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사진작가 석이 형님
불현듯이 목적지도 없이 떠난 길 해안선을 향하여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저만치 수평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순간 흐르던 곡 Perry Como가
부르는 ‘And I Love You So’ 흐르는 동안 아득한 기억 저편 해안선의 절벽과
넘실대는 에머럴드 빛 초록빛 바다 물결과 넘실대는 모래사장 위에 파도는
흘러간 명화 “모정”을 떠올리기에 충분하였다.
얼마 후 도착한 곳은 한적한 유료 바닷가 텅빈 주차장에 자동차를 정차한 후
신발과 양말을 다 벗고 스트로우 햇과 선글라스로 중무장을 하고 마른 하얀
모래톱을 밟으니 푹푹 빠져 발길이 앞으로 나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잠시 후
파도물결에 목을 축인 모래톱을 밟으니 발에 닿는 촉감이 이 정도면 산책할만하다는
생각에 머문다. 아득한 수평선 그 너머에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과 흘러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하는 동안 발길을 뒤돌려 다시
차에 올라 목적지 없이 떠난 먼 길 시골길을 달리고 달려 얼마를 갔을 까
레스토랑 하나 시야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계기를 보니 곧 자동차 기름이 바닥을 치게 생긴 것이 아니던 가.
더는 막막한 산과 들만이 있는 길을 헤맬 수는 없어 주유소를 찾으니
저만치 시야에 들어온다. 앞뒤도 가릴 것 없이 고속도로를 벗어나 출구를
나가니 좌우로 주유소가 떡 하니 버티고 서있는 것이 아니던 가.
그럼에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바로 앞에 있는 체인 식당에 들어서
오후의 햇살이 창으로 들어오는 창가에 착석을 일단 하였다.
문득 창 밖을 내다보니 화단에 자리하고 있는 꽃들과 함께 어우러진
오후의 쪽빛 하늘은 문득 가을이란 이름을 수첩에서 꺼내놓고 있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이란 이런 정경이리라 티 하나 없이 맑고
아름다운 하늘과 시야 낯선 외지 이 낯선 어느 간이 식당의 창가에서
잠시 일상에 지친 영혼 위에 호적수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얼마를 지났을까 간이식당 건너편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귀가 길에 오르는 먼 여정 원인 모를 旅愁가 차창 밖 정경 위에
하나 둘 수채화 물감처럼 채색되고 있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존재하여야 하며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 의미 있는
삶이며 존재의 의미인지를 성찰하게 되는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의
여백이었다.
한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 인생의 가치관과 삶의 멋스러움과
취미와 일상을 내면 깊이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는 이성과 지성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수려하고 아름다운 삶의 향기는 없다.
물질의 풍요는 편리함을 우리에게 증여 할 수 있어도 인생의 어떤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이용 가치와 이해득실과
또 다른 이기적인 목적을 갖고 만남과 교감을 한다면 과연 그런 것들이
얼마나 깊이 있게 우리 내면에 와 닿으며 쳇바퀴 같은 일상에 도움이
되며 삶의 기쁨과 위로가 되겠는가?
조건과 이해관계가 연계된 인간관계에는 오래 숙성된 우리들의 옛 고향
뒤란에 어머니들이 땀 흘려 가족들을 위하여서 헌신적인 사랑으로
담근 깊은 장맛 같은 맛이 날 수가 없다. 다만 마음의 밭은 깊이 없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유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삶은
물론이요 인간관계에 깊이란 것이 존재 불가능하다.
아름다운 인간관계는 서로 조건 없는 순수지향적인 깊이 있는
소박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인간적인 참사랑과 깊이 있는 진실한 우정
모두 배려란 1인칭 나로부터 우선적으로 출발할 때만이 그 가치를
부여 받는다. 진실한 사랑과 우정은 감정에 치우치는 단순한 것이 아닌
지극히 순수하고 맑고 고운 영혼의 향기와 더불어 이성과 지성이 합쳐진
소박한 모습으로 거듭날 때만이 그 가치부여를 할 수가 있다.
순간적인 감정의 발로가 아닌 지속적이고 수려하며 유구한 내면의
깊이와 서로에 대한 깊은 인격적인 존경과 배려와 이지와 지성에
빛나는 감성의 가장 높은 차원의 승화와 성찰이 진실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오고 가는 진정한 인간적인 참사랑과 우정이다.
참된 인간의 길은 영원히 우리가 짊어지고 스스로 가꾸어 가야 하는
영혼의 행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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