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blo Picasso - Trois Silhouette Nues,1908
소피를 보려고 아침결에 일어나기를 두어 번 해가 중천에 떠있다.
일단 거실과 침실 창문을 다 열어 제치고 환기를 시키고 진공청소기로
소제와 세면을 하고 한 바퀴 바깥을 도노라니 옆집 화단에 이름 모르는
노랑 꽃이 피어나 저만치 봄이 오고 있씀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손짓을 하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어제는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 여기저기서 덥다고 아우성들이다. 마리아는 땀을 뻘뻘 흘리고
온종일 머리 속이 안개 같았던 어제 하루 캔버스 앞에서 조차 마음이
어지러워 붓 따로 마음 따로 각기 청개구리 짓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아침 나지막하게 쇼팽의 낙턴을 들으며 한 권의 시집을
든다. 그 이름 “별 아래 잠든 시인” 삼인행 – 송수권, 이성선, 나태주
3인의 우정 어린 시집이다. 별같이 맑은 영혼으로 눈부시고 지극의
순수로 태백을 노래하던 시인 외우 이성선 고인이 된 시인을 추모하는
송수권과 나태주 두 우정 어린 문단의 벗들이 그를 그리워하며
출판한 시집은 다른 기성작가들의 시와는 구분이 된다. 일단 맑고
산문적인 요소가 많이 배제되어 있어서 외울 수 있는 시가 많고
별처럼 들풀처럼 향내가 가득함이 다르다.
별을 보며 – 이성선
내 너무 별을 처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처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처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아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송수권 시인은 먼저간 벗이 쓴 이 시를 늘 애송하며 수없이 수 없는
곳에서 낭송을 한다고 한다. 친구를 그리는 시인의 아름다운 연가가
아닐까. 참사랑, 진정한 우정, 진솔한 정이란 이름은 이런 끊임없는
상대에 대한 연속성과 지속성을 갖고 있는 관심과 추억과 일상의
일부분으로 늘 일상생활 가운데서 살아가는 모습일 것이다.
이 시대 물질문명이 피폐화시키는 인간성과 정신문화의 한 단면은
우리 모두를 때로는 경악하게 함은 물론이요 절망과 쓸쓸함 그 나락으로
피 멍이 들어 내동댕이 처져 추락시키고 만다. 재산문제로 형제에게
공기총을 난사하는 시대 물질문명의 피폐함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돈이면 다 된다는 안이하고 극단의 이기주의와 물질문명에 노예화 되는
현대인들의 비극적인 한 단면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런 피폐한 인간성과
정신문화를 회복시키고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로 시인의 사회적인
공인으로서의 의무요 맑고 고운 정신의 순수가 아닐까.
설날이라는 오늘 서양인 내 삶의 현주소에서는 방 공기는 물론 내 마음
조차 한치의 미동도 하지 않는다. 먼 나라의 문화요 먼 나라 벗들과
소중한 인연들의 명절 일뿐 마음에서 너무나도 먼 곳에 있어 느낌이
와 닿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 파파가 또렷이 기억하시는 내일은
파파 아들의 특별한 날 그러나 마음으로부터 마음으로 전하여주고
채워주신 영혼의 교감이 깊고 수려하게 영혼 저 깊은 곳에 흐르는
상징성으로 서로를 숨쉬는 산소 같은 이미지로 살아가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란 미래는 따듯하다. 마침 이 순간 듣고 있는 잔 휠드의 낙턴
1번과 같은 절제와 품위와 단아함과 아름다움이 파파의 영혼에는 담겨
있어서 잔잔한 감동으로 늘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한치의 변함도 없이
함께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고 있기에 이 오후 아름답다.
은둔 이 조용한 언어의 조형미를 살아가는 것이다.
커피 메이트에서 막 내린 신선한 한잔의 모닝 커피 향 같은 사람의
아름다운 향기 여복하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유행가 가사는
노래를 하고 있겠는가. 재산 때문에 아버지나 어머니나 남편이나
부인을 살해하는 비인간적인 인간 극단의 이기주의와 물질문명의 피폐함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리석기 그지없는 인간은 물질의 부면 세상을
다 정복하고 자신은 십자군처럼 행진을 하고 깃발을 드높여 꽂으리라
착각을 하는 일종의 정신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대 삶과 죽음 앞에 냉철히 서보시라…
과연 그 모든 물질의 부와 명성과 권력이 얼마나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며 존재의 가치가 있는 가를 말이다. 없을 無 그대로 無다.
동전 한 잎도 그대는 갖고 갈 수가 없다. 물질의 축복은 다만 삶의
편리한 도구 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즉 절대적인 인생의
알파요 오메가인 존재의 가치 그 기준이 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존재 자체를 위한 방편으로 두 인간이 하나의 영과 육으로
결합하는 온전함 개념 그 자체로 형이하학적이고 육체적인
결합 즉 성이 인간에게 필요하다면 동시에 인간의 육과 정신을
성장시키며 인간 존재의식을 자각시켜주는 방편으로서 형이상학을
위한 이지적이고 지성적인 사색과 자아발견과 자아성철과 내면의
성숙은 절대 필요 불가결한 요소로서 우리 인간에게 필요하다.
사색이 없는 일상과 삶은 무의미하다.
그저 출생하여 주어진 삶이니 학교 가고 졸업하고 사회생활하고 결혼하고
자식 낳고 그러다 쉴만할 때는 이미 나이 50 – 60을 넘어서고 그때부터
오래 사용된 육신은 마모되기 시작하여 여기저기서 SOS를 타전하는
아우성 소리가 들린다. 벗들은 하나 둘씩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을
등지기 시작하고 어느 날 살아온 날을 뒤돌아 보면 막다른 골목길에
서서 거울 앞에 낯선 한 여자와 남자가 서있는 것이다.
인생은 그런 것이라며 치부하는 안이함에 빠지고 아줌마 아저씨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는 인간에게는 더욱 더 진솔한 대화의 상대로서
벗과 이웃이 필요하다. 술 한잔이나 같이 걸치고 형 동생에 언니 동생이란
가벼움으로 같이 골목길을 흐느적대고 수화기 너머로 노닥거림이 아닌
진솔한 대화와 위로로서 상대에게 다가서고 혹시나 잘 있는지 아니면 병이라도
나지 않았는지 확인전화도 때론 필요하다면 정분이 담긴 담소도 필요하고
저만치 들길과 숲과 산책로나 어느 벤치나 거실이나 창가에서 아무런 말이
없을 지라도 함께 하는 지혜와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이 되어서는 더욱
더 필요하다. 비극적으로 혼자 죽는 노인들도 심심치 않게 신문지상에 오르
내리고 있지 않던가.
진정한 사랑과 우정도 인간관계도 처음도 마지막도 관심이란 이름의 배려에서
출발한다고 믿고 싶다. 기분에 좌우되는 인스턴트 커피 같은 가벼움이 아닌
진실이 담긴 자기시간과 일상 그 자체의 한 부분이나 시간을 배려라는 차원의
조건 없는 진솔한 희생이 수반되는 아름답고 깊은 영혼의 발로가 있어야
가능하며 그 정신은 마종기 시인의 명시 “우화의 강”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잉태되지 않을 까 싶다.
아름답고 우아한 만남이나 사랑과 우정을 위하여서는 서양이라면 기분에
좌우되는 것은 없다. 늘 일상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면서 사랑하고 아끼는
상대를 늘 기억하여주는 배려가 앞선다. 서로 일상을 살아가면서 피곤하고
지치고 바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그와 그녀의 몫으로
떼어 놓아야 옳다. 그의 그녀의 국경일이나 특별한 날을 기억하여주고
전화 한 통화라도 따듯한 마음으로 전하여 주는 것이다. 즉 나는 당신을
늘 기억하고 있다는 진실과 영혼의 교감을 함께 하며 나누는 것이다.
그와 그녀의 결혼기념이나 생일이나 특별한 날을 함께 조용히 잔잔하며
깊이 있는 모습으로 영혼의 우아함으로 품위를 지켜가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우정과 정을 확인하는 존재의 의미를 서로에게 부여하여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진솔한 사랑이 담긴 늘 변함없는 맑은 영혼으로만이 가능하다.
현대인은 고독하다. 이웃도 아파트 문으로 철저하게 잠겨 있어 단절되었다면
또한 형제도 재산싸움으로 살육전을 방불케 하고 법정에 서고 사랑의
결핍증에 들어 있는 고독한 절대 다수의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의 어두운
단면이다.
진정한 인간관계나 사랑과 우정은 처음도 마지막도 절대 인격존중의
배려 즉 관심에서 출발하며 연속성과 지속성을 동반하는 영혼의 만남이요
극단의 이기주의가 아닌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맑고 고운 정신 즉 착할 善
善이란 출발점이요 깊고 유장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시인의 정신이 닿는
우화의 강가가 아닐까? 진정한 사랑과 배려는 결코 가볍거나 천박하지
않다. 다만 깊이 있고 잔잔하며 단아한 품위를 지니고 있다. 마치 하나의
오솔길처럼 맑은 영혼의 공기와 들꽃들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나 인간관계는 일단의 자기희생과 지속적인 관심과
진솔한 배려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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