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무정한 세월

붓꽃 에스프리 2025. 4. 1. 21:10

덧없고 무정한 세월은 벌써 3월 말에 한국은 4월 초하루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 하여 내 안에 침잠하고 세상과 모두 단절하고 조용히 있었다. 하늘과 가슴이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산산조각이 난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슬프고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한 지 2주가 되어갈

때쯤 같은 일이 다시 주변에서 발생하여 감정 조절이 힘들어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첫날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꼬박 새우는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했었다.

가슴이 떨리고 전신이 때론 떨려와 내면의 갈등 속에서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 그런 시간을

보내야 했었다.불면에 시달리는 긴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다. 살아 있다고 살아 있는 것이 아닌

그런 시간 속에서 인생의 허무와 슬픔을 넘어서야만 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지난주 목요일 부엌을 들어가 수납장을 열면서 순간 모두 다 버리고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꽂히고 말았다.

일단 모두 다 버리고 아주 수십 년 전 친구 작은 딸이 바하마 다녀오며 사다 준 머그잔과 친구의

큰딸이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오면서 사다 준 머그잔과 돌아가신 캐나다에 사시던 양부가

사주신 머그잔 은퇴할 때 동료들이 일부러 문구를 넣어 만들어준 머그잔과 동료들이 생일 선물로

준 텀블러 두 개와 저울 하나 남기고 미련 없이 다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집안 살림을 이번에 싹 정리해 버릴 것 버리고 아주 최소한으로 간결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나흘 동안 20년 동안의 살림을 다 정리해 버렸다. 책 18박스 다 재활용 을 위한

대형 쓰레기통에 버리고 젊은 날 영국으로 시카고로 뉴욕으로 다니며 공부하던 학창 시절 입던

옷들과 담요부터 돌아가신 헨리 아빠 공책부터 모두 다 정리해 다시 버렸다.

젊은 날 그렸던 그림들조차 미련 없이 다 버리고 또 버리고 나니 그 큰 쓰레기통이 거의 다 차올라

사다리를 놓고 들어가 밟고 밟아 쓰레기 높이를 낮 추웠다. 쓰레기가 쓰레기통을 넘게 되면

과징금을 물게 된다. 그렇게 나흘을 정리하고 나니 이제 나이는 속일 수 없어 전신이 근육통으로

아프고 허리와 옆구리가 쑤시고 아파 거동조차 힘들어 허리를 굽히고 걸어야만 했다.

 

봄이 것만 지난 사흘 동안은 세차게 바람이 불고 흐리고 비가 내리고 그랬었다. 그런데 유튜브를

시청하니 한국은 강원도 산간지역에는 눈이 내리고 어저께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통화를 하니

아직도 서울은 춥다고 하는 것이 아니던가. 허리가 아파 샤워를 하고 앞뒤도 보지 않고 그대로

침실로 들어가 잠을 자고 일어나니 근육통이 많이 풀려 그래도 다행이었다.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콩나물 뭇국을 끓였다. 저녁 이외는 빵만 먹고사는 사람이니 조금만 매운

것을 입에 대면 속이 아프고 부대끼는 느낌이다. 봄철이라고 냉이 된장국이나 달래 간장 만들고

봄동 겉절이 무침을 해먹을 수 있는 재료도 없고 먹고 싶어도 문화와 환경이 다른 곳에 사니

유튜브에서 한국인의 밥맛 같은 프로를 시청하게 되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동안 열무김치 담가 통보리 밥 만들어 비벼 먹으니 꿀맛이었다. 다른 반찬이 필요하지 않았다.

총각김치 담가 따듯한 국에 밥 말아 같이 요기를 하니 잘 익어 아삭아삭한 총각김치가 금상첨화다.

제일 그리운 한국 음식이 있다면 냉이 된장국, 달래무침, 달래 간장이나 봄동 겉절이 같은 봄나물

음식들이다. 그런 것을 우리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 한은 죽을 때까지 맛볼 수 없는 음식이다.

살림살이를 다 정리해 버려 다세대 주택에 월세 받으러 아이가 내일 오면 얼마나 놀랄지 싶다.

모두 정리해 집이 텅 비니 너무 좋다. 법정 스님 작품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수상집들과

빈센트 밴 고흐와 톨스토이 서간문이면 지금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언제라도 떠나도 뒤에 남겨지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일상과 삶을 살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기에 다 버릴 것 버리고 간결하게 최소한의 것만 소유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제는 계속 비우고 치우고 정리하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때다.

하다못해 쓰지 않는 볼펜부터 다 버리고 또 버렸다. 버리고 비우고 나니 한결 마음이 평안한

느낌이다.

옷가지 살림살이 모든 것 처 쌓아놓고 살 나이가 아니다. 차마 누렇게 변한 톨스토이의 "부활"

영문 소설은 버리지 못하고 읽고 때 되면 버리자 했다. 201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여류 소설가 앨리스 먼로의 작품이 정리하다 보니 내 손에 잡혔다. 한강의 작품도 영문으로

번역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가 3월 초와 그저께 배달되었다.

집안 다 정리하고 이제는 독서를 좀 하고 외국어를 독학을 하려고 한다. 그렇게 3월이 지나갔다.

3월 말에 시작한 자판기 두들기가 자정이 넘어 지금은 4월 1일 새벽 4시 반 한국시간 밤 8시 30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