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사랑의 편지

붓꽃 에스프리 2011. 3. 5. 06:44

아마도 늦가을 이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간암 투병을 하시고 계셨었다.

그해 늦가을 인자하시고 그 용모가 출중하셨던 어른이신 남도지방의 대대로 선조들 께서

그 역사를 자랑하는 선비의 자손으로 교육사업에 종사하셨던 선조들의 자손이셨다.

 

그당시 온라인에 있었던 할아버지를 위하여서 자손들이 만들어 놓은 블로그 타입의 홈페이지는

불이 날 정도로 수많은 방문자들이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드나들던 특별한 곳이었다. 모두들

할아버지의 투병생활을 위하여 마음을 다 모았던 지금 생각하여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계시다가 집으로 돌아 가셔서 남도의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그 당시

붓꽃은 그 어르신께 늘 자주 메일로 위로와 안부차 마음담긴 글을 보내드렸던 그런 시절이었다.

 

미국에 아들을 하나 두셨다고 하시며 우리 미국 아들이라고 호칭을 하시던 할아버지의 둘째

따님과는 특별한 우정을 동시에 나누던 그런 꿈같은 세월이었다. 그 해 겨울 할아버지는 긴

투병생활을 끝으로 하늘나라로 멀리 여정을 떠나셨다. 할아버지를 따르던 수많은 영혼들은

깊은 상실감과 슬픔에 잠겼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우리들은 해외에서 국내에서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오랜시간이 흐른후 가을날 모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귀한 인연이시자 친구가 되시는 벗님이신 둘째 따님께서 그당시 서울 신촌의 명문 Y 대

치대를 다니던 막내 아들이 사용하던 모바일 전화를 국내에 머무는 동안 사용하라고 손수

들고 멀리 남도 빛고을 광주에서 올라 오셨었다.

 

시간이 지나고 벗님이 서울을 올라 오셔서 손수 운전을 하시고 붓꽃을 데리고 광주로

내려갔고 그밤을 특별한 배려로 내가 한번쯤 인생에서 체험하여보고 싶었던 산사의

바깥채에서 하루를 도자기를 굽던 젊고 선한 영혼 농아 도예인과 하루를 나뭇잎과 별들만이

속삭이는 무등산 자락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남도의 역사적인

현장들 대원사까지 두루 경험하게 되는 큰 은혜를 귀하고 귀한 마음의 선물을 한아름 가

득받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전에 사시던 생가를 방문하고 하룻밤을 오랜 나무 마루가

있는 고택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밤을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생각하여도 꿈만 같다.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뵈올 수는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생가

구석 구석 대나무 숲 사이로 그리움이 되어 바람결에  다가오는 순간의 찰라에

에이는 가슴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리움으로 다가오던 인자하신 할아버지의 모습에

미칠 것만도 같았다. 그렇게 그 가을을 할아버지의 고향에 돌아가서 할아버지와 못다한

정분을 할아버지의 자손들과 함께 가슴으로 나누고 서울아버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수많은 세월이 흘러 다시 모국을 5년전 가을날 10월에 방문하게 되었다.

다시 빛고을을 내려갔다. 그리고 가을빛 가득한 삼성리 시골 산자락 밑에 큰 개울이

흐르는 곳에 있는 아름답고 소박하나 품위가 있는 숙소에서 다시 농아 도예인과

하룻밤을 이해인 수녀님이 머무시다 가신 방에서 머무는 축복을 받고 그리움을 뒤로

하고 서울로 올라와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멀리 동생의 배려로 문막 어느 휴양지로

우리는 늦가을 서리가 내린 11월의 첫주를 마지막으로 모국에서 보내고 귀국길에

올라 미국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세월이 그동안 흘렀다.

그러나 우리는 한결 같은 마음으로 서로 자주 연락이 없어도 늘 서로를 잊지않고

가슴으로 기억하고 머리로 생각하며 늘 만나지 않아도 영혼 한 가운데 살아 있는

소중한 인연으로 서로의 가슴에 자리하고 면면히 세월을 함께 흐르고 있다.

 

간밤 너무나도 피곤하고 그동안의 어려웠던 시간들 그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이

밀려오고 온몸이 아파와 꼼짝도 못하고 두러누워 자고 자고 자고를 반복하고

일어나니 아래와 같은 짧고 간결한 사랑의 편지를 놓고 가셨다. 할머니가 이미

되신 귀한 벗님과는 할아버지 때부터 이미 우리는 2대째 그 사랑의 길을 함께

걸어오고 있다.

 

한 편의 시............

그리고 그 밑에 달린 짧막한 멘트가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와 가슴과 영혼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 부족한 벗에게 전하고자 하는 우정과 사랑의 의미를

나는 알고도 남는다.

 

이 한 편의 시가 그리고 그 밑에 짧고 간결한 멘트가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지를

가슴과 영혼으로 알고도 남는다. 

 

마종기 시인님의 명시 <우화의 강>은 바로 이런 것이다.

오래 서로 만나지 않아도

오래 서로 일상에 매달리며 소식이 없어도 늘 서로의 가슴 한켠에 살아 숨쉬며

늘 함께 호홉하는 아름다운 사람 그 숭고한 영혼의 찬가와 참된 우정과 사랑은

바로 그런 그윽한 향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저 잠시 의기투합하여 언니 동생 형님 아우 하다 소주 한잔에 여기 저기 몰려 다니며

인스턴트 커피처럼 그러다가 잠시 시선이 다른 곳에 쏠리면 까마득하게 서로를 잊어버리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아내는 그런 허상이 아니다. 참된 우정과 사랑은 언제나 비바람과

폭풍과 눈보라가 몰아쳐도 한결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따듯한 영혼의 온기 바로 그런

것이다. 이 아침 골이 너무 아파 머리가 뽀개지는 아픔이었다. 긴장이 풀려서 멍하다.

그러나 오후가 된 이제 한잔의 커피와 간단한 점심으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잠시후

학교로 발길을 옮기려 한다.

 

내 테이블 앞에 놓여 있는 두 분의 아버지 사진들 옆에는 바로 이 아침 이 사랑의 편지를

보내주신 귀한 인생의 벗이요 친구가 되시는 내외분의 사진이 늘 함께 하고 있것만 다시

차분히 사진속의 두분의 모습을 대한다. 영혼 깊이 숭고한 우정 앞에 감사의 인사를

멀리 계신 벗님께 내려놓는다. 모든 숭고한 우정과 사랑을 가슴으로 보내드리면서......

 

 

                                                             In Cheon Skyline

 

 

그런 사람이 있어요 - 김윤진
      
그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래서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따뜻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귓전에서 속삭임으로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꿈속의 재회가 있기에
그 사람의 이름 석자가
일기장 가득 추억이 되어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 있어요

 

- 김윤진의《그런 사람이 있어요》중에서 -

 

*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히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세월은 지났지만 아프고도 아름다운 추억 속에
    오늘도 마음과 마음으로 만납니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