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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이며 그리고 인생은 무엇이며 인연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던 새로운 직장에서의
격렬하였던 첫주를 오늘로서 마감하고 눈부신 햇살을 받으면서 주변을 모두 정리하고 퇴근하였다.
퇴근길 지나온 한주를 뒤돌아 보았다.
연령과는 무관한 직장내의 신참내기 생활을 도와준 손길들 그 하나 하나를 생각하며
힘든 한주였었지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H,Y, M 그리고 J에게 감사하다. 그런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텃세를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한 차가운 공기의 흐름을 주도하던 G
그럼에도 한주는 지나갔다. 앞으로 2개월 3주간의 수습과정을 무난히 맞추어야 내 자신에
대한 도전을 유종의 미로 거둘 수 있다. 또 하나의 도전이다.
그리고 언제나 옆에서 마음 깊이 가슴으로 아낌없는 격려와 위로와 채찍과 사랑으로
내 모든 새로운 도전 앞에 용기를 불어 넣어주시는 아버지 헨리의 존재를 생각하며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돌아왔다. 집에 돌아가 흘린 땀으로 젓었던 옷을 벗어 제치고
말끔하게 샤워하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이 저녁에 모셔오리라
생각을 하였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곧 바로 계획하고 생각한대로 샤워를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잠시 컴퓨러 앞에 앉아 있으니 이게 왼일 거의 기적 같은 일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왔다. 보통은 전화를 하시는 아버지가 아니시기 때문이다.
'예야, 오늘 너 아빠 데릴러 올거냐..........'
'물론이죠. 지루하세요.....당장 모시러 갈까요?'
'그래 바로 와라 아빠가 기다리마"
찰카닥 수화기는 내려지고 바로 집을 나섰다.
잠시후 아버지 거처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하고 문을 열고 나서니 시야에 사랑하는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스트로우 모자를 쓰신 아버지 언제나 그러시듯 말쑥하게 입으시고
아들에게 다가 오셔서 악수를 청하신다. 아 그런데 뭔가 살짝 가볍게 코끝을 스쳐간다.
늘 그러듯이 아버지를 부축여 차에 앉쳐드렸다. 보통 아버지의 걸음 걸이는 늦으신 편이다.
걸어 오시면서 뭐 네가 아빠가 독일병정 같다고 하더니
오늘 네 그 옷차림은 뭐 미국애들 뭐 같구나 하신다.
검은 색 싸구려 젊은 아이들 입는 티를 걸치었으니 그러신다.
운전석에 착석후 길을 나서니 다시 아주 옅은 향이 아들의 코끝을 스쳐갔다.
'아빠, 오늘 무슨 컬론을 몸에 살짝 뿌리셨어요? '
'응 그랬다......왜 그러니...................
'오우 마이 갓, 오늘 완전히 아들 쇼크를 받겠네요.
생전 그런 것을 사용하시지 않는 아빠가 오늘은 왼일 이세요?
아빠 너무 신선하고 아주 그 향이 좋으니 앞으로 자주 사용하세요. 특히 손주들을 만날 때
살짝만 몸에 뿌리시고 외출하세요. 아빠는 모르시지만 노인이 되면 살짝 체취가 나요.
소히 말하는 늙은이 냄새요.
'그래 그래 네말도 맞다...
예야 하두 졸려워 잠시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싶어 하고서 자려고 생각하니
오늘 네가 아빠를 데릴러 온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잠을 자면 못일어날 것 같아
너에게 아빠가 전화를 한 것이란다.
'아주 가끔 악취는 아니지만 이게 우리 아버지다 하는 특유의 체취가 있어요.
그러니까 손주들이나 누구를 만나실 때는 살짝 아주 살짝 조금만 오늘처럼 컬론을
뿌리시고 외출하세요. 노인이라도 얼마나 좋아요. 그리고 아버지 저녁 드시고
모셔다 드릴 때 아들이 우리 아버지가 무엇을 사용하셨나 그 병을 보고싶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서 많이 경험한 향을 갖고 있는 컬론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절대 싸구려는 아니고 디자이너 것 같아요.'
이렇게 부자간에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우리는 벌써 집에 도착해 주차하고
다시 아버지를 부축이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늘 앉으시는 카우치
같은 자리에 앉으셨다. 잠시후 하시는 말씀은
'예야, 그거 있지 X의 글좀 읽어 보자꾸나'
'그러세요...
읽도록 컴퓨러를 열어드리고 그리고 곧바로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준비를
시작하였다. 요즘 아버지는 아들의 글을 읽으시거나 달린 댓글을 정독 하시는 것을
아주 많이 흥미로워 하시고 즐기시는 편이다. 전화중에 일기 쓰듯이 독백을 썼다고
말씀드리면 궁금하셔서 당장 예야 읽어봐라 하신다.
부랴 부랴 소금기가 적은 고등어 두마리를 후라이 팬에 구워 접시에 기름을
흡입하게 종이를 깔고 먼저 식탁 위에 놓고 다음은 김치찌게를 만들고 다음은
어제 해놓았던 찬밥으로 포기 김치와 고기를 넣고 볶음밥을 만들었다.
그 사이에 아버지는 여기에 실린 글들을 읽으시기에 여념이 없으셨다.
순간 아버지 말씀을 하시기를
'예야 너는 인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아빠, 하나의 운명으로 보고 싶어요'
요리를 하는 동안 글을 다 읽으신 아버지는 졸려워 눈을 감고 계셨다.
'아빠 그렇게 졸려우시면 잠시 아들 침대에 가서 누워 주무세요.
저녁이 준비되면 깨워드릴테니까요'
'아니야 지금 누우면 적어도 4시간 정도는 자야 하니까 안돼'
아버지 고집도 대단하셔서 때론 말릴 길이 없다.
그 사이에 저녁준비가 다 되었다.
'아빠, 어서 저녁 잡수세요..'
아버지는 아들이 같이 앉기전에는 절대로 먼저 식사를 하시지 않으신다.
고등어를 드시는데 좀 불편해 보이셔서 작은 접시에 한마리를 담아 드렸다.
참 맛나게 드시고 계셨다. 그렇게 맛나게 잡수시는 아버지 모습만으로도
나에게는 더없는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였다.
노인들이 늙으시면 여러모로 힘드시고 영양실조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통계로 알고 있기도 하여 내가 근무를 하는 날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버지 모시고 저녁이나 점심을
함께 하는 것을 이제는 나의 일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나를 낳아주시고 아니 하셨고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 이시고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란 사실이다.
아버지가 맛나게 식사를 하시는 동안 몇번이고 천천히 꼭 꼭 씹어가며 드시라고
말씀드리면서 고등어 가시를 발라 드리면서 가시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어찌나 맛나게 드시던지 나머지 한마리 나는 젓갈도 대지 않고 그대로 너무
맛나게 드시는 아버지를 다시 드렸다.
왜 나라고 그 맛나는 고등어가 먹고 싶지 않으랴 그러나 참된 사랑과 효는
그런 것을 이미 떠나 온전히 상대의 행복을 위한 희생과 배려임을
오랜 세월을 두고 가정교육을 통하여서 배우고 바라보면서 몸으로 익히고
살아온 것이다. 그것이 참사랑이다. 어머니는 잡수시지 않고 아들과 딸을
먹이는 심정을 이해 한다면 이해 가능한 일로 생각한다.
'아빠 이것 드세요 가시가 없으니까요. 아버지 맛나게 드시니 감사하고 행복하단
생각이어요. 식사를 이렇게 하시니 건강하신 거야요. '
'예야 직전이다. 무슨 소린지 아니...........
배가 터지기 직전이란 말이야............'
'아빠 그럼 잠시 벨트를 풀어 놓으세요.
그리고 카우치에 편하게 앉으셔서 좀 쉬세요.....
잠시 아버지가 오른쪽 종아리를 손으로 주무르고 계셨다.
하지정맥증이 있으셔서 치료중에 계시다.
'아버지, 다리를 쭈욱 뻗으시고 티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세요.
제가 팔 다리 다 주물러 드릴테니까요.....'
'예야 그런데 아빠는 다른 사람들 처럼 아주 시원하다 그런 것은 잘 모르겠더라'
하지만 네 손에 힘이 좋아 그래도 좀 났다 하는 느낌이다'
'아버지, 다른 노인들은 자기 아들이나 자식들이 팔다리 주물러 주고 하기를
원한다 하여도 그렇게 해줄 자식들이 요즘 세상에는 거의 없어요.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아시지요. 아버지나 아들은 조선시대 사람 같은 모습으로 사니
효도란 것을 생각하고 팔다리라도 주물러드리고 고등어 가시 발라서 이거 저거
하면서 드시라고 하지 누가 그러겟어요. 그리고 제가 먹고 싶어도 먹지 않고
늙으신 아버지 잡수시라고 가시발라 드리고 요즘 세상에 누가 그래요.
아버지 복은 아버지가 이 아들로 부터 받으신 것이고
아들 복은 아들이 여기 우리 아버지로 부터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가요.
아버지 살아 계신동안에 효도 할테니 그저 오래 오래 건강 하세요.
'예야 티비좀 켜라.......
'아빠 그나마 있던 티비 망가져서 작동이 안돼요. 그리고 저는 티비를 보지 않고
산지가 거의 7 -8년 돼요. 온라인으로 다 읽고 하니까요. 년말 정도에 사놓을게요.
'아니다 거 뭐니.........나를 위해서는 살 생각을 말아라....
예야 그런데 아빠는 요즘 오페라 해설집을 읽을 때는 알아도 읽고 돌아서면
다 잊어먹어 모르겠다. 아 그렇겠구나 모두 온라인으로 소식을 접하니 티비가
없어도 살겠구나.
'참 아빠도 뭐 아빠가 음악을 전공하시는 분이세요. 깊이 아실 필요도 없고
그저 그때 그때 읽고 즐거우시면 돼요.
'아 그렇지 그래 네말이 맞다. 뭐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기도 하다.
네말이 맞다.'
'아빠, 늦어가니 이제 모셔다 드릴테니 푹 주무세요.'
'그래 가자.....'
어둠이 내린 거리 차에서 내려 아버지 팔을 꼭잡고 부축이고 방까지 도착하여
아버지가 오늘 사용하신 컬론을 보니 그러면 그렇지 살바토레 훼라가모 상표였다.
어쩐지 그 향이 아주 우아하다 생각하고 보니 바로 그 유명한 고급 구두를 만들어
파는 훼라가모 상표였다.
아버지의 배웅을 늘 그러시듯이 엘리베이러 까지 받고 돌아왔다.
'잘 가거라 내일 보자'
'굿나잇 아빠.....
진정한 참된 사랑이나 우정은 숭고한 희생을 요구한다.
시간과 열정과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으로
사랑과 배려와 이해와 관용이 병행되어야 하는 일이다.
멋드러진 테너인 아버지에게 원어로 부르는 나의 태양/오 솔레 미오를 이렇듯이
한글로 적어서 다시 아버지와 길을 떠나 외출하는 날에 아버지와 함께 이중창으로
부를 것이다. 요즘 우리 아버지 오페라 해설집을 열심히 읽고 계시다.
*
아침 8시에 전화를 하니 아버지가 전화를 받으신다.
'왼일 이니..........'
'왼일은 굿모닝 인사차 한 것이죠....'
아빠, 몇시에 일어 나셨어요?
'6시에 그런데 너는 잠은 잤니?
'아빠 밤을 새웠어요."
'또 뭐가 문제인데....그러니...'
'간밤에 아빠 모셔다 드리고 와서 그대로 카우치에 널부러져 자고 일어나니
새벽 1시 그때부터 잠을 못잤어요. 그런데 글이나 썼지요..
'예야 그러면 되었어...시간 낭비는 아니니까.
'아빠 그런데 몇시에 친구분들 만나러 가세요.
잘노시다 오세요. 그리고 돌아오시면 전화주세요.'
'예야 몇시에 네가 오후에 온다고 했냐..........'
'2시 40분요......'
그럼 그때 보자 그럼 되었어 뭔 전화 까지나.....'
잘 자고 나중에 보자 안녕....'
'안녕 아빠 오후에 볼게요'
'그래 그때 보자 ....'
아침에 우리 부자는 이러고 아침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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