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이별을 준비하며

붓꽃 에스프리 2021. 10. 2. 03:10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닌 것 같은 이 순간이다.

오늘이 이번 휴무 3일 중 3일째 되는 날이다. 간밤 나는 무서운 악몽에 시달렸다.

내가 침실에서 자고 있는 데 한밤중에 어둠을 뚫고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내

화장실을 사용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평소에 우리 아이가 하던 버릇이기에

그 애가 왔다 갔나 하며 나는 얼마나 잠을 자면서 악몽에 시달렸는지 모른다.

비명을 지르고 두려움에 떨던 그런 밤 이었다.

눈을 뜨고 아침에 일어나니 그동안 늘 흐렸던 날과는 달리 오랜만에 눈부신

햇살이 부엌 창문을 통하여 들어와 기분이 얼마나 상쾌하였는지 모른다.

그저께 한 주를 맞추고 퇴근하면서 오랜만에 김치를 담가볼까 싶어 들리니

배추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과연 이것으로 배추김치를 담글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태가 아주 나빴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나니 6폭을 샀다. 작고 엉성하고 도무지 김치가 될 것 같지

않은 형편없는 배추 유튜브에서 만나는 해남 배추나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여기도 있다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3일 쉬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일단

샤워를 하고 배추를 갈라 소금 뿌려 큰 다라에 넣고 잠자리에 들었다.

꿈도 야무져 이번에 "오징어 게임"이 그렇게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다니

보자 하고 그 대신 본 영화는 9월 17일 개봉한 94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주연인 영화 <Cry Macho>를 보았다. 기대와는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젊은 전성기 시절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박진감 넘치고 매력 넘치는 연기력은

온 데 간데없고 워낙 연세가 연세인지라 구부정한 모습에 연기력마저 힘에

부쳐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헤어진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남자아이가 엄마와 같이 멕시코로 가서 살고 있다.

그 아이를 그리워하는 미국에 있는 아빠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그 아이를

멕시코서 찾아 미국으로 데려와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영화는 시작되고 아이가

국경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빠와 재회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기대한

만큼의 작품은 아니었다.

그리고 김치를 담가야 하기에 절인 배추를 물에 헹구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한일은 잠시 네플릭스에서 인기리에 상영된 브라질 영화 <Carnaval>을 들춰

보니 재미나겠다 싶었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이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 열개는

어떤 작품인가 찾아보았다. <사랑의 불시착>은 꼭 들어갔다.

밤 9 시가 넘어서 무, 파뿌리, 양파, 사과, 대추, 다시마, 코다리 머리 잘라 놓은 것

두 개 하여 끓여 우려내고 무 채 썰고, 양파, 마늘, 생강, 껍질 벗긴 사과, 새우젓

블렌더로 갈고 찹쌀풀 쑤고 한국산 햇고춧가루와 함께 버무려 30분 숙성시켜

물 빠진 배추 버무려 넣고 보니 큰 김치병으로 3병이 나왔다. 버무리기 전 생채

간 맛을 보니 음 맛난 데 싶었다. 은근히 냉장고 안에서 몇 날 며칠을 두고 몇 주를

두고 익을 것이다.

늘 나는 그렇게 해서 김치를 먹는다. 아삭아삭하고 시원하고 짜지 않고 깔끔한

맛 마켓에서 만들어 파는 하선정 김치나 그런 것과는 다른 나만의 특별한 맛이

담겨 있어 선물로 주면 한국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네 김치를 먹고는 마켓서

파는 김치를 먹을 수 없다고 하며 늘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래도 나는 한국서

사는 분들 하고도 음식을 정말 잘하는 분으로부터 맛깔스러운 그분들만의 김치

맛을 배워보고 싶다는 갈망을 늘 하는 사람이다. 영혼의 음식이 아니던가.

그리고 휴무 3일째 오늘은 오전 11시 부엌에 들어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부엌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내일부터 이번 주 근무를 시작해야 하니 반찬 준비도

해야 되고 냉장고도 정리해야 되고 하여 첫 번째는 닭볶음탕을 하여 용기에

남고 두 번째는 온거실에 냄새를 풍기는 고등어를 굽고 다음은 김치 담는 데

쓴다고 사온 쪽파를 잊고 안 넣어 예라 모르겠다 파전이나 만들자 하고 파전을

만들고 다음은 며칠 전 근무 전에 씻어 봉지에 담아 놓은 부추에 해물 모듬 넣고

양파 썰어 넣고 묵은지 썰어 넣고 퇴근해 출출할 때 먹으려고 부침개를 부쳤다.

싱크대가 설거지할 것으로 한가득 참 이래서 뭐 해먹기도 힘들고 기름 오븐

위에 여기저기 파편을 수도 없이 떨어트리고 마룻바닥에도 튀어 늘 신문을

바닥에 깔고 주변에도 신문지로 덮고 하여도 끝나면 오븐 닦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고 몇 번을 세재로 닦고 맑은 행주에 티슈로 닦아야 오븐도 청결하고

그래야 속이 시원하고 이래 저래 힘든 일이라 큰마음 먹어야 하는 일이다.

그릇 다 닦아 말려 제자리에 놓고 샤워하고 나오니 수도 없이 전화가 여기

저기서 쓸데없는 전화들이 울려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중에

한통 아니 왜 이분이 전화를 했지 직감이 안 좋았다. 한때 여자 골프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다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명문 스텐포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스포츠 명문가의 아들과 결혼을 한 미쉘 이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 조금 전에 하셨었지요.

아...네.....

뭔.........................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버지가 한국에서 오신지 1개월 반이 되셨는데 지금 위독하셔서 평소에

긴 긴 세월 아버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셨던 분이라 돌아가시고 나서

전화를 드리는 것보다는 살아 계셔서 상태를 알려드리고 말씀드리는 것이

옳다 생각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이제 84세 이신 분 형님 동생 하며 지내던 아주 절친한 사이로 거의 20년

세월을 함께한 귀한 인연이 되시는 분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계시다고 했다.

하여 작고 하시게 되면 장례식이 결정되면 알려달라고 하고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그냥 진공청소기 돌려

거실부터 침실까지 창문 다 열어젖히고 청소하고 손을 놓아 버렸다.

12월경에 오신다고 몇 달 전 전화를 하셔서 나는 그날을 학수고대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눌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이 코로나 시국에 유일한 기대였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나는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토록 서로는 서로를

아끼고 늘 잊지 않고 안부를 전하며 형님은 아우를 아우는 형님을 그리워하고

수화기를 내려놓기 전에 늘 "I love you"란 말을 서로 잊지 않던 그런 귀한 인생

여정에 만남이었다. 큰 따님도 이제 60이 되었나 그렇다. 큰 따님도 딸 시집

보내고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다. 못 만난 지가 벌써 3년이 되었으니 말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난 지금 또 한 분을 보내드려야 하다니 10월

우리 아빠 헨리의 기일이 다가오고 있기도 한데 또 이토록 슬픈 소식을 접해야

하다니 가슴이 먹먹하다. 죽음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숙명이지만 그래도

만남의 기약이 없는 영원한 이별은 가슴 시리고 또 가슴 무너지는 아픔이다.

비록 살아가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하여도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은 슬프다.

아니 그저 뇌리가 멍하다. 앞으로도 이런 이별을 몇 번을 더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망치로 두들겨 맞은 기분이다.

가시는 길 위에 귀에 대고 "I love you" 이 한마디를 평상시 통화할 때면 수화기를

내려 놓을 때 우리가 늘 서로에게 하던 대로 해드리지 못함이 가장 아쉽고 아쉽다.

영원한 이별 앞에.............

오늘도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무시하고 간과하다 감염되어 당료와 비만이

있는 사람이 텍사스주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합병증으로 두 달리 절단하고

사람들에게 나처럼 되지 말고 백신 맞으라고 하는 기사가 올라와 어이가 없었다.

백신만 제대로 맞았어도 그런 불행한 일은 없었을 것이고 또 사망에 이르지 않을

것을 무지가 생사람 잡는다는 말이 딱 맞는 경우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기사로

올라오고 있다.

 

 

Chopin - 12 Études, Op. 10 - No. 3 In E "Tristesse"

Lang Lang - Piano

Vienna Phiilharmoniker

Zubin Mehta - Condu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