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순수한 영혼의 사색과 사랑 그 영원한 삶의 에스프리

붓꽃 독백

붓꽃 독백 - 추억의 갈피 중에서 2005년 어느 날

붓꽃 에스프리 2007. 7. 2. 20:20

 출처 - 사진작가 석이 형님 

 

 

간밤 초저녁에 피곤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탓일까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으로 흘러가는 새벽 3시 반
이렇게 깊은 정적 속에 시계바늘의 찰칵대는
초침 소리와 칼로스 클라이버가 온 열정과
지성으로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아주 작은
볼륨만을 벗하며 진정으로 완벽한 안온함
속에 자신을 만나본다. 두 세 시간 정도만 있으면
초록물이 짙고 튼실하게 배인 창밖 아보카도
나무 가지 사이로 새들이 찾아와 미물이것만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힘찬 지저귐으로
신선한 아침 공기와 더불어 아침을 열어줄 것이다.

더 정확하게 불현듯이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줄긋기 한 긴 사유의 산책로 사이로 서성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인간은 공기처럼 사랑을 먹고
살아야한다면 마찬가지로 그리움을 가슴에 겹겹이
저미고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그리움이 내면 안에 서성이기에 사랑할 수 있는 여백도
영혼과 함께 더불어 우리의 사유를 살찌우는 것이라면
이성과 감성의 절제를 제어할 수 없을 때 그리움이
깊어지면 병이 되는 것이라면 그럼으로 우리 인간에게는
체념의 미학 그 존재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체념 할 수 있기에 안정을 취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마음의 고요를 가슴에 끌어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그리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또한
인생의 축복 중에 축복이 아닐 수가 없다. 이 험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사유의 공간을 진실 되고 따듯하고
깊이와 더불어서 배려하는 마음으로 늘 잔잔히 함께
할 수 있는 그 대상이 곧 삶속에 그리움의 대상일 것이다.

“사랑은 그 대상과 형식이 어떠한 것이든
오늘의 있음을 내일로 확실하게 당겨주는
힘센 모터임을 단단히 믿고 살게 해주는 듯합니다.

사랑 글만 보아도 아직 가슴의 고동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그것도 적잖은 천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아침에 핏빛 장미의 선연한 사랑을 대하고
새로운 기운을 보충하고 갑니다.“

사이버 오솔길에서 진솔하게 좋은 사색의 벗으로
정기적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 늘 만나는
귀한 소이 말하는 글쟁이로 다 장성한 아들을
두신 분이 어제 작은 마음의 선물로 남겨주고
가신 메모이다. 세월을 살만큼 사신분의 가슴에
아직도 선연하게 남아 있는 연가의 한 구절이다.

무상하게 흐르는 세월 안에서 흐트러짐 없는
열정으로 삶을 깊이 있게 관조하고 살아 갈 수 있는
여백은 작지만 늘 큰 여운을 남겨주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가 없으며 더 나아가서 부드럽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역동성을 갖고 있다.

선한 이웃들과 선한 영혼의 소유자들을 만나
더불어 사유의 공간을 나누고 일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또한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서
누릴 수 있는 축복 중에 하나 일 것이다.

덧없는 세월만큼 우리의 삶과 일상도 그렇게 말없이

묵묵히 흐를 것이다. 벗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다가온다면 나의 아침은 이제 곧 열릴 것이다.

케루비노(목로주점) 아우님의 사색이 담겨졌던

그노시엔이 들릴 듯 말듯 한 이 새벽
작은 스피커에서 흐르는 음악을 배경으로.......

휴무 날이니 두 다리 뻗고 침대에서
뒹굴며 게으름을 오랜만에 피워보는
특권을 누리고 싶다. 좋은 음악과 시집들을
끼고서 그러다 그리움이 일렁이면 그리움들을
향하여서 다이얼도 돌려 잊지 않고 늘
상록수처럼 가슴골 깊은 기억의 갈피에
간직하고 있는 충직한 청지기로 함께 하는
마음과 시공을 초월하여 각인시켜주는
마음이고 싶다.

그리고 어제나 오늘도 초지일관 변함없는
마음으로 아끼며 사랑하고 있고 주어진 삶이
다하는 앞으로의 세월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여주고 싶다. 끝으로 언제나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하여주고 싶다.

아버지가 나에게 조건 없는 절대 진실한 사랑을

늘 부어주시고 가르쳐주시고
늘 언행으로 긴긴 세월 변함없이 보여 주셨고
베풀어 주셨듯이 나 또한 그럴 것이다. 그것이
인간다운 삶이고 아름다운 것이기에 충분한
가치부여가 가능하다.

벌써 새벽 5시반 먼동이 터오며 새들이 창밖에서
신비롭게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담겨진 멜로디 위에
아침을 알리면서 지저귀고 있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詩-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