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는 시간 가운데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께 퇴근하고 보니 전화기 자동응답기의 빨간 신호가 반짝이고 있었다.
누군지 너무나도 뻔한 일 서울에 계신 아버지 왜 소식이 없느냐고 전화좀 하라고 말슴을 남기셨다.
어린시절 나를 가르치셨던 스승이시기 이전에 우리 아버지 아들 소식이 궁금하셨던 것이다.
밤늦게 수화기를 돌려도 받지를 않으신다.
하여 다음날인 간밤 전화를 하니 어머니가 받으셔서는 아버지를 바꿔주신다.
그저께 그 시간에 아버지는 아시는 분이 병원에 입원하셔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투병중이라
문병을 하시고 오시느라고 자그마치 3시간이나 걸리셨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마음을 다잡고 참 두드리기 힘든 자판기를 몇 달만에 두드려 하와이 사는 친구에게
편지로 소식을 전하니 지난 3개월 동안 그녀 또한 27년이란 세월을 함께한 한 동지간 같은
아주 귀하고 귀한 친구를 급작스런 일로 잃고 말아 애도기간에 있는 중이란 슬픈 소식을
보내왔다. 편지글에 당신이 만나 보았다면 아주 좋아 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사람이었다라고
편지 글을 주었다. 그 와중에도 오고 가는 길목에 사는 관계로 손님 대접을 하여야 하였고
친구인 그녀도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 한 순간도 서로를 잊지 않고 있었다는 내용을 편지글에 주고 받았고
서로의 모든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한다는 내용으로 더불어 그녀도 깊이 존경하는 영국에
계신 우리들 선생님 그만하시다는 소식에 감사하다는 글을 보내왔다. 동시에 사랑하는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결정을 겸허한 마음으로 존중한다는 말을 또한 빼놓지 않았다.
또한 그녀의 작고 하신 친정 아버지를 보내주실 때 자신의 가슴 아픈 결정도 지금의
내 입장과 같았씀을 생각하며 불필요한 모든 의학적인 조치와 방편 보다는 존엄을
지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해드리는 것도 자식의 도리란 내용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욕심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분에게 존재적 의미도 없는 삶의 연장이나 불필요한
의학적인 방편으로 인한 고통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편지글에 담긴 기가 막힌 사연 하나는 의사가 환자 진료 순회를 하다가 그 자리에서
쓸어져 중환자실에 들어가 생을 마감하였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아들 또한 하바드 의대를
나온 심장과 전문의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목격을 한 사연이다.
그뿐이랴 몇 달전 아주 잘나가던 유명한 지역에 명사인 의사가 골프를 치다 쓸어져
몇일 되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우리 지역에서 있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사람 인생사란 예측불허다. 의사도 당신과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지 말라고
말을 해주고 싶다.
의사나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파서 환자로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은
보통사람들에 비하여서 더 처절하게 보인다 그리고 더 슬프게 보이고 그들 또한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한갖 인간에 불과 하다는 사실을 재인식할 때 그안에서 느끼는
인간의 한계와 능력의 제한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늙어 가시는 서울에 계신 아버지와 간밤에 수화기를 잡고 도무지 드릴 말씀이 없었다.
식음을 전폐하시고 곡기를 그저께 부터 다시 끊고 계신 사랑하는 노모님 이야기를
전하면서 모든 것이 아득하기만 하였다. 맨정신으로 살아 숨쉬기 조차 버거운 요즘의
심정을 어찌 다 전달해 또 다른 걱정과 힘든 시간을 드릴 수 있을까 싶었다. 일평생
교직에서 가장 사랑하였던 제자이자 아들 그 아들의 고통과 슬픔이니 당연히 아버지
또한 고뇌를 하실 것은 뻔한 일이 아닌가 싶어 그동안 전화를 2개월이 넘도록 드리지
않았던 이유라고 말씀드렸다.
가장 슬프고 가슴이 만신창이가 되고 찟어지는 일은 갑작스럽게 사람이 쓸어져
생을 마감하는 것도 아닌 노환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곡기를 끊고 생으로 한 생을
하루 하루가 다르게 탈수현상과 더불어 마감하는 과정을 바라보는 슬픔과 고통이요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이다.
정신이 더 또렷해지시는 노모님 나 안죽는 다고 몇 번이고 반복 하시면서도 물
한 모금도 드시지 않으신다. 그리고 죽어도 할 수 없지 하시다가 산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하시기도 하시고 편안히 한 생을 마감하고 싶으시다 하신다.
노환으로 특별한 병 없이 병상에 누워 생의 마감시간을 기다리시는 노모님을
바라보는 마음은 가슴과 영혼으로 밖에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깊은 슬픔과 애통함과 아픔 이외...................
인생의 진실한 친구가 편지글 말미에 보내온 글 하나..........
그녀는 참 진실한 기독교인 이다.
그녀의 모든 삶의 가치와 인격과 시각 그리고 선택을 인격적으로 존중한다.
늙어가는 아들만 보시면 한도 끝도 없이 얼굴을 쓰다듬으신다.
그리고 참 예쁘지 하신다.
어머니란 이름은 이런 것이다.
잘한 일 보다는 잘못한 일들만 더 새록 새록 생각이 나는 시간 앞에 현재 나는 서있다.
회한이 해일처럼 밀려온다고나 할까 그런 시간이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 6년 함께 생의 언덕을 오르고 내리면서 우리는 얼마나
아픈 시간을 함께 하였던가 어머니를 보내드려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어머니의
모든 고통이 애처롭기 그지없어 가슴이 무너지고 만신창이가 된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존귀하게 사랑하는 여인이 어머님이 아니었던가.....
곡기를 끊으시면 오래 못간다는 옛어른들의 말씀이 새록 새록 각인되는 시간이다.
사랑하는 어머님을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나님,
저는 이런 때 어떻게 하여야 하나요..............
하나님,
노모님의 영혼을 외로우시지 않케 따듯하게 당신 품안에 안아주시옵소서
그리고 저에게 용기를 주시고 제손을 잡아 주시옵소서
이 순간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이 보다 더 고독하고
외로운 생의 한가운데 있는 시간은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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