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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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어머니 나를 낳으시고

붓꽃 에스프리 2012. 8. 22. 19:40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힘든 결정을 내리고 모든 서류에 서명을 하고 돌아온 간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사이에 수도 없는 이메일이 오고 갔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 흑백사진부터 장례절차를 위한

준비과정의 이야기 부터 바로 위에 분으로 만 69세인 브라더 찰리가 <Amazing Grace>와 <가고파>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나는 깊고 깊은 푸른 밤 새벽 2시에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텅빈 밤거리를 질주해

사랑하는 어머니가 당일 퇴원해 누워 계신 요양원의 병실로 달려 갔다. 지난 6년 동안 오른쪽 대퇴부

골절상을 당하신 후 살아오신 숙소 침대에 부운 얼굴로 누워 주무시고 계셨다.

 

담요를 다시 잘 덮어 드리고 손을 만져보고 차가운 얼굴에 볼을 대고 맘 맘 부르니 신음을 하신다.

직원이 아들이 왔다고 하니 우리 아들 하신다 그 순간 손을 잡아드리니 잡은 손을 잡아 당겨 당신의

입에 갖다 대시고 키쓰를 하신다. 직원들이 일순간 바라보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할말을 잊고 말았다.

 

잠시 시간이 흘러 주무시는 모습을 바라보다 직원들에게 욕창을 예방하기 위한 방편으로 좌우로

돌려 눕혀 달라 하고는 발길을 돌려 어두운 밤길을 홀로 상념에 잡혀 돌아와 한참을 지난 후에

겨우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다. 잔인하고 가혹한 시간 이 보다 더 슬프고 외로운 밤이 있을까

싶었다. 형아와 수화기를 들어 슬픔을 함께 나눈지 겨우 2시간 이나 되었을 까 하는 시간이었다.

 

아침이 되니 태양은 다시 떠올랐다.

왜 올해 따라서 여름은 이다지도 습도가 다른 해에 비하여서 높아 체감온도가 훨씬 높은지 견디기

힘든 낮시간 이었다. 에어컨 사용을 좋아 하지 않는 관계로 선풍기만으로 지내기에는 더운 날이었다.

도무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 아니다 싶어 백팩 가방에 두꺼운 지난해 공부

했던 거의 2천 페이지 분량의 책을 넣고 칭구에게 인사를 하고 사랑하는 우리 선생님께 안부를

전하고 길을 나섰다. 어머니 병상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이외는 아무 것도 없었다.

 

어머니가 우리를 어떻게 기르셨던가...........

골목길에서 만세부르는 소리가 무서워 아버지 하고 외할아버지 가슴에 안기셨었다는 어머니..

그 어머니의 세월을 누가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병상을 들어서니 눈을 의심하고 갑자기 이건 또 뭐야 싶었다.

 

식음을 전폐하시고 계시니 길어야 일주일을 넘기실까 하고 우리는 장례준비를 다 하고 있는

참이었것만 어제의 부기는 얼굴에서 다 사라지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셨고 정신은 더

또렸해 계셔 너무나도 일순간 의아했다. 늘 그렇듯이 꼬옥 안아드리고 인사로 키쓰를 해드리니

당신의 늙은 아들 얼굴을 만지시며 참 예쁘지 하신다.

 

저녁시간이 되어 식사가 나와 있었다.

어제는 단 30ml 물 한모금도 안 마시던 분이

오늘은 우유라도 드시겠냐고 하시니 그러신단다.

 

맘.

아무 것도 안드시면 돌아가시는 거야요.

그럼 고통없이 편안히 조용히 돌아가시고 싶으세요 하고 물어보니 나 안죽어 하신다.

아니 물 한모금 우유 한잔도 안드시는 데 어떻게 살아요....

 

그럼 우유라고 마셔보실래요?

응..............

이유식 부스터와 보통 우유 모두 500ml를 천천히 그러나 다 마시셨다.

옆에 계신 이대를 나오신 팔순을 한참 넘기신 할머님이 얼마나 간절히 눈물로서 기도를

하셨는지 모르는 지난 몇 일 이었다.

 

아이구 할머니 착해라 착해 어서 다 마시셔 그래야 살아...그래야 살아.....하신다.

미음대신 이유식 부스터와 우유를 다 마신 후 레몬 스왑으로 혀와 입을 다 닦아드리고

따듯한 물 세수 대야에 받아 매일 해드렸듯이 손 닦아드리고 그동안 길은 손톱 깍아드리고

머리를 빗겨드리고 마른 입술 벗겨져 챱스틱을 발라 드리고 하니 그래도 사람 같이 보이시며

어제의 부기는 온데 간데가 없었다.

 

침대 머리를 낮추어 드리니 곱게 주무신다.

옆에 테이블 위에 책을 펴놓고 보는 동안 모진 사람의 생명에 혼동을 일으킨다.

아니 장례준비를 하고 있는 중인데 지난 11월달의 혹독한 시련기처럼 다시 불사조처럼

살아나시네 하는 마음이 스쳐갔다. 돌아가실 분이 아니시네 생각하는 동안 옆에 할머니

또한 선생님 어머님이 돌아가실 분이 아니야 아니야 하신다.

 

할머니 1년 6개월 후면 만 100세가 되세요.

아쉬워 100세를 채우시고 가시려고 저러시나 모르겠네 할머니....................

지금 같아서는 돌아가실 분이 아녀요.

지난 11월에도 그러시더니 이번에도 그러시나 보네.....

그런데 뭐로 입맛을 돋궈드리는 죽을 만들 수 있지 할머니 저러시는 것을 보니 서서히

다시 전과 같이 죽을 드실 것 같아요 할머니....도로 회복을 하시나 보아요.

 

옆에서 손을 잡아드리고 이부자리를 덮어 드리니 애기처럼 쌕쌕 주무신다.

주무시는 데 꼬옥 안아드리고 볼에 키쓰를 해드리고 괜찮으냐고 물어보니 괜찮다 하신다.

할머니가 또 또 자는 사람을 깨우네 하신다........

 

할머니 저 이제 갈게요.

그리고 내일도 휴무를 하니 아침에 올게요 말씀드리고 발길을 돌려 밤길을 운전하고

돌아와 어지러운 하루의 일상을 정리해본다. 음성을 인식하며 얼굴을 인식하시나

누군지 모른다고 하시는 어머니 순간 순간 아들을 알아보시면 손을 들어 아들 얼굴을

어루만져보신다. 그리고 당신 얼굴에 아들 얼굴을 대어 달라고 하신다.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