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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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염천 한가운데서 가을을 기다리며

붓꽃 에스프리 2007. 9. 4. 19:23

 출처 - 사진작가 석이 형님

 

 

염천 한가운데서 가을을 기다리며

 

연일 화씨 100도를 오르고 내리는 폭염에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요란하다.

어째 올해는 7월과 8월이 되어도 더위 같은 더위가 없어 분명코 나중에

된 불 맛을 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일 동안 바람이

아닌 불길이 몸소 밖에 나가 있어도 살결을 스쳐가는 느낌에 숨이 탁

막힐 지경인 오늘 같은 날이다. 이게 왼 일 그로서리 마켓에서 사 들고 온

우유마저 미지근하다. 이것은 약관이다.

 

간밤은 초저녁부터 정전사태로 사방이 깜깜절벽에 촛불 하나 켜놓고

샤워를 하는 해프닝을 벌리고 말았다. 견디다 못해 랩탑 배러리는

그런대로 두어 시간은 지탱할 수 있으니 그림 같이 그리는 친구 그레이스의

선물인 기독교 영화인 DVD를 보고 있자니 어느 한 순간 랩탑에 불이

들어옴을 느껴 램프를 켜보니 불이 밝혀진다. 그때가 거의 새벽 2

아이구 살았다 싶었다.

 

얼마나 시민들이 염천 한가운데서 에어컨을 사용하였는지 전기가 나갔나

싶은 기우에 몸살을 앓다 못해 오늘은 휴무 날 잠시 외출을 하였다.

어찌 더위를 식힐꼬 하고 샤핑 몰에 가보니 동네 노인네들이 더위를

피해 냉방이 잘된 샤핑 몰에 다 나와 앉아 진을 치고 있어 진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불현듯이 매달 들리는 레코드 샵을 들리고 싶어졌다.

 

문을 들어서 저만치 구석에 설치된 클래식 코너를 가보니 문득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눈에 띄었다. 물론 학부시절에 파파가 카셋 테입을

만들어서 보내주셨던 많은 추억이 담긴 곡이라서 일까 폭염 한 가운데서

가을을 가슴에 담아줄 수 있는 곡은 브람스란 생각에 머물고 말았다.

아마도 언젠가 들은 이야기 그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듣고 자살을

하였다지 그래서만은 아닌 브람스라는 이름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요구하는 것은 과묵한 그런 무게와 깊이 일

것이다.

 

맥심 벤게로프와 대니얼 바렌보임의 지휘로 쉬카고 교향악단과 연주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정명훈과 다이신 카시모토가 독일 드레스덴

슈탁스카펠라 교향악단과 연주한 같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쟌 오코너가

연주한 17세기의 아이랜드 작곡가 쟌 휠드의 낙턴과 미네소타 교향악단이

연주한 글라주노프의 봄, 여름, 가을과 겨울 계절을 손에 들고 밖으로

나오니 숨이 탁 멈추는 듯 하다.

 

서늘한 가을이 이토록 간절히 그리운 날은 없는 듯 하다.

아 가을이여…

 

릴케의 시가 아니어도 사색의 계절 가을이 이제는 그립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는 계절 가슴 골 마다 깊게 단풍이 들어

풀벌레 소리 영혼의 창가에 들려오고 높고 짙푸른 파란 하늘과

별빛이 반짝이는 가을이란 이름으로 채색된 서정으로 영혼의 목을

축일 수 있기에 그립다.

 

그리움의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것 또한 소중하다.

내면 깊이 내재된 영혼의 속삭임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주변의 일상과 인생에 있어서 존재의식의 충만한

기쁨과 인생의 축복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늙는 과정과 그 여정이다.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자신이 늙어서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절대로 장담할 수가 없는 일이다. 정신병으로 자신을 잃고

미쳐버려 이성의 절제가 안 될 때 치매로 처자식도 알아보지 못할 때

이 모두가 문제로 제기된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생명이

연장되고 있는 만큼 동시에 그에 따르는 어려운 문제들로서

재정문제는 물론 삶의 질과 그에 따르는 각종 어려운 문제들이

우리 생활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노인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사회

문제인가는 생명의 연장만큼 선진국가나 모국이나 이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 당면하고 있는 큰 사회 이슈다

 

정신이 멀쩡하여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며 추한 모습 보이지 않고

단아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주어진 자신의 인생을 곱게 맞출 수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는 많은 경우 사람들이 직접 주변에서

환경적으로 체험하여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태어나는 출생의 축복이

있다면 인간에게는 죽음이란 축복도 필연으로 필요하다.

 

인생에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나의 행복이라면 인생에 연령의 고하를 막론하고 또한 좋은 벗을

만나 함께 생사고락과 영혼 깊은 내면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며

서로에게 삶의 기쁨과 위로가 되어 살아가는 것만큼 큰 축복도

인생에 없다. 친구라고 다 인생의 알파요 오메가인 벗은 아니다.

 

벗이라고 늙어 가면서 시시콜콜한 일상은 물론 깊은 내면을 다

들어 내놓고 격의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은 인생을 먼저

살아가신 분들이 고백하는 진실임과 동시에 행동반경과 벗이란

반경도 죽음은 물론 환경과 가치관의 변화로 작아져 감도 사실로서

토로하는 진실의 하나 이다.

 

인생의 황혼기를 외롭지 않고 아름답게 보내는 조건 중에는 애틋한

그리움 하나 가슴에 격랑으로 일으켜 줄 수 있는 참된 인생의 벗

한 명쯤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보고 싶고 그리울 때 언제나

마음의 부담 없이 만날 수 있고 전화 수화기를 돌릴 수 있는 자유를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벗 열정을 함께 할 줄 알며 인생의

잔잔한 내면의 멋을 서로 격의 없이 그러나 서로에 대한 깊은

인격의 존중과 높은 품격의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는 마음의 배려와

관용을 헤아리는 마음 한 잎 가슴에 지니는 가을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