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매실 선생님,
이 겨울 선생님의 겨울여행 고성 통일전망대 포토에세이를 바라보니
문득 왠지 모르게 가슴 저 깊은 곳으로 부터 울컥해집니다.
문득 '나 같은 외국인도 저곳을 방문할 수 있을까
오늘은 한국에서 딸 상관을 하러 온 어린 시절 단 한 명의 모국에 있는 친구의 배우자를
만나고 왔답니다. 동부에 작은 딸과 서부에 큰딸이 살아서 두 자녀 상관을 하러 온지가
벌써 40일 째가 되어가고 다음 주말 귀국을 하게 되어서 시속 120km로 왕복 176km
거리를 다녀왔답니다.
7년 만에 만나니 다행이 얼굴은 그대로 인데 남자 여자 구분할 것 없이 서로 머리가
많이 빠져서 세월이 많이 흘렀씀을 다시 실감하며 어느 사이에 우리가 이렇케 하였지요.
큰딸 아이 한 살 때 모국어도 서툰 시절에 방문하여 보았던 아기가 자라서 제니란 이름을
갖게 된 딸을 출산한 세월이 되었답니다. 친구의 부인이 아기를 어르면서 할아버지
좀 보라고 하는 데 아............세월 하였답니다. 어제 오늘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각인시켜주는 것에 화들짝 놀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너무나도 먼 세월을 밀려와 한국인으로 태어나 이 땅에서 살아온 세월이 더 많고
성장하고 교육받고 직장생활 하고 이제는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현실 앞에서 한국에서
출근하면서 딸과 부인에게 제가 방문하고 있는지 전화를 걸어온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와
안부전화를 주고 받은 후 귀가 길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고속도로를 달려 오면서 만감이
교차하였답니다. 문득 고독이 밀려오더군요.
우리들의 선조가 걸어간 길을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들의 후손들은 또 우리들이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가는 것이고요.
그것이 인류의 역사요 삶이요 존재의 진실이 되겠지요.
창조주는 또 그렇게 만드셨고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세월을 의식하고 생각한다면 하루 하루가 얼마나 우리에게는
소중한 순간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하여 법정 스님의 잠언들이 더 깊이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란 생각입니다.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지혜와 가치관의 시각
또한 얼마나 소중한지요.
점심 시간이 되어 도착한 친구의 큰딸집 손님이 되다 보니 방문이 고민을
하나 건네주는 모양새가 되었지요. 점심 식사 때문에 벌써 간밤부터 생각을
많이 하였더군요. 다 모두 신경을 끄라고 하였지요. 그럴려고 온것이 아니며
그리운 사람들 얼굴 보러 온 것이 중요한 일이니 그저 있는 그대로 평상시
먹고 살던 대로 밥 한술 같이 이 테이블에서 먹는 것이 더 감사하노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같은 미국인들에게는 가정으로 초대하여 손수 만들어주는 음식을 대접받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이며 대단한 일인지 모른답니다. 물론 식당에서 만날 때도
있고 대접을 할 때도 있지만 집으로 초대하여 있는 그대로의 마음 담긴 꾸밈없는
식탁을 함께 하는 것을 가장 고맙게 생각하며 아주 작은 것에 감동하지요.
새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는 축복을 받았고 그것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어린 시절 모국에서 친구의 외손녀를 만나는 날이기에 옷을 사 입히라고
작은 선물을 건네주고 결혼 후에도 늘 친구와 같이 편지를 손으로 써서
봉투에 함께 넣어 이억 만리까지 보내주었던 친구 같은 친구의 영원한
인생의 동반자 동반하여 저녁 한끼 대접 못한 서운한 마음을 생각하며
딸 아이에게 어머니 가시기 전에 모시고 나가 너희 부부와 함께 저녁 한끼
나가서 먹으라고 작은 선물 다시 건네주고 돌아온 먼길 이었답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모습과 처신을 하여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힘들 때 늘 저를 아껴주고 돌보아 주고 사랑해
주었으며 아랑 드롱을 그렇게 좋아하던 어린 시절 친구의 참된 우정을
어찌 제가 살아가는 동안에 사는 나라와 문화가 다르다고 한 인간으로서
함부로 하겠는지요.
우리가 주어진 한 생애를 맞추어야 세상적인 우정의 끝이 올 일이지만
영원을 함께 하는 아가페적인 순수한 우정과 사랑을 어찌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친형제 내지는 쌍둥이 같았던 친구였었지요. 그를 모국에
두고 저는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먼 인생길을 영원히 떠나와 물 설고
낯 설은 세상에서 다시 성장하고 교육받고 사회인이 되어 동화되어
살아가는 이방인이 된 세월이었습니다.
통일전망대를 보게 되니 제 자신이 걸어온 두 문화를 뒤돌아 보게 됩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살았던 어린 시절과 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이 현실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정체관을 재조명 합니다.
정명훈씨가 지휘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감상하면서 글을 맞춥니다.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한 선생님의
포토 에세이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 오후도 평안 하시기를 바랍니다.
붓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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