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갑자기 문득 어느 날 내 마음이 서글프고 눈물이 솟구칠까……
그뿐이랴 밀려오는 고독과 그리움을 감당 할 수가 없다.
그동안 가슴에 각인시키지 않았던 것들을 어저께 들은 한마디로 선명하게
가슴과 뇌리에 각인되면서 어디론가 줄달음쳐 지쳐 쓰러져 혼절할 때까지
도망치고 싶었던 그런 느낌들로 빵 터질 것만 같은 날이었다.
줄달음치며 달음박질하는 세월을 각인시킨 그녀의 한 마디에 나는 자신도
모르게 화들짝 하며 아니 내가 벌써 인생의 여정을 이만큼 와있나 싶었다.
그렇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진실은 그동안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이만큼
벌써 와 있었씀에도 나는 의식하지 않고 주어진 하루 하루를 있는 그 사실대로
살아 온 것이다. 밤잠을 설친 간밤 이었다.
모국에서 살아가는 어린 시절 유일한 친구의 두 딸들이 각각 한 명씩 한 사람은
우리 미국 동부에 교수 남편을 따라 결혼해 와서 살고 있고 다른 한명 언니는
미국 서부에 디자인을 하는 남편을 따라 캐나다에서 전문교육 과정의 유학을
맞추고 결혼을 하여 와서 살고 있다. 아들만이 아버지와 어머니 곁을 지키면서
모국에서 직장에 근무하고 있다.
친구가 결혼을 하자 마자 부인과 함께 늘 편지를 써서 그 당시 편지가
한번 오려면 열흘씩이나 걸리던 시절에 이 친구에게 늘 보내곤 하였었다.
물론 아직도 그 편지들을 한장도 버리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결혼식 날 모찰트의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을 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던 그런 멋을 갖고 사는 친구다. 그 친구의 딸이 한 살 되던 때 나는
어설픈 모습으로 친구를 처음으로 방문하던 시절이었다. 서투른 한국어에
한국에 도착하고 그 다음날 당장 비행기 트랩에 올라 다시 미국으로
당장 돌아오고 싶었던 그런 낯설 음에 엉엉 울던 시절에 본 한 살 박이는
어느덧 아기 엄마가 되어서 제니란 이름의 딸을 품에 안고서 나를 맞았다.
친구의 반려자도 나도 남녀를 분별할 필요 없이 머리카락이 지난 만 6년
동안에 빠져서 친구도 그렇고 모두들 머리숫이 적어서 고민들을 하는
형편의 세월의 성상 앞에 서있는 것이었다. 한 달 된 친구의 외손녀는
어찌나 잘 자랐는지 몇 달 된 아이 같았다. 친구 부인이 할아버지
오셨다면서 아기를 어르면서 하는 말에 아 세월이여 하고 말았다.
이제 우리 세대가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밀려오는 상념과 만감의 교차로 머리 속도 가슴도 뿌옇고 시려왔다.
늙음이란 것이 원숙의 아름다움도 있다면 역으로 동반되는 쓸쓸함의
고독과 허무와 문득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일단의 서글픈 느낌을
순간이나마 숨길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한 이틀간 서글픈 느낌으로
우울에 빠져버렸는지 감당이 안 된다. 문득 칭구 J가 생각난다.
J도 간밤에는 한잔 술을 걸치고 긴 독백을 읊어 내렸지만 말이다.
다음주말이면 40일간의 두 딸들 출산을 도와주고 귀국길에 오르기에
오늘은 세상없어도 찾아가 상면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어서
시속 120km로 왕복 176km를 다녀온 오늘이다. 부랴 부랴 돌아오는
길 교통체증으로 고속도로가 막혀서 지방도로로 빠져 나올 수밖에는
없었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오늘이 아니면 또 몇 일 이발을 못할 것
같아서 머리도 안 감고 이발만 하고 돌아와 하루의 마감을 위한
준비하는 동안에 샤워를 하고 다시 또 볼일을 보러 외출하고 돌아와
그리운 우리 님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자판기를 두드렸다.
예기치 못한 일로 우리 미지산 선생님과 해피님 컴퓨러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자가 치료의 한계를 넘어가 병원에 가서 수리를 하느라고
아야 소리도 못하시고 거금을 쓰셨다. 소주 몇 박스 값이 넘으리란
생각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평소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나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시는 우리 흙집매실 선생님의 진솔하신
이야기를 경청하고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구나 하고 참 많은 분들이 뼈를 깍는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만
하였던 IMF시절 절대 절명의 위기와 고통의 시간 위에 오늘에 이르신
선생님 내외분의 눈물겨운 사연을 만나면서 아 그래도 인생은 살아 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오랜 절친한 친구분의 초대로 함께 얼마 전에 다녀오신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통일전망대로의 여정 포토에세이를 선생님 방에서
마주하면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느끼는 교차되는 복잡한 감정들 위에
뜨거운 눈물이 솟구치고 목울대가 뜨거워져 옴을 간신히 참아야만 하였다.
차이콥스키의 비창만이 우울한 내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 앞에 앉아 있다.
잠시 그리운 모든 인연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생각해보고 회상해본다.
이럴 때 클래식이 없었다면 어찌 했을꼬………
특히 차이콥스키나 쇼팽이 없었다면 더욱이 어찌 하였을까 싶다.
내 영혼의 위로와 안식이요 자아성찰을 하게 하는 순수인 음악이
안겨주는 영감들을 어찌 만난단 말인가. 칭구 J의 솔밭 숲으로
들어가 산새들과 바람들과 들꽃과 고라니 너구리 산토끼 꿩과
까치를 만나거나 넓은 들판을 바라보지 않는 한은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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