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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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시인 한석호 작품과의 신선한 조우

붓꽃 에스프리 2007. 7. 18. 10:26

   

 시인 한석호 님

 

이 시대만큼 시인이란 이름이 천박하여 본적은 없는 듯 하다.

우후죽순처럼 출간되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문학지들 그 모든

문학지들이 제대로 독자와 사회 가운데서 시대상황과 사회윤리의식에

걸 맞는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일지 않을 수가 없다.

 

현대예술이란 이름으로 앤디 워홀의 작품과 백남준의 작품이 시대를

이끌어 왔듯이 해체시란 쟝르가 나왔고 과거처럼 애송시로서 암송하여서

의식 있는 술자리 등지에서 읊을 수 있었던 시는 지극히 만나기 힘든

꽈배기처럼 비비꼬인 언어의 유희로 가득하다 못해 난해함의 극치를

이루는 이름하여 요즘의 현대시를 우리는 되돌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도 시란 말인가 하고 자문자답을 하게 만드는 시들이 너무나도

즐비한 이즈음의 한국문단이다. 소히 조병화 아류의 시는 시로

바라보지도 않고 쳐주지도 않는 신세대 문학도들의 의식구조이다.

비비 틀고 쥐어짜고 난해하여 만이 꼭 한 가닥 하는 시라고 생각하는

구조자체를 우린 현대시의 의식구조라고 바라보아야 옳을지 의구심이

일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시이며 누구를 위하여

쓰여지며 누구를 위하여 영혼의 종을 울려야 하는 가 하는 일이다.

 

독자가 없는 시………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시는 이미 죽은 시와 진배없다.

근간에 창작되어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시의 주류를 이루는 유형은

소이 말하는 산문시다. 독자들이 외워 애송할 수 있는 소월 유형의

서정성 짙은 시가 우리 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지는 꽤나

되었다 싶다. 왼 문학단체는 그리도 많은지 오합지졸이다.

 

가령 올해 2007년에 독자와 시인들과 각계각층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은 시인 김신용 같은 분은 제도권의 문학인들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전후 무후한 독학으로 문학의 길을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들어선 늦깎이 시인으로서 포도주가 참나무 통에서 오래 숙성되어야

높은 값을 받듣 그렇게 숙성된 시인으로 어느 날 우리에게 다가온

진정 <시인>이란 이름에 걸맞는 분이다.

 

너나 나나 다 자칭 타칭 시인이라는 이름이 난무하는 시대에

소박하고 겸손하고 가장 인간적이며 진정 참신하고 모범이 되는

진정한 문학인이요 시인은 김신용 같은 분이다라고 생각한다.

 

양식 있는 지성이라면 이런 그의 진부한 인생 앞에 한번쯤 겸허한

마음으로 그의 영혼 앞에 면벽을 하여야 하지 않을 까 싶다.

 

그러나 제도권 안의 문학인들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듯이

제도권 안의 화가들 또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전에서

그 빛을 발하던 제주도에 은거하고 계신 노대가 변시지 화백님을

귀국 하였을 때에 요즘 신체말로 왕따를 시켰으나 그럼에도

노대가는 시인 김신용이 그랬듯이 쾌념치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예술의 길을 걸어 갔다. 그럼으로 그는 이제서야 그의 진부한

예술정신을 인정받고 있다. 

 

시인 김신용 그도 그렇다.

이제서야 문학인들은 그를 인정하고 그의 진부한 작품 앞에

경탄해 마지 않고 있다. 이 얼마나 몰염치하고 간사스럽고 천박한

지성이란 이름의 가벼움의 소치인가. 이런 의미에서 성찰의 의미에서

조정권의 시 <산정 묘지>는 상당히 교훈적인 뛰어난 시이다.

 

시인 김신용은 인간으로서 가장 낮은 곳에서 온몸으로 부서지고

부딪치고 채이며 체험으로 삶을 살아온 진실을 누에고치가 뽕잎을

먹고 마치 명주실을 토해내듯 그렇게 숙성된 인간의 실존의 가치와

진부함을 기존의 그 어느 시인보다도 뛰어나게 시어로 풀어내고 있다.

문학이나 예술이나 가장 위대한 작품들은 고통가운데서 건져내고

창작된다는 인정하기 힘든 슬프고 가슴 시린 진실이다.

 

악성 베토벤의 작품, 20세기초반을 장식한 불후의 화가 반 고흐는

물론 한국 문단의 기상천외하였던 영혼이 맑다 못해 순결의 극치를

이루었던 천상병 시인 또한 그랬다.

 

그런 진부함이 엿보이는 시의 맥락을 <문학사상> 2007 7월호에 실린

상반기 신인 수상자 한석호 시인의 시에서 우리는 찾아 낼 수가 있다.

                                                                                                           

시인은 경찰공무원으로서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경희 사이버 대학교

문창과에서 수학하면서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한 한국 문단의 한 획을

긋고 있는 뛰어난 시인 이문재, 시인 박주택의 시선을 받으며 창작의

산고 끝에 신체 은어로 서정스러운 진부한 서정성을 담고 있는

뛰어난 통찰력과 직관과 은유로 쫓기고 쫓기는 현대인이란 이름과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실존을 자아성찰로 영혼의 구도자로서 시어에

담아 내었다고 문학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치부하며 살아가는 붓꽃은

생각한다.

 

그의 시에는 어렵다 못해 안개 속을 오리무중으로 헤매게 하는

그런 난해함이나 배배 꼬이거나 비비 꼬인 언어의 유희가 없고

소박하면서도 품위를 갖고 있는 깊이와 자칭 타칭 나 누구 누구

시인인데 라고 마치 무슨 벼슬아치나 되는듯한 가벼움과 천박함과

무례하며 과시욕으로 사이버 공간에 블로그를 갖고 있는 시인들과는

달리 그의 아명 <풀피리>가 보여주듯이 겸손의 미덕이 앞섬에

있어서 그는 다른 자칭 시인들 아류와는 그 맥락을 명징하게

달리하고 있다 하겠다.

 

한석호 시인의 블로그 이름 <한석호 시인의 >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분명히 한국문학의 중심축을 이루는 송수권 시인을

배출한 문학의 정론지 <문학사상>으로 이번에 등단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참신한 먼 문학이란 길을 떠나는 문학의 보헤미언 임에 틀림이 없다.

 

이 거대한 영어권의 도시 한가운데 단 한 권밖에는 구독하는 사람이

없다는 한국어 서점 주인이 말을 하는 문학사상 2007 7월호에서

만난 시인 한석호 그분의 블로그를 만난 어제의 기쁨을 여기에

그분의 등단 시를 소개하는 마음으로 붓꽃의 사색의 오솔길을

스쳐가는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서 나누는

마음으로 실어본다.

 

우리가 참신하고 정결한 마음으로 한석호 시인과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앞으로 지켜보며 주목하여야 할 또 한 분 시인의

문학 여정과 한국 문학의 지평을 위하여서 축복하는 마음이고 싶다.

이제 시작하는 애독자란 마음으로

 

 

<몰락하는 가을>

--------------- 한 석 호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날들의 저녁 창을 열면
무수히 많은 별들이

마음의 갈피마다 집을 짓고 있다
.
하늘 가장자리서 뜯어온 들풀로 지붕을 엮고

그 들풀의 이슬들 꿰어

슬픔의 반대쪽 귀에 높이 걸어두는 것이다

태가 고운 바람이 불고

명상에 든 달맞이꽃의 그림자가

투명한 풍경소리에 제 어둠 묻는 시간이면

풀벌레 울음소리 더욱 환해진다

모두는 가을밤 가운데로 걸어 나와

고달팠던 걸음들 내려놓고 한없이 깊어 가는 것이다

그런 날은 책갈피 위에 불을 밝히고
 
찻물 끓는 소리가 툇마루 가득 흘러 넘칠 때까지

어떤 흔적들 찾아 나선다

푸른 여우가 몰고 오는 달빛과

그 달빛에 부서지는 박쥐들 하얀 웃음소리 들려오는 곳으로

방직돌기를 굴려 나아간다

내 의식의 처마 끝을 잡고 있는 곳으로

거미줄 그렇게 던져 가는 것이다

별들이 지은 집 담장은 높지 않아서

오가고 싶은 것들은 모두 경계를 잊고 넘나들며

마음의 풍향계를 어루만지다 간다

그들은 소중했던 것들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번갈아 지우며 멀어져 간다

은빛구름, 소나기, 검은 우산

욕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야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풍경 속으로 묻히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날들의 새벽 창을 열면

핵을 감춘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

티벳 사자의 서 같은 화두를 던지며

사랑해야 할 날들의 저녁으로 돌아가라고

눈 부릅뜨고 있다.

 

어둠의 겉봉에는 수취인이 없다 >

-------------------------  한석호

시간은
땅거미에 이끌려 한 발짝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다가설수록 무거워지는 나의 걸음 앞에서

마을과 길들은
공손하게 허리를 꺾고 있었다.
지상의 모든 황홀과 빛남이

저처럼 낮게 엎드려온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나는, 내 안에 품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리라 마음먹었다.
누군가에게 보낸 나의 마음들은

밤하늘 광활한 백지에 활자가 되어 빛나고
억새의 늦은 울음을 한 아름씩
산등성이에 뿌리고 있었다.
입동 지나면

나의 그리움도 고뇌에 찬 나의 시편들도
억새풀처럼 날려 가겠지만
살얼음처럼 투명하게 번져가는 밤하늘은
또 누가 쓰고 누가 반송한 소식들로 쌓이는지
나는 그 어둠의 겉봉을 접고 있었다.

 

<순례자의 잠>

---------------------– 한석호

 

시간은 저녁의 호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무거운 신발을 벗는다.

거룩한 자여,

오월은 푸른 장미 향기로 그윽한가

길은 저만치 수구水口를 따라 휘어지고 있다

보리의 술렁임이 깊어질 때

일몰은 치맛자락을 끌고 내려오고

나는 물끄러미 강물에 발을 담근다

그러면 세상의 슬픔은 더욱 가라앉고

새떼가 남긴 하늘의 봉분은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

나는, 떠나는 이름들과

새로 쓰는 이름들이 무심히 교차하는 들판에서

그대를 우러러 부른다

수척해진 밤의 손길이

꺼칠해진 대지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자신의 오른 손엔 잠을 내려놓고

또 다른 손엔 그리움을 내려놓으며

조금씩 사위어 가고 있다

하늘의 거룩한 자여,

부도 위로 검은 나비 떼 날고 있는가

가을이 가고 겨울의

쇠 발급소리 그 경계를 넘어올 때

나는 떠나리라

푸른 잠 속엔 누군가 있고

성성한 갈기를 휘날리는 백마 한 마리

덫에 걸린 내 잠의 둘레를 자꾸 뚜벅대고 있다 

 

<불안으로부터의 離巢 >

---------------------- 한석호

잠자는 침묵을 깨워 내 보낸 모델의 흐린 창을 열고
어둠이 살며시 내 곁에 들어와 눕는다.
종일 선창을 흔들던 바람소리와

그 바람 거슬려 나아가던 파도는
지금쯤 어느 바다로 가고 있을까 나의 시야에
수런대던 근심 하나가 솜털을 날리며
팽팽한 방안의 정적을 가라앉힌다.
이럴 땐 잠이 모두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가 주었으면 하는
가느다란 희망을 깊게 품어보는데
흐릿한 집어등 하나가
내 골다공증의 삶 위에 걸터앉는다.
내 가슴을 끌어 당겨 덮는 바람을

뼈 속에 집어넣는다.
여기 서울장 408
,
시린 무릎을 추억하고자 찾는 사람들 묵는 곳에는

또 하나의 등불 걸어두게 되는 셈이다.
그 등불 밝아 바닷길 화안하게 열리는 곳에

그 바다의 가장 푸른 물빛을 내려놓고
주름진 내면을 가만히 비춰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반사되는 불면의 시간 위에

나는 보내야 할 것과 지워야 할 것들의 목록을 부표처럼 띄워놓고
심지에 불을 붙인다 부채질한다.
잠은 침묵의 바다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바다는 잠의 하늘에서 차갑게 반짝이고 있다.
나는 문을 열고 훌쩍 키가 자란 등불을 밖으로 던져버린다

눅눅한 비망록을 길 위에 펼쳐놓고
뼈 속까지 파고드는 바람에 온 몸 내어 맡긴다.
그런 불안으로부터의 이소를 나는 꿈꾼다.

 

<봄을 거역하는 노래 >

---------------------------한석호

1.

여느 시간이 이토록 눈부실까.

나는 그리움의 모자를 하늘로 벗어 던진

한 무더기의 꽃들을 가슴에 안았다.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뛰쳐나오려는

모든 것들의 안부를 봉쇄하고,
누군가를 꽝꽝 묻어버리고

무심하게도 그 위에 제 발자국을 찍는
강철신발을 보았다.

2

전갈 꼬리처럼 갈라진 거기, 그쯤, 무엇이 느껴지나요
?

강물은 오늘도 푸른 소문을 낳는 대지 위에

제 족적 남기고 있는데
대지를 억누르는 바위 밑은 너무 고요해서
나 이 밤을 반죽할 거예요

거기, 그것 좀 치워 봐요!

봄이 오면 잊힐 거라던 그 허드레 소리들

땅 속에 넣고 밟아 버릴 거예요.
태어날 어린 땅의 파란 활착을 위해

지금, 나 당신을
아득히 지울 거예요.

3.

내가 쏘아 올린 금촉 화살의 하늘


저 환한 그늘 속엔
세상의 눈 맑은 아이들이 등불 하나씩 밝혀 들고
나이테 깊은 곳을 비추고 있지요.
저 그늘 속 어둠은

내 허무가 그린 나이테.
얼음장 밑을 흐르는 숨소리를 데리고

아직 바람의 물기가 남아있는 풀밭으로 나아가
녹슨 화살을 줍지요.
그런 나는

당신 맘속에만 존재하는 외딴방
그 외딴 방엔,
빛의 무덤인 허연 스크린이 있고

허무의 깊이를 재는 자벌레 한 마리가
꼭지점 없는 컴퍼스를 들고 스크린 위를 서성이겠죠.
당신

평생 내 주위를 맴돌며
마음이 한없이 우묵해지는 시간들과
회화誨化하며, 실뿌리까지
하얗게 변한 서릿발 뿌리며 내게 묻겠지요
그 녹슨 입술이 내 심중의 이슬이라는
그것 아느냐고,

 

출처 - 문학사상 2007년 7월호 48 페이지부터 55 페이지에서

          그리고 시인의 블로그 http://blog.daum.net/hansagoon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