이 마음담아 보내준 코나 커피를 일년내내  마시며 살아가는

 호사를 축복으로 누리며 이 아침 내려서 따듯하게 마시면서 이렇게 파가니니

 음악을 그대 두 내외분 앞에 내려놓습니다................

 

 파가니니가 흐르는 산속의 집 한 채 생각만으로도 가슴은 따듯해집니다.

 사람은 언제나 한결 같아야 하며 걷과 속이 같아야 한다라고 어제 오늘  

 생각을 거듭하고 또 하였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정직하여야 합니다.

 인생에서 좋은 벗을 만나 주어진 한 생애를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한다면

 우리 자신 스스로가 좋은 벗이 될 수 있는 도덕적이며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따듯한 가슴과 정직한 마음과 이지와 지성을 갖추고 향기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이중잣대를 자신과 타인에게 드려미는 표피적이며 가식적인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이버 역시 인간과 인간이

 서로 만들어 나가는 공동체이며 그 안에는 나름대로의 매너와 에티켓이

 있씀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자기중심적인 편리주의와 이기적인 이중잣대를

 상대에게 내밀고는 있지 않은지 한번쯤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언제나 있습니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영혼은 한결 같은 모습의 한결 같은 잣대와 가치관과

 시각을 기초로 하여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사이버에서나 현실세계로

 이끌어  내어 만났을 때나 그리고 만난 이후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을 때나

 사람은 한결 같은 모습의 유장한 흐르는 깊고 수려한 강물 같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실입니다.

 밥 한끼, 술 한잔 누구나 돈주고 사먹을 수 있는 일 입니다.

 그 밥 한끼, 술 한잔을 나누고 허허거리자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영혼의 깊고 수려한 교감이 있어야 합니다.

 현대인은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그 원인은 인성의 메마름과 모든 것이 표피적인 가식과 포장된 위선으로

 가득한 물질만능의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며 모든 순수와 순수를 기초로 하는

 가장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가치관과 시각과 영혼의 순수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적이고 내적인 깊이가 있는 교감이 없는 어떤 관계설정도

 위선이요 가식이며 진실의 결여로 우리는 치부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유한한 인생을 우리는 그런 허접한 작은 일상에 억매여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일주를 한다고 산을 오른다고 강둑을 산책한다고 술 한잔을 걸치고 순간의

 말초적인 감성과 감각의 오르가즘으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의 한계는

 거기서 머무는 것으로 전부가 됩니다. 그러나 인생은 그 이상의 것이란 생각입니다.

 

 수없는 죽음 앞에서 그 허무의 끝은 벼랑끝 일지라도 우리에게는 고귀한  영적인

 교감과 영혼이 함께 하는 내면세계가 있씀을 우리는 잊어서는 아니됩니다.

 모든 철학과 이지와 지성적인 산물들을 살펴 보아도 그 안에는 영원한 존재 가치

 혼이 담겨 있습니다. 하염없이 겨울비는 내리고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혼과 내면만은 한없이 따듯한 봄날 입니다.

 

 파가니니가 흐르는 그대 벗님의 숙소..............

 사이버에서 만나 수많은 세월을 함께 2대째 하는 남도 빛고을에 사시는 존귀한

 나의 벗님의 죽마고우가 되시는 한국 시문학 문단의 중심에 서계신 여류시인

 박라연 시인의 주옥 같은 작품을 편지대신 여기에 올려드립니다.

 

 모진 겨울비가 낙숫물과 함께 파가니니의 Cantabile, M.S. 109 in D major 와

 함께 창가에는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이 삭막한 현대인의 삶터 도시 한 가운데서

 이런 축복된 영혼 깊은 곳에서 그대 존귀한  벗에게 이 정결한 편지를 띄우는

 축복을 허락하신 그대 영혼 앞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겨울비 내리는 창가에서 - 그대 영혼의 벗 붓꽃 드림 

 

 

                                             영혼의 벗의 안식처 - 겨울 숲속의 집 한채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 박라연



나,
이런 길을 만날 수 있다면
이 길을 손 잡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네
먼지 한 톨 소음 한 점 없어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도 그도 정갈한 영혼을 지닐 것 같아
이 길을 오고 가는 사람들처럼
이 길을 오고 가는 자동차의 탄력처럼
나 아직도 갈 곳이 있고 씨뿌릴 여유가 있어
튀어오르거나 스며들 힘과 여운이 있어
나 이 길을 따라 쭉욱 가서
이 길의 첫무늬가 보일락말락한
그렇게 아득한 끄트머리쯤의 집을 세내어 살고 싶네
아직은 낯이 설어
수십 번 손바닥을 오므리고 펴는 사이
수십 번 눈을 감았다가 뜨는 사이
그 집의 뒤켠엔 나무가 있고 새가 있고 꽃이 있네
절망이 사철 내내 내 몸을 적셔도
햇살을 아끼어 잎을 틔우고
뼈만 남은 내 마음에 다시 살이 오르면
그 마음 둥글게 말아 둥그런 얼굴 하나 빚겠네
그 건너편에 물론 강물이 흐르네.
그 강물 속 깊고 깊은 곳에 내 말 한 마디
이 집에 세들어 사는 동안만이라도
나... 처음... 사랑할... 때... 처럼... 그렇게...
내 말은 말이 되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면
내가 내 몸을 폭풍처럼 흔들면서
내가 나를 가루처럼 흩어지게 하면서
나,
그 한마디 말이 되어보겠네

<출처> 박라연,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문학과지성사(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