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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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사랑하는 어머니

붓꽃 에스프리 2012. 8. 2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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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에서 이 보다 더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살아오면서 이 보다 더 큰 슬픈 결정을 하여야 하는 일 또한 없는 것 같고요.

 

어머니,

이 못난 불효 막심한 아들 부디 부디 용서하세요.

다른 사람들 어머니 아버지가 겪고 가는 그 험한 모습 그리고 질곡의 고통을

사랑하는 당신께는 드릴 수 없다고 우리 모두 생각합니다.

 

과연 무엇이 올바른 결정이며

과연 무엇이 윤리적이며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며

과연 진정 무엇이 우리들이 부모님을 사랑하는 길인지를 생각하며

진정 무엇이 사랑하는 어머니 당신을 사랑하는 길인지를 생각하며

 

몇 날 몇 일을 잠 못 이루며 생각한 것은

어머니 당신의 바램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목요일 밤 사랑하는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의 고통을 생각하며

이 못난 아들은 꼬박 밤을 지새우는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제 정신으로는 밤을 새울 수 없는 시간 맥주잔을 밤새 기울였답니다.

 

그리고 근무 나간 다음날 저에게는 큰 형님 같으신 당신의 주치의

K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었답니다. 이대로는 보내드릴 수 없으니

이번만은 네가 내 말을 들어야 한다며 어머니를 모시고 선한 사마리아인

병실로 후송하셨지요. 그리고 사흘 밤이 지났습니다.

 

이 아침 다시 전화를 하셨습니다.

전혀 식음을 전폐 하시고 계시니......................

 

다음은 K 선생님의 소견으로 다른 분이 망가진 치아를 모두 뽑자는 군요.

그곳을 통하여서 균이 침범할 가능성과........................

 

제가 단호히 노우 하였습니다.

절대로 단 한군데도 당신의 옥체에 손을 대지 말고

그대로 당신을 퇴원 조치 하여서 돌려 보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고통 없이 당신의 존엄을 지켜드리고

당신께서 가셔야 하는 이 지상의 여정 마지막 시간

우리들의 모든 사랑으로 지켜드리게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얼마나 불필요한 고통과 처절한 질곡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식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이기심과 생각으로 결코 효도가 아닌 효도란 이름으로 죄책감과

교차하는 복잡한 생각들과 어지러운 판단으로 별별 짓을 다 한 후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한 생애를 질곡의 고통 가운데 마감하게 하는 지를 우리 모두는

이 세상 누구 보다 생과 사의 현장에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요.

 

하여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어머니 당신께만은 우리 모두 그렇게 하지 않고

당신의 바램 대로 편안히 고요 속에 존엄을 지켜드리며 보내드리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엄마,

사랑하는 우리 엄마!

 

이 보다 더 슬프고

이 보다 더 가슴 무너지는 고통의 결정과 순간은 제 인생에는 없습니다.

이런 운명의 시간이 이 불효자에게는 너무나도 잔혹합니다.

 

엄마,

모국어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왜 이렇게 낯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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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제가 부르던 애칭 <우리 애기>....................

그러면 거북이 등 같은 세월의 주름 가득한 당신의 손으로 제 얼굴을 어루만지셧지요.

당신의 얼굴에 이 불효자의 얼굴을 부벼 달라 하시며 뽀뽀를 해달라시던 당신 이셨지요.

이 서양에서 우리가 뿌리를 내린지도 어언 반세기가 되어가지요.

서양사람이 되어 살아온 그 수많은 세월들 기억하시지요.

이 불효자가 만드는 터메이토우 취킨 숩을 좋아 하셨지요.

 

엄마,

반세기도 넘던 그 너머 세월의 뒤안길을 기억하세요.

우리 집 앞마당에 있던 아름다운 꽃밭에 백합들 백일홍과 봉숭아

그리고 장독대에 피어났던 보라빛 도라지 꽃들......

 

우리 엄마 참 정갈하시고 다른 집 엄마들 처럼 모여서 수다를 떨고

화장을 하고 그런 분이 아니셨지요. 아주 정숙하시며 고요한 분

일평생 화장을 하시지 않으셨고 음식솜씨라면 이름난 일이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엄마의 그리운 음식이라면 코다리 무우 졸임이야요.

 

수수팥떡, 하얀 콩떡 그 시원한 동치미등 우리 엄마 참 잘하시던

유명한 음식들 이었지요.

 

엄마,

당신의 사랑을 먹고 큰 손자 손녀들 이제 중년이 되어가지요.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쳤던 지나간 시간들 하여 그 아이들은

이 나라의 든든한 재목들로 사회에서 내노라 하는 인재들이 되어

살아가며 이제 엄마의 증손자 증손녀들이 태어나 무럭 무럭

자라고 있지요.

 

엄마,

당신의 증손자 벤이 아장 아장 걸어 다녀요.

그 아이 한번 가슴에 못 안아 보시다니요.

 

!

모든 인생을 다 바쳐서 사랑하여온 엄마

아시지요....

이 세상에서 이 불효자가 가장 사랑하는 당신이란 것을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없지만

제가 지켜드려 왔듯이 온전한 사랑으로 지켜드릴게요.

 

,

너무 외로워 하시지 마세요.

마지막 이 지상의 여정과 그 숨결까지 제가 손잡아 드릴게요.

 

,

이 순간이

이 시간이 뼈 속까지 외로워요.

제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시간이야요.

당신을 이제는 정말로 보내드려야 하니까요.

 

Mom, what shall I do?

 

뼈 속까지 그리운 어머니

온 영혼으로 사랑하는 엄마 우리 엄마

, 정녕 당신을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사랑해요 영원히 영원히 우리의 죽음 그 너머 영원까지요.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사랑하는 엄마의 아들이고 싶습니다.

엄마, 정녕 사랑하는 당신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