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시인의 창가에 앉아서

붓꽃 에스프리 2007. 3. 9. 07:31

Vincent van Gogh - El Sena con el Puente de la Grand Jatte - 1887

 

법정스님의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읽는 동안

……하고 무릎을 탁 치는 구절이 있었다. 아 그래 바로 그거야 라고

혼자 되뇌이며 <만남이란 일종의 자기 분신을 만나는 일이다>라는

말에 가슴에 깊은 파문이 일어난다. 맞다. 누군가 자기와 같은 영혼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찰떡궁합 같은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는 것

또한 누구든지 한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바라는 희망사항

중에 하나임이 틀림없다.

 

봄을 알리는 경칩이 콧잔등 위를 바람처럼 스쳐가건만 때아닌 눈이

내리는 모국의 거리 산과 들에 이제 나는 바람으로 남고 님 또한

탯줄을 묻고 떠나온 고향 골목길을 바람으로만 스쳐지나 가리 비록

육신은 두고 온 거리와 산자락에 이를 수 없다 하여도 장독대 앞에

두고 온 난초와 고염나무 노랑 개나리 그 앞에 빛 바랜 추억으로 남아

오늘도 봄기운을 재촉하며 매서운 꽃샘추위 바람으로 스쳐가는                       

영혼이여 그대 아는가 비록 육신은 닿을 수 없는 무한대일지라도

정신과 영혼만은 그 경계선을 넘어 바람처럼 온 우주를 돌고 돌아

어느 때고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가 자신이 가고 싶은 그

어느 곳도 가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아침 나는 읽었네 마종기 시인의 시집 <이슬의 눈>을 시인은

불의의 사고로 먼저간 자신의 분신이요 가장 친한 벗이요 아우

종훈씨를 추모하며 화산의 용암처럼 애절한 그리움을 토해내고 있었네.

이제는 노시인으로 자리매김을 하여가고 있는 시인 그 영혼의 창가에도

봄은 그가 고향 뒤뜰에 심어 놓고 온 노란 산수유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네. 그러네 생은 꽃잎처럼 피고 지고 그럼으로 완결되는 것이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것이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 밖에는 담지 못하리

 

에밀리 디킨슨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미국의 중고등학교와 학부과정에서 꼭 배우고 넘어가는 대목이 있다면

단연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그의 가장 친한 벗이었던 시인 에머슨의

작품이다. 에머슨과 영국의 유명한 사상가로서 <프랑스 혁명>을 썼던

토마스 카아라일은 절친한 벗이었다, 에머슨은 시 속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 받는 것아름다움을 헤아릴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현재 살아 있씀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성공한 인생이다.

시인 T. S. Elliot과 헤밍웨이 또한 그런 관계였다. 엘리엇이 형편이

어려워 시작에 몰두하지 못할 때에 기금을 만들어 시작을 몰두할

수 있게 엘리엇을 후원하고 시집 <황무지>를 출간하는 것을 도와준

사람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작가 헤밍웨이었다.

 

물질의 부의 축적과 명예와 권력을 소유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라고

세상은 바라본다면 역으로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성공한 인생이다.

 

특별히 연륜을 더해가고 늙어 갈수록 아름다운 인간관계의 유지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가 아닐 수가 없다. 자식들이 자라고 분가를

하고 자신들만의 삶을 가정이란 새로운 울타리 안에서 만들어 가며

살아가는 동안 부모는 부모만의 인생이 또한 있다면 때론 부부도

각기 다른 색감으로 개체로서의 존재로 공존할 때 인간은 홀로 와서

홀로 가는 진실 앞에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는 없다는 진실이다.

 

아름다운 인간관계의 유지는 적어도 존재의 의미를 함께 나누거나

공유할 수 있으며 인생의 생과 사의 희로애락을 同苦 同樂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이요 의지요

위로요 진정한 내적인 힘과 에너지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다.

 

시인의 가슴은 물론 그대와 나의 가슴에도 꽃은 무리 지어 피어나고

봄 또한 그렇게 다가와 하나 둘 선연하게 그대 앞에 피어날 것이다.

세상은 살아 볼만하며 꽃보다 아름다운 영혼을 소유한 아름다운

인간의 꽃도 우리 주변에는 심심치 않게 있다. 다만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과 지혜와 맑고 투명한 영혼이 결여되어 있을 뿐이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자유의지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말을 할 수

있는 그 누군가 그대 영혼의 창가에 있는 가 순수의 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