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 van Gogh - 1885, Nature Morte a La Bible
작가 공지영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독자에게 남겨주는 작가가 흔할까?
그녀를 생각하면 먼저 왜 카프카나 전혜린이 떠오를까. 몇 년 전 그녀가 베를린에
머물 때였지 유년시절 엄마 따라서 독일로 건너가 그곳에서 국민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맞출 때쯤 그녀는 이미 독어가 모국어가 되어 있었고 독일교포 사회에서 1세들을
위하여서 많은 사회봉사를 하던 그녀가 과거의 사이버 공간으로 접선하여 좌파성향의
글과 반론으로 기성세대와 꽤나 부딪치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오늘은 공지영에 관한
글을 지난 여름호 작가세계에서 읽으면서 떠오른다. 바로 이 새벽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녀의 작품 “별들의 들판”은 그녀가 아마도 이 당시 베를린에서 체류하는 동안
작품구상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 당시 작가 공지영에게 여러 면으로 덕이 되어준
S 그녀임을 알고 있었기에……..
전화벨은 긴 여운을 남김에도 불구하고 응답이 없다.
현대문명의 이기가 없었다면 지역간의 연결과 개인과 개인 사이에 대화나
안부의 통로로서 기능을 컴퓨터나 전화로서 생각조차 우리는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폐해도 결코 만만치 않다. 인터넷을 시작한 후 평소에 거의
매주 우리 아버지 파파에게 보내드렸던 편지를 게으름으로 못 보내게 된지도
꽤나 오래되었다. 아직도 우리 아버지 파파의 손때가 묻어나는 펜으로 직접 써서
보내주시는 편지를 받을 때가 가장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도 들도 아니고 아버지 파파는 매년 아들의 생일날이 되면 저녁 정찬을 위하여서
현금수표로 딱 50불을 만들어서 보내주신다. 그것은 곧 아직도 건강하시다는
의미이자 아버지 파파의 전통이기도 하다. 새해가 되는 날이면 달력에다 가족들
생일날이나 기념일을 꼭 동그라미를 쳐놓는 자상도 하신 파파 이제 80이 가까워
오시는데 이번에 착한 막내 동생부부의 선물로 함께 지중해로 동생 내외와 약 2주간
예정으로 크루즈 여행을 떠나신다고 아버지 파파가 사랑이 담긴 카드와 편지와
작은 선물을 담아 알려오셨다. 아버지 나를 낳아주시지 않았지만 온전히 자신을
바쳐서 오늘이 있기 까지 헌신적인 사랑으로 지켜주신 분이시다.
“파파, 우린 가족들이 모두 국적이 다르다고 하니 허허 웃으신다.
동생 스티븐과 켄도 국적이 다르고 우린 서로 국적이 다 다르고 사는 곳이
다 다르다. 스티븐은 학회 모임에 가느라고 늘 바빠서 함께 할 수가 없고
아시아와 북미로 유럽으로 일년이면 몇 번을 다니는 지를 모른다. 스티븐
결혼식이 쉬카고에서 있던 바로 전날 사랑하는 그 아이는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나는 비극적인 일이 있었던 세월의 성상도 이제 두 고개를
넘어간다 싶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서 늙느라고 그런지 게으름에 집안을 그전처럼 치게 되질
않는 다고 편지에 하소연을 하신 아버지 파파의 글을 받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모르겠다. 보통 깔끔한 아버지 파파가 아님을 알기에 그럼에도 물론
집은 깨끗하리라 믿는다. 아버지 파파가 더럽다고 하여보아야 치우지 않고 사는
사람들 몇 배는 깨끗한 분임을 알기에 그러나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는 우리
모두가 아니던가. 유일하게 아버지 파파와 이방인인 나를 친동생으로 각별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앵글로 색슨계 형제인 죠지와 윌버 백인 형들 만이
유일하게 한국 태생 동생의 귀 빠진 날을 기억하는 전통이 있다.
매년 아버지 파파와 백인 형들만이 그 전통을 이어가며 사랑과 정성이 담긴
카드와 편지에 마음을 담아서 보내주는 축복을 갖고 살아가는 이 모습이 얼마나
더 많은 세월로 지켜나갈 수 있을 지 아버지와 형들의 건강을 축복으로 기도하는
마음이다. 문화와 가치관이 다른 각 사회마다 가족이나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과 기념하고 추억하는 방법도 다르다 싶다. 또한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도 다르고 평생을 조용하게 지내온 날들 내 인생에 소중한 인연으로 함께
자리하고 흘러가는 소수정예 이외는 지극히 사생활에 속하는 날들을 함께 하고
싶지가 않다. 첫째 마음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진정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인생의 생사고락을 함께
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일들을 함께 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마음이란 상당한 조건 없는
자기희생이 우선 앞서야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기억하고 싶으면 기억하고
싫으면 기분에 따라서 상대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배려하는 것이 아닌 늘 일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의 범주로 더불어 살아가는 진솔한 인간관계의 정립과 설정은
인생의 마지막 보루인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함께 국제전화로 국경너머로 나눈
이야기는 세월이 흐를수록 진솔한 대화의 상대가 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만남이 더욱더 소중하다는 진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음성은 아버지 파파의 음성이 아닌가 싶다.
온전한 사랑과 철저한 자기희생과 배려로 이방인인 아들을 평생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시는 우리 아버지 파파를 생각하며 한국문화와 풍속과 인식의 차이가 얼마나
많은 가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랑을
가르쳐 주신 분도 결국 이방인이신 아버지 파파라고 생각한다. 참사랑은 사랑을
진솔하게 받아본 사람만이 배려할 수 있으며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얇은 입술과 세치의 혀로 가증스럽게 앵무새처럼 사랑이 아닌 사랑을 노래하는
천박하기 그지없이 가벼운 존재들이 얼마나 많던가.
말러 교향곡 5번은 흐르고…………..
작가 공지영의 캐랙터에 잘 어울릴듯한 말러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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