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서랍을 열고 <귀향 2>

붓꽃 에스프리 2012. 11. 5. 07:39

 

 

 

 

귀향 2부

 

 

 

공항 입국 검사대를 나온 데이빗 일행은 마중 나온 홀트 아동복지회의
직원이 갖고 온 중형 세단인 에쿠스를 타고 아직도 희미한 가로등 불빛의
조명아래 공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새로 건설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동안 데이빗은 뒷좌석에 양부와 함께 앉아 서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스쳐 가는 저 멀리 새벽녘 하늘가에 외로이 비치는 샛별을 바라보며

영화자막처럼 스쳐 가는 희미한 생부모에 대한 추억과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머물렀던 복지원의 구석진 방에서 그리움으로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던

날들에 대한 이제는 희미한 슬픈 추억만이 가슴속에 메아리쳐 올 때 양부의

손을 꼭 잡고 차창 밖 스쳐 가는 풍경들에 눈길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얼마를 달렸나 보니 어느덧 일행이 타고 있는 차는 올림픽 대로를 들어서서
서울을 향하고 있었다. 차가 희미한 기억 속에서 서성이는 한강 다리를
건너가는 동안에 다리난간 양편 가로등 불빛은 데이빗의 알 수 없는
기대와 초조 그리고 흥분이 교차하며 뛰는 가슴 안에 내리는 우수와
흥분만큼 창백한 모습 이였다.

 

 

저 멀리 서울 시내가 바라다 보이며 아직도 아파트 창문에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명멸하는 불빛들이 창문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데이빗이 홀트 아동복지회의 배려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출근 버스행렬이 거리를 질주하는 새벽 6시가 가까워서다. 숙소
창문 밖 저 멀리 오늘도 말없이 도도히 흐르는 한강은 마치 30년 전
에스코트의 손에 이끌리어서 아무 것도 모른 채 자신의 탯줄을 묻은
조국을 뒤로하고 떠난 그 날의 강섭을 마치 두 팔을 벌려 맞이하며
어서 내게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순간 알 수 없는 뜨거운
전류가 데이빗의 전신을 타고 흘러내리며 전율하게 하였다.

 

 

여장을 푸는동안 창 밖은 밝아 오고 방안 벽에 걸린 시계바늘은
여느 때보다도 어찌 그렇게 늦게 가는 지 알 수가 없는 일 이였다.
그저 1분 1초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만감이
교차하며 끝없는 의구심이 뇌리에 서성이고 있었다.

 

 

"아.....과연 나를 낳아준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떻게 생긴 분이 실까?
그리고 어느 곳에 계실까? 두 분다 살아 계실까? 그럼 살아 계시다면
만나면 내 이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나는 무어라고 어떻게 말하여야
할까..."이러한 끝없는 상념이 데이빗의 복잡한 심사를 알기라도 하듯이
하염없이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11시간이란 긴 비행시간에 지친 양부 홈즈 씨는 어느 사이에 샤워를
한 후 잠자리에 들어 골아 떨어지고 옆자리에 누운 데이빗 역시 뒤척이며
고양이 잠을 자듯이 잠시 잠시 눈을 감곤 하였다. 오후가 되어서야
복지원 관계자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여 줌에
감사를 표시하는 시간 이였고 함께 지나간 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이제는 어떻게 복지원 기록에 남아 있는 30년 전 복지 원의
영아 이강섭의 생부인 48세의 이동복씨를 찾는 가 하는 것이
주요 화두였다.

 

 

복지원 기록이 보여주는 것은 6남매의 형제 중에 남자 형제가 그 당시
영아였던 데이빗 한국이름 이강섭 까지 5명 이였고 한 명의 여자
형제가 있었다는 사실이며 봉천동 고개 넘어 봉천동 감리교회 건너편
달동네 어디쯤 살았다는 기록 뿐 이였다. 긴 여정의 여독이 풀린
이틀이 되는 날 되는 날 데이빗은 양부 홈즈 씨와 복지 원 직원의
안내로 생부 이동복씨를 찾아 나서는 첫 단계로 홀트 아동복지원의
도움으로 동작구 경찰서를 찾아가 컴퓨터 조회를 하여보니 자그마치
25명이란 동명이인이나왔다. 일일이 전화를 하여보았지만 모두가 아니었다.

 

첫 시도에서 실패를 한 데이빗의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에 우수가
눈 안개처럼 내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 뇌리를 스쳐 가는
그저 아련한 느낌 끝도 없는 불랙 홀에 빠져 들어가는 느낌 그 자체였다.


"아, 하나님, 저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이 말 한 마디 외에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그 어떤 말도 없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옆에서 안타까움으로 지켜보던 양부 홈즈 씨의
눈가에는 경찰서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에 무엇인가 반짝이고
있었다.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던 것 이였다. 결연한 표정으로 그 동안
사랑으로 키워온 한국에서 온 아들 데이빗의 손을 잡으면서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이러한 안타까운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경찰서내의
직원 모두가 안타까움에 있어서는 같은 마음 이였다.

 

 

일행은 일단 경찰서를 나와 복지원 기록에 남아있는 봉천동 감리교회에서
상도동으로 넘어가는 길목 오른편에 자리한 시장 통으로 들어갔다.


상가건물이 죽 나래비를 서서 도열이라도 하는 것 같은 시장 통 저
윗자락에 연탄가계며 쌀 가계가 둥지를 틀고 있던 길목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고 겨울이면 살을 에이는 찬바람 불어오는 같은 밤에도 대소변을
보러 두꺼비 집 같은 판자 집들 만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잇던 그 언덕 배기에
있는 동네 공동변소를 새벽 별을 바라보며 희미한 가로등 밑 그곳에서
볼일을 보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던 하루 벌어먹고 살아가던 노동자와
공장에서 식당에서 피곤한 일상을 살아가던 이웃들의 자취는 온데
간 데가 없었다.

 

 

고개를 걸어 올라가 사당동 해병주택 쪽으로 넘어가니 그 자리에 있던
집들은 모두 헐리고 가파르던 언덕들은 정지작업이 되어서 낮아진 곳에
모두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저 아래는 아직도 총신대가 바라다 보이고
있었다. 길목 끝에 있던 그 동네의 공중목욕탕은 헐리고 도로가 되여
있었다.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혹시나 하고 주민들 기록을
들추어보려는 순간에 한 70은 넘었을 머리에 하얀 서리 가 소복이 내린
한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인사를 건넨다.

 

 

"소장님, 안녕하쇼........"
"아, 어르신, 안녕하세요.어서 들어오세요."

순간 노인은 낯선 데이빗 일행을 힐 끝 처다 보고는 소장에게 말을 던진다.
"소장님, 이분들은 누구세요?"
"아, 어르신, 이분들은 미국에서 왔어요."
"무슨 일로 요?"
천천히 의자에 앉아서 자초지종을 듣던 노인은 어느 한 순간 고개를
갸우뚱한다.

 

"소장 님, 찾는 사람의 이름이 뭐라 하였오?"
"아, 네.....이동복이라는 분을 찾는 다는군요. 고개 올라오는 데 살던
그 친구 이름이 '이동복'이였는데.........혹시 그가 아닐까......."
순간 복지 원 직원이 영어로 데이빗과 양부 홈즈 씨에게 노인의 말을
통역을 한다.


데이빗의 눈가에 밝은 생기가 도는 것 이였다.
그 동안 먼 나라에서 한국사람도 하나도 없는 데서 영어만 하고 자란 그
에게는 노인이 소장과 주고받는 대화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지를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아버지란 말만 어렴풋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이였다.

노인의 말로는 오래 전에 이곳을 떠났다는 것이다.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큰아들은 박정희 군사혁명정권이 새마을 운동을
하던 때 월남전에 참전하여 전사하여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혔고
셋째 아들은 남의 집 가정교사를 하며 대학을 나와 플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유학 길에 올랐다는 것과 그 당시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 집의
막내는 복지 원에 맡기고 그 후 가족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는
사연 이였다.

 

정황으로 보아서 데이빗은 불현듯이 6남매의 그 이야기가 자신의 사연이

아닐까 생각을 하였다. 아니 본능적인 감각으로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어갔다.

그 후 아무도 그들의 소식을 모른다는 것 이였다.


안타깝다는 표정을 짖던 노인은 다만 아는 사실은 바로 그 집과 옆에서
아주 친하게 지내시던 한 할머니가 고개 넘어 봉천동 감리교회 뒷켠
언덕배기에 아직도 살고 있다는 실 낫 같은 희망을 오후의 햇살이 꼬리를
내리는 아파트 관리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약간은 얼굴에 홍조를 띄고
흥분된 어투로 던지는 것 이였다.

 

 

지금까지 데이빗이 미국인 가정에서 입양아로 자라면서 순간순간 본능적으로
때로는 어떤 자신의 출생에 대한 의구심이나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
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려서는 그 자신은 그저
자신의 주위에서 같이 살던 백인 소년들 같은 소년인줄 알았었다.


그러나 좀더 자라서야 자신의 피부 색갈과 모양새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리고 어느 한순간에 대학을 들어가면서 더욱더 자신은 누군가
하는 많은 질문에 부닥치게 되였다.

 

 

그리고 결국은 생부모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은 데이빗을 지금 오늘 이 순간
여기 까지 찾아오게 한 사실이란 생각에 미칠 때 이미 일행은 그 남자 노인이
일러 준대로 정황으로 보아서 강한 확증이 가는 이웃에 살았다는 안 노인네를
찾아 나서서 저만치 고개 넘어 봉천동 시장골목을 벗어나 길 건너 교회입구에
제과점을 지나서 길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어 물어 겨우 반장 집을 찾아갔다.

 

 

반장 댁의 안내로 찾아가는 길은 고불 고불하고 보도 불락이 깔려있는
아주 좁은 골목 길이였다. 저만치 앞서 가던 반장 댁이 머문 곳은 벽에
강물처럼 흘러간 세월만큼 갈라진 담벼락을 보여주는 회색 빛 담벼락에
낡은 철대 문을 달고 있는 집 이였다. 반장 댁이 초인종을 누르면서
외마디를 지른다.

 

 

"거기........강릉 할머니 계세요?"
잠시 후 안에서 실 낟 같이 가느다란 음성이 새어나온다.
"거 뉘시요?"
"할머니, 나요.........나.........반장이요."
"어이구, 반장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 오셨수....무슨 일이라도 있오?"
"네, 할머니......미국에서 왼 손님이 할머니를 찾아오셨어요."

 

순간 단아한 모습의 구부정한 안노인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문밖으로
걸어나오더니 힐끔 데이빗 일행을 아래위로 디지털 카메라라도 지나가듯이
훌터 보더니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를
툭 던진다.

 

 

"난 미국에 아는 사람이 없는 데......대체 댁은 뉘시요?"
반장님의 안내로 쫓아온 데이빗 일행을 안내하며 쫓아온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나온 분이 나서서 할머니에게 앞뒤사정이야기를 하면서 통역을 하였다.

"할머니, 이곳으로 이사오시기 전에 봉천동 시장골목으로 쭈욱 올라가면
공중변소 있던데 그 언덕바지 끝자락에 사시지 않았어요?" 순간 할머니의
골진 주름살 섞인 얼굴 표정에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한 상념의 흔적이
스쳐간다.

 

 

"아.........그렇고 말고 그 동네서 꽤 오래 살았지..우리 영감 죽을
때까지는 살았었지......헌데 저 미국사람은 누구고 저 젊은이는
또 누구요...아니, 그런데 저 젊은이는 한국사람인가 본데 한국말을
못하네 그려..........."순간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동행한 안내자가
말을 이어간다.

 

 

"할머니, 그 산동네 사실 때 옆집에 살던 이동복씨란 분 아시죠?"
"아이구, 알다뿐이요...그 집하고 한 가족처럼 아주 친하게 지냈지..

홀트 아동복지회 직원의 통역을 통하여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
데이빗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흥분이 교차함이 역력히 보였다. 그리고
할머니의 이야기는 연어가 모천을 찾아서 물길을 타고 올라가듯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숨죽이며 할머니의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데이빗에게는 마치 어둠과 밝은 바깥 세상을
사이에 두고 은거한 어두운 지하실 출구에 서있는 기분 이였다.

 

그 얼마나 간절히 불러보고 싶었던 "엄마' 이였던가.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에 데이빗은 아무 것도 생각 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꿈에도 잊지 못하고 그리움으로 늘 자신의 가슴 한 켠에
잠들어 있던 상념의 나래 "엄마"가 아니 이였던가. 다만 그 어머니가
어데 계신지 그것만 알고 싶었다. 긴긴 세월 기다려온 그리움이 통곡으로
터질 것만 같은 세상의 그 어느 말과 글로도 표현 할 수 없는 그런
애절하고 아린 가슴이 슬픔의 강물이 되어 흐르는 순간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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