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 van Gogh - Une route d'Auvers apres la pluie, 1890
아우님,
일요일 오후입니다. 아우님이 계신 곳은 월요일 아침 6시 25분 새벽을 여는
시간입니다. 이곳은 옅은 회색 빛으로 채색된 수채화 같은 날씨랍니다.
마음에는 봄이 서서히 오고 있것만 정녕 봄은 아직 멀었나 싶습니다.
향내 나는 신선한 커피 한잔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첼로 소품들을 듣고 있습니다, 바다로 난 솔잎향기 가득한 오솔길이 이런
느낌일까요? 고요하고 중후한 그 잔잔함이 주는 고요 속에 진정한 영혼의
평화는 우리의 영혼을 살포시 봄날의 따듯한 대지의 온기만큼 단아하게
보듬어 안아주고 있어 행복합니다.
요즘 하루의 일과가 끝난 후에는 시집들이 놓여진 영혼의 창가에서 맑고
고운 영혼의 구도자들인 진부한 시인들의 사색의 숲을 홀로 아우님처럼
산책하여보곤 합니다. 요즘 여류시인 천양희 그분의 최근 신간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를 주문하여서 읽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많은 산문집들이
잡기에 불과하고 때론 그 허접하고 가벼움에 멀리하고 싶다면 이 아름다운
산문은 그녀의 시만큼이나 진지하고 무게가 있고 내용면에서 알차고 알알이
그 내용들이 익어있고 감칠맛이 나 두고 두고 읽을만한 내용들이란 생각입니다.
봄을 기다리는 영혼의 창가에 시인의 봄을 기다리는 시심을 담은 한편의
시를 여기에 아우님을 위하여 실어봅니다.
이른봄의 詩 - 천양희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을 안개를 길어 올린다
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두런 일어서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 웃고 있다.
*작가약력
1942년 부산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1965년<현대문학>지로 등단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都市>
<하루치의 희망>등 다수
시인은 이렇게 사색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보다 우정이 오래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한동안 잠기다가 헤세가 생각한
우정을 떠올려 보았다. 무엇을 구하지 아니하고 어린애처럼 단순한 심성으로
바라볼 때, 세상은 아름다웠다는 헤세의 곧은 정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한 사랑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혁명 같은 것이라면
우정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혈맹 같은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헤세는 자신이 존경했던 시인 휠덜린을 곁에서 돌본 그의 친구 싱클레어와
우정이 무척 두터웠다. <데미안>의 주인공을 그 친구의 이름인 이삭 폰
싱클레어에서 따올 정도였다. 헤세는 또 로맹롤랑과도 친했는데, 1954년에
출간된 <헤세와 로맹 롤랑 서간 왕래>라는 책으로 서독의 호이스 대통령으로
부터 훈장을 받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지금과는 다르게 그 옛날의 작가들은 친구와의 우정도 작품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헤세 이외에도 우정의 소중함을 전해 주는 위대한 문호들이
많이 있다.”
극단의 이기주의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우정도 나누는 물질만능
위주의 상충된 현대판 정신적인 노예근성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경종인가 하고 깊이 성찰하여보는 아름다운 시인의 맑고 투명한 정신
세계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올디나 발라드 곡 보단 잔잔한 클래식 소품이
더 잘 어울리는 시간과 시인의 사색의 숲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솔잎향기 가득한 바다로 가는 오솔길 그 끝자락에 서면 저 멀리 그리움이
서성이고 있겠지요. 우리 인간에게 그리움이 없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겠지요.
그리움이 있기에 누군가를 진솔하게 사색 속에 담아도 보고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그 존재 앞에 서서 정신적인 위로와 위안을 얻고 일상의 에너지로
실타래 풀듯이 한올 두올 풀어가며 그 깊은 맛을 음미하고 즐거움과 행복을
얻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진솔한 절대적 가치를 함유하고 있는 우정과 사랑은 투철한 희생정신과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함과
존경은 철저하게도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로 다른 인생의 경험과 삶의 과정을 하나의 유장한
물길로 만나기 위하여서는 그만한 배려와 이해와 사려 깊은 마음 또한
필요불가결 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꽃이 돌보는 주인의 아름다운 손길 없이 피어날 수는 결코 없지요.
이 색 바랜 회색 빛 날씨 앞에 카푸치노 한 잔을 내려 놓습니다.
아우님의 그 솔잎향기 가득한 바다로 난 오솔길이 가슴으로 쏴악 쏴악
봄의 연가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철썩 입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안녕……벗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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