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잠을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띵하고 도무지 하루를 열 자신이 없는
느낌으로 와 닿아 기분이 별로였다. 읽어야 할 책은 너무나도 많은 데
잠시 메일을 열라고 하니 블로그가 정기 점검이라며 열리지가 않는다.
이를 어쩌지 하며 손이 가 닿은 것이 쇼팽의 낙턴 9번 작품번호 2번 이었다.
그러나 이 시간에 이 곡 또한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 다시 뒤적인 것은
잔 휠드의 낙턴 이었다.
한참 흐르고 나니 머리가 맑아져 옮을 느끼기에 충분하여 이렇게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다. 아주 오래 전 뛰어난 천재들은 이런 음악들을 인류의 유산으로
남겨 놓고 떠나갔다. 그들은 흙으로 돌아 갔어도 그들의 영혼이 담긴 곡들은
영원히 이렇게 우리 곁에 남아서 함께 이지와 지성이란 이름으로 위로와
기쁨이 되어 호홉하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며 생각한다.
때로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오가는 소통이란 것이 막히거나 별 의미가
없을 때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빛나는 곡들은 그 어느 것 보다 진실한
우리 내면의 영적인 친구처럼 애인처럼 영혼 한 가운데서 빛난다.
그 어떤 인간의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깊고 그윽한 영감과 위로가
되어 우리 심연에 다가온다,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은총인가…
인간은 조금만 서운하면 토라지고 등 돌리고 소원해지거나 발길을 돌려도
이토록 아름다운 곡은 배신이란 것을 모르며 늘 우리 곁에서 함께 한다.
얼마나 충실한 영혼의 청지기 인가 말이다. 인생에서 영혼의 절대음감
같은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 동행으로 인생길을 걸어가는 축복을 받기란
그리 쉽지 않다. 팔렛트에서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내어 백색의 화폭 위에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것이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따듯한 가슴으로 올바른 삶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만큼 향기로운
것이 또 있을까. 국화 꽃 향기처럼 그윽하고 소박한 그 우아함 안에
담긴 진정성 깊은 삶의 유연함과 여백이 주는 아스라하고 절절한 감성들
그 위에 그려지는 인생이란 길은 아마도 잔 휠드의 잔잔하고 그윽한
피아노의 연주와 다를 바가 없다.
영혼이 순수하고 맑고 고운 이여,
그대가 누가 되었든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늘 하루도 인생이란 정원에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에 인색하지 말지어다.
아직도 철없는 철이 지난 보라빛 자카란다 꽃은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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