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그저 모두가 꿈만 같다.
아래층에서 윗층을 오르고 내리다 보니 종아리가 아프고 뻐근하다.
천장이 높은 집이라 아래층은 춥고 윗층은 그래도 따듯한 편이다.
아이들은 출근하고 환자와 둘이서 있는 시간 틈틈이 아이들이 돌아오면 그래도
따듯한 저녁을 먹어야 하기에 시금치 무침, 무생채, 오이 무침,콩나물 무침과
콩나물 국에 북어를 넣고 저녁을 준비하니 큰 아이가 먼저 퇴근을 하고 엄마의
병상을 지키고 다음은 작은 아이가 시장을 보아 갖고 돌아왔다.
들어 오면서 오늘 저녁에는 회덥밥을 먹자면서 사시미 칼로 회를 자르고
그 사이에 상추를 물에 씻고 언제 어디서 배웠는지 손놀림을 능수 능란하게
하며 초고추장도 만들고 저녁준비를 다 하였다. 큰 아이는 어느 사이에
밥을 다 지어놓고 교대로 큰아이와 나는 작은 아이의 권고대로 먼저
저녁식사를 하였다.
작은 아이는 제 여자친구가 올 때 까지 기다렸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겠단다.
여자 친구 아이는 내년에 학위를 맞추고 이미 학부를 맞추고 직장을 다니는
작은 아이 또한 전문과정을 내년에 맞춘다, 그리고 자리를 잡으면 결혼을
할 예정이다. 작은 아이의 배우자가 될 사람은 중국계이고 큰 아이와 사귀는
여자 친구는 일본계다.
모두가 영어만 하고 살아가는 미국 태생의 아이들과 각기 미국에서 자란
일본계와 중국계다.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 이라면 질색을 한다. 학부에서
사귀어 보니 떠받들어만 달라 하고 사치하는 것 돈 쓰고 다니는 것 이외에
늘 남자 등살을 볶아 대서 싫다고 한다.
오늘도 작은 아이가 하는 말이 드니는 볶아 대지 않고 칭얼대지 않아서
좋단다, 하루종일 점심도 굶고 근무하고 오는 데 기다렸다 같이 그 아이가
좋아하는 회덥밥을 같이 먹어야 옳지 않느냐고 한다. 그럼 그런 아끼는
마음이 서로 없다면 무슨 사랑이랴. 돌아가는 길에는 내일 일 가면서
갖고 갈 샌드위치 까지 만들어주어 보내면서 같이 엉클과 나가란다.
드니가 떠나면서 엉클 나중에 보자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밤길을 돌아 갔다.
그 아이 아버지도 지금 투병중으로 두 아이의 부모가 말을 하자면 모두
현재 투병중이다. 이럴 수가 싶은 심정이다.
부엌에서 작은 아이와 저녁준비를 하다 복받치는 뜨거움에 모든 것을
손에서 내려 놓고 세탁실로 들어가 천장을 쳐다 보며 눈물을 삼키니
작은 아이가 엉클 엄마 생각하고 강해야 되잖아 하기에 서러움과 슬픔을
꾹 꾹 누르고 다시 저녁준비를 맞추었다. 엄마가 건강할 때는 늘 정갈하고
한없이 깔끔하고 특별한 요리 솜씨로 맛나는 음식을 먹고 자라고 살던
아이들이 이제는 스스로 요리를 하고 살아가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갖을 나이임에도 엄마가 함께 못하는 식탁을
맞이 하여야 하는 아이들이 애처롭고 가슴이 무너지고 무너질뿐이다.
그 자리를 나 자신이 이제 채우고 살아가는 모습이 되었다. 내가
무너지면 아이들이 기대일 때가 없고 그 아이들이 무너지기에
이를 악물고 모든 슬픔과 고뇌를 삼키고 살아가야 할뿐이다.
직장에서 매년하는 신체검사가 있어 휴무날 임에도 불구하고 나가니
인사과의 크리스티가 얼굴이 왜 부숙하고 우울한 모습이냐고 물어 본다.
아무 것도 아니야 하고 말았다. 너무 피곤해 저녁을 먹고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으니 작은 아이가 큰 아이 침대에 잠시라도 누워 자라고
채근을 하여 누우니 큰 아이보고 엉클 이불 덮어 주라고 한다.
귀가해 밀려오는 그리움에 내님에게 수화기를 들었다.
슬픔과 애통함을 먼저 경험하신 어른과 그리움을 나누고 서로는
사랑한다는 말로 말을 맺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하루는 이렇게
흘러 갔다. 이렇게...............저 하늘에도 슬픔이 있을까............
하나님,
나의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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