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죽도록 아프고 나니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고 온통 머리 속이
흔들리고 그저 다시 눕고 싶어 죽을 맛이다. 학교는 이틀간 아예 근처도 못
가고 말았다. 주변의 상황들과 더불어 또 한 자락 그리움이란 쓰나미가
갑자기 의도치 않게 밀려와 온 가슴과 영혼을 휩쓸고 지나가 아파 눕고 말았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힘을 내고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하얀 밤에 일어나 거실에서
5파운드 2kg짜리 아령을 들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죽을 수는 없으니 뭔가를
입에 넣고 마시고 그래도 눈은 침침해 글을 볼 수도 없고 책장을 넘긴다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다시 침대에 침몰하고 말았다.
정오가 지나 이제서야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면도와 세면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정갈하게 머리도 빗고 다 식어버린 새벽녘의 커피를 마시면서
안치환의 노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을 정리하고 자판기를 두드린다.
담담하다. 그저 누군가에게 한번쯤 기대어 보고 싶은 그런 날이랄까 그러나
이제는 대신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어주어야 하는 세월이 되었다.
누군가의 수첩에서 어제는‘지천명’이란 어휘를 발견하고 그 뜻을 몰라
헤매다 조금 전 검색을 하고서야 50줄이란 말을 알 수가 있었다. 누군지
모르는 어느 카페의 주인공이 지천명을 넘어 느는 것은 흡연의 담배란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일단 내 목록에서 지워버린다. 견딜 수 없는 일이
흡연이다. 백해무익한 일이다. 건강을 해치고 주변사람들을 간접적으로
해치고 돈 버리고 의지할 것이 못 된다. 참을 수 없는 그 악취다.
온 전신이 부서져 내리듯이 아픈 어제 하루 그리고 아직도 지끈거리는
일단의 두통 모든 것이 귀찮아 조용히 있고 싶다. 이런 때는 쇼팽의 낙턴
9번 2악장이 가장 편한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요도 싫고 다 싫다.
누구 말대로 지천명을 이제 넘어 또 이렇게 심연의 열병을 앓을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누워 있는
동안 너무 많이 밀려 있어서 마냥 누워있을 입장도 아니다.
최성수의 노래 <동행>이란 곡이 어제 오늘처럼 심연 깊이 와 닿는 곡이
없는 듯 하다. 그렇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자의든
타의든 필연이든 운명이든 인연을 맺고 그 험하고 험한 인생길에
동행을 하는 것이다. 때론 함께 앞으로 엎으러 지기도 하고 뒤로
나자빠지기도 하고 하면서 가는 인생길이다. 그리워도 그립다고 잘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요 심연의 고독이 있다고 고독하다고 말을 하는
사람은 더 더욱이 아니기에 주어진 인생을 오롯이 단아하게 담담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지나온 길이다.
산이 거기에 있어 산을 오르는 발길이 있듯이 예술이 거기에 있기에
예술의 향기를 따라서 발길과 영혼을 옮기는 발길도 역으로 공존한다.
산에 취하고 예술에 취하고 그리고 인연이란 그 심연의 진솔하고
가슴 시린 그리움이란 또 다른 유형의 사랑과 우정에 취하고 그렇게
영혼의 손을 잡고 동행으로 함께 걸어가는 길이 인생이다.
영혼의 눈으로 헤아리는 심연의 사랑을 어찌 다 필설로 다 하리…
그립고 보고 싶다는 표현이 한계라면 나머지는 가슴과 영혼으로 하는
깊고 깊은 시공간과 세대를 넘어서는 교감이다. 곧 그것이 참사랑과
참된 우정이다. 아 내 영혼의 오페라 아리아 같은 분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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