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이다.
2주간의 가을 휴가는 어저께로 마감했다. 어저께는 날씨가 어찌나 화창하고
좋았던지 늦봄 같은 느낌이었다. 인터넷 프로바이더를 스펙트럼에서 AT & T로
바꾸는 바람에 스펙트럼 라우러를 UPS를 통해서 돌려보내야 나의 의무가 끝나
첫번째 UPS 액세스 포인트 라고 해서 찾아 가보니 아주 작은 상점 이었다.
자기네는 상자에 넣어 패키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취급하지 않는 다며 더 큰
UPS 사무실로 가라며 알려주어 찾아가니 그곳은 말 그대로 UPS 사무실이었다.
돌려주러 왔다 하니 스캐너로 라우러 코드를 스캔하더니 순간 컴퓨터에 안 뜬다
하여 잠시 이를 어쩌지 하던 차 프린트해서 받았다는 서류를 건네주며 이제
가도 된다고 하여 그 길로 미국 마켓에 들렸다.
또 몇 개월 마실 물도 필요하고 호밀빵, 랙토스 뺀 우유, 올리브기름이 첨가된
마요네즈, 아보카도 기름이 첨가된 마요네즈, 하인즈 토마토케첩, 겨자와
유기농 바나나를 구입 후 오는 길에 한국 식료품을 파는 마켓에 들려 토마토와 중
국 채소 박초이 한국어로 청경채라고 하던가 그런 것, 페르시안 오이 구입 후
돌아왔다.
물가가 그동안 무척이나 올라가 토마토의 경우 미국 마켓에서는 한국 식료품
마켓에서 파는 가격의 두배나 비싸다. 아보카도도 두 개에 4불인 것이 한국 식료품
마켓 에서는 4개에 4불 좀 넘는 가격이다. 그리고 돌아와 계산서를 보니 별 것
산 것도 없이 거의 백 불 10만 원이 넘어간다.
그런데 이게 왼일 두부 한모에 코로나 전 같으면 1불이면 무슨 상표든 풀무원,
자연나라, 일제 시라기꾸등 다양한 두부들을 구입 가능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한모에 1불 50전 그런 것을 1불에 세일 중 두부 썩는 물건 아니니 부침용,
찌게용, 생식용 각각 2개씩 구입하고 돌아와 너무 더워 옷 벗어 제치고 그 길로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도 하지 않고 돌아다녀 저혈당이 몸으로 느껴져 작은
사이즈의 바나나 3개를 요기하고 일단 쉬었다.
밤늦게 세탁물은 모두 세탁해 가지런히 정리해 대 제자리에 넣고 오븐도
요리하며 튄 기름이나 찌개 끓일 때 파편 자국들 다 반짝반짝하게 닦고 손을
놓고 쉬니 비로소 속이 다 후련하고 할 일을 다 맞춘 완결된 느낌이었다,
그래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직장으로 돌아가 그동안 못 만난 동료들도 만나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근무하며 때론 쓸데없는 농담도 하며 사람들도
웃겨주고 아껴주고 그렇게 살아야 또 사는 것 같지 하는 마음이었다. 한마디로
동료들이 그립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보나 마나 핼로윈 팟럭 파티를 할테니
각자 먹을 것을 사 갖고들 오라고 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게 핼로윈이 지나가면 11월 곧 추수감사절이 돌아오고 크리스마스 새해에
마지막 겨울 휴가를 2주 가는 대신 추수감사절에 근무를 해줘야 된다. 벌써
한 해가 쏜살 같이 흘러간다. 새벽 3시인가 늦게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카톡이
기다리고 있어 보니 한국에 계신 귀한 인연이신 형님께서 가을을 타시는지
모두가 다 헛되고 또 헛되다시며 글을 보내오셨다. 싸늘한 고독이 폐부 깊이
글을 읽는 순간 스쳐가는 느낌이었다.
보내주신 글의 뉘앙스를 곱씹어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누구나라도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 하는 형이상학적인 이데올로기 또는 가치관에
따라서 인생이란 여정의 종착역에서 우리가 죽음 앞에서 허무를 느끼느냐
아니면 그대로 받아들이리고 또 다른 차원의 영적인 여정을 떠나느냐 하는 것이
결정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죽음 천하의 영웅호걸도 천하의 황제도 러시아의 지도자 푸틴도 피할 수 없는
필연이요 숙명이다.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명제 앞에 설 때 늘 나는 법정
스님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는 너무나도 많은 죽음을 대하고
사랑하는 혈육들과 양부들을 다 떠나보내고 그 모진 세월을 살아내면서
끝없는 허무와 그리움 앞에서 배운 것 하나는 어떤 모진 역경과 시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나의 아픔과 슬픔 또는 상실감을 대신해줄 수 없다. 바로 나라는
자신이 짊어지고 헤쳐나가야 하는 냉엄한 운명이란 것이다. 그 폭풍이 스쳐간 후
설령 때론 끝없는 허무가 우리 가슴 깊이 엄습한다 한들 수없는 죽음을 목격한
입장에 서서는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도 감사하게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마실수 있는 물, 호밀빵 한 조각, 숨 쉬고 있는 순간 어느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의 행복의 조건으로 호화저택이나 값비싼 명품 자동차 수천 불씩 하는 명품
옷 장식품 이런 것이 결코 필요하지 않다. 차는 고장 나지 않고 어디든 나의
목적지에 잘 데려다주면 된다. 옷은 남 누하지 않으면 되고 내가 먹고사는
음식은 나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이면 된다. 친구를 만나면 비용 생각하지
않고 부담감 없이 따듯한 한잔의 커피와 식사 대접해줄 수 있으면 된다.
진심된 마음 하나 나눌 수 있는 인연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만하다. 수억만 리를
사이에 두고도 서로는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인격적인 예우를 갖출 수 있고
인격적인 만남을 하고 대화의 소통이 가능하면 축복으로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빠의 죽음 앞에 화장 후 한 줌의 재로 내 손에 쥐어지던 순간만큼 허무하랴.
얼마 전 까지도 내가 꼭 안아드리고 매일 면도해드리고 볼에 키스를 해드리고
손톱 발톱을 깎아드리고 기저귀 갈아드리고 욕창 날까 봐 매일 약발 라드리고
대소변 내손으로 다 감당하고 목욕시켜드리고 하던 그런 모습들이 하나의
재가 될 때 그 존재의 허무는 끝이 없다. 그러나 그것 또한 받아드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과 삶의 진실이다.
하여 살아 있을 때 서로 잘하라고 하는 옛말이 그저 생긴 말이 결코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아껴주고 마음껏 배려하고 사는
것 보다 더 소중한 것이 누구나 하고 일상과 인생에서 또 있으랴 싶다.
이제 부엌으로 들어가 미역국 끓이고 또 며칠 근무하니 근무하는 동안 요리하기
싫으니 밥도 지어 데워 먹을 수 있게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넣고 그리고 3시간 정도
더 자고 첫 출근을 할 것이다. 오늘 하루도 매사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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