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을 가슴에 묻고 한주의 마지막 날 근무를 하고 있노라니 모두들 어이가 없어 한다.
몇일 이라도 쉬지 왜 무슨 정황에 일을 하느냐고 이구동성이다.
아니면 휴가를 내고 멀리 잠시 떠나가 영혼과 육신을 쉬고 돌아오지 그러느냐고 한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을 가슴에 묻고 묵묵히 굳건히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쓸어질 수는 없다.
억장이 무너지고 순간 순간 가슴이 울컥 거려 통곡하고 싶고 밖으로 뛰쳐나가 밤 하늘 아래
엉엉 울고 싶은 심연의 슬픔의 깊이와 가신 어머님께 잘했던 일들 보다는 못했던 일들이
회한의 슬픔으로 다가오는 아픔을 어떻게 표현이 가능하랴 싶다.
이제는 남은 과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1년전에 맞추었던 공부를 이를 악물고 최종적인 그 끝을 맺어야 한다.
지난 1년 도저히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이제는 뒤로 하고 이 한해가 다 가기전애
미완을 완성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또 다른 큰 과제를 앞에 놓고 있다. 하여 남들이 말을 하는
애도의 기간 즉 슬픔을 극복해야 하는 시간을 따로 개인적으로 갖고 살아갈 만한 마음의 여백이
현재 이 시점에서는 없다.
가신 어머님을 돌보아 드리고 봉양해 드리는 것은 지난 6년간 모든 것 위에 자리하고 있었고
내 모든 일상과 삶을 온전히 100% 희생하여야 하였던 사랑하는 어머님은 내 인생의 전부였었다.
나에게는 가장 현모양처로서의 표본이셨던 어머님의 모성이었고 한 세기를 살다 가신 어머님의
인생역정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늘의 나의 모습은 곧 어머니를 대변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내 열 손가락 하나 하나 손톱 하나 하나 가신 어머니와 한치도 다름없이 똑 같은 모양을 갖고 있다.
그 하나만으로도 어머님의 아들임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휴무 첫날 오늘은 온몸이 무너지는 느낌으로 자꾸만 침대에 눕고 싶어지는 느낌이다.
새벽 눈을 떠보니 안경을 찾을 수가 없었고 퇴근후 혼자 마시다 만 벨기에산 맥주
불루 문/파란 달 병과 술잔만이 테이블 옆에 보였고 술을 마시다 어떻게 잠이 들어는지 조차도
기억을 할 수 없었다. 침실과 응접실을 한참 찾다 보니 안경이 바로 테이블 밑에 떨어져 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가는 발로 밟아서 망가트릴뻔 했었다. 순간 아찔했다. 그리고 다시 새벽
6시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을 자고 있으니 모바일 전화기가 울렸다.
안경이 없어 희미한 발신자의 이름 바로 어머님이 사랑해 주었던 단 하나의 참된 한국인
친구 P로 부터 멀리 다른 도시에서 전화가 왔다. 간밤 피곤해서 일찍 잤다며 언제 같이 어머님
산소에 가자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렇겠지 먼길을 달려와 긴 긴밤 지난 몇년 서로 만나지 못한
세월에 대한 그리움을 나누고 어머님이 주무시던 침대에서 염천의 밤을 뒤척이면서 잠을
청하고 새벽길을 다시 떠났으니 어제 하루가 얼마나 피곤하였는지는 상상이 가는 일이다.
당분간은 주변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몇 개월 아니 1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주변이 정리되면 이제는 다시 붓을 들고 이젤 앞에 앉고 싶다.
그리고 내 모든 슬픔과 애통함을 캔버스 위에 담아내고 싶다는 것이 현재의 심정이다.
그리고 강인하게 오롯이 나를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세우고 인간다운 삶을 남은 인생
또한 영위해 가야 한다는 책임을 스스로 자신에게 느낀다.
공수래 공수거인 인생에서
인간이면 누구나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 삶의 진실이다.
고통을 받지 않으시고 깨끗하고 존엄성을 지키고 사랑하는 아들들과 며느리들 앞에서
손을 잡고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그 조차도 인생사로서 감사한 마음이다.
어머님의 마지막 숨결이 멈추기전 그리고 순간 우리 형제들은 어머님의 손을 잡고
이마에 손을 언고 간절한 눈물의 기도를 어머님 영혼을 위하여 하나님께 바쳤다.
그 순간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침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영어로 <하나님, 감사합 니다>
이 한 마디의 기도로 모든 것을 대신하였다. 나와 우리 모두가 소망한대로 가장 평안하신
모습으로 가장 고통없이 의식을 잃으신지 하루만에 99%의 한 세기를 사시고 가장 평안하신
모습으로 영면하심을 진정 감사하게 생각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통하여서 다시 깨닫고 절실하게 느낀 것이라면 사람은 언제나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죽는 축복도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받고 생을 평안히
마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악행을 행하고 산자는 죽음의 축복도 없이 고통 가운데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목격이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또한 변함없는 한결 같은 인간의 진실됨과 그 진실의 깊이와 우정과 사랑을
갖고 살아온 진정 가슴으로 사랑하는 인연들 그리고 내 인생의 지기인 칭구들을
다시 깊이 내 영혼의 캔버스 위에 거듭 거듭 다시 각인하는 시간이었다.
지금의 나는 아무 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다.
지금의 나는 아무 것도 먹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멍하다..................입맛이 뚝 떨어져 모든 것이 소태 같이 쓰다.
순간 순간 사무치는 그리움에 뜨거움이 목젓을 타고 올라와 눈물샘을 자극한다.
눈물을 삼키고 누르고 눌러 참는다. 지금도 어머니가 손으로 이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는 느낌이 느껴진다. 늘 키쓰를 해드리던 어머님의 양볼이 느껴지고 늘 닦고
깍아드렸던 손발과 손톱과 발톱들 귀지를 깨끗이 해드리던 시간들 잠을 재워드리며
잡아드리던 손들 어느 하나 생각나지 않는 것이 없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영혼이 흔들린다.
그러나 쓰러질 수는 없다.
맥주를 3병 반을 마시고 서울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전화로 모든 일 잘 맞추었다고
소식을 전해드렸다. 내 모든 고통과 시련과 역경과 슬픔 조차도 감싸주시는 우리
아버지 남들은 한분의 아버지만을 모시고 사는 인생에서 나는 세분의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온 인생여정 이었다. 우리 아버지 간밤에 하시는 말씀이 어찌 세상
사람들이 세분의 아버지를 갖고 살아가는 네 인생을 이해 할 수가 있겠니 하셨다.
이 아빠만이 네 인생을 이해하지라고 하시면서...............
이제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내일은 아침결 장미를 들고 어머님을 찾아
뵈오려고 한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드린 말씀처럼 사랑을 상징하는 우리 서양의
꽃중에 꽃 장미를 가슴과 함께 천상에 계신 어머님 앞에 불효자의 마음을 바치고 싶다.
엄마,
우리 엄마,
업어드리고 싶은 우리 엄마 이제 천상에 게시네.
엄마가 베고 주무시던 베개 이 아들이 베고 자면서 당신을 늘 기억하고 살아갈게요.
오롯이 강인하게 엄마 아들 답게 열심히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게요.
맘, 아이 미스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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