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우님,
간밤은 아우님의 꽃비 모노로그를 읽으면서 가슴이 터져 혈흔이 낭자한 밤 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벚꽃은 이곳에는 없는 꽃 이랍니다. 오래전 일본에서 선물한 벚꽃이 자라서
매년 벚꽃축제를 하는 우리 미국의 수도 동부 워싱턴 디 씨에 가야만 벚꽃의 꽃비를
맞을 수 있답니디. 그 꽃비를 만난지도 어언 사반세기가 넘은 기억 저편의 끝자리에
있습니다.
대신 5월이면 피어나는 보라빛 자카란다가 이제 마른 가지 위에서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답니다. 모국어를 모르는 자카란다의 보라빛 향연은 모국어 대신 영어와 스페인어로
봄을 이야기 하게 되겠지요.
안으로 안으로 녹아든 침묵 심연의 터질 것 같은 봄날의 그리운 슬픔과 고독이
승화되어 한송이 보라빛으로 피어나는 고독의 꽃들이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끝내 성이 차지 않아 가슴을 쥐어 뜯고서야 뒤로 나자빠져 맞는 보라빛 향연의
영혼의 꽃비
보라빛 꽃비 내리는 거리의 보도 위에 흩어지는 그리움과 영혼의 갈증 그
처절한 핏빛어린 절규가 맞닿는 자카란다의 보라빛 에스프리 위에 리스트의
곡으로 지긋이 고개를 처드는 봄날의 애상을 눌러봅니다. 목놓아 보라빛 꽃비의
통곡 조차 함께 할 영혼의 불빛 하나도 없는 이 회색빛 도시문명 한 가운데
봄날의 가슴 무너지는 소리 들리시는지요?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은 모두가 홀로 와서 홀로 가는 것이지요.
그 홀로됨을 두려워 하기 보다는 즐겨야 할 나이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살아가노라면 때로는 우리가 만나야 하는 처절한 존재의 고독과 핏빛어린 외로움 조차도
우리는 당당하고 과묵하게 그리고 깊고 깊게 더 깊게 내면으로 침전시키며 살아가는
그런 수도원의 뒷뜨락의 고요함 처럼....존재 앞에서....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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