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an Gris - Still Life with a Poem
밤이 깊어지다 못해 새벽으로 줄달음 치고 있는 시간 어제는 데스크탑 컴퓨터를
다시 훠맷하는 동안 작가 한승원의 산문집 <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 <2008년도 소월시문학상 작품집>과 이 시대 중국의 지성
위치 우위의 <유럽문화기행 1권>을 읽고 있었다.
작가가 가난한 농어촌에서 태어나 온몸으로 보리 고개를 넘어오며 형님과 오빠로서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여 출가시키고 인정받는 이 시대의 작가로서 살아온
과정을 진솔하게 잔잔히 글로 풀어낸 그의 이야기를 만나고 있었다.
가난한 농어촌에서 갖은 시련과 좌절 앞에서 결코 굴하지 않고 땀 흘려
일을 하며 그가 겪은 인간적인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쳐오는 과정의 자서전
아닌 자서전을 읽는 동안 작가의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객관적인 느낌으로 경험하는
간접적인 그가 살아온 힘들었던 지난날의 인생역정에 깊은 인생에 대한 통찰 앞에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3D 직종이란 용어가 나뒹구는 이 시대에 우리 모두를 뒤돌아보게 하는
편리주의와 진정한 육체적이든 정신적인 노동의 대가 없이 가당찮은 대우
받기를 원하는 많은 이 시대의 젊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생에 대한 깊은
각성이 담긴 작가의 글이었다.
힘들고 인내를 요구하는 일들을 지구력 있게 참아내고 극복하는 과정을 천시하는
풍조가 횡행하는 안이주의와 자기중심적이며 극단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창하는 이 시대에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젊은 20 -30대나 386세대라면 한번쯤
대오 각성하고 읽어 보아도 좋을 인생의 잠언 같은 지침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흥미위주와 인기영합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허접스럽고 천박한 글과 악필이
횡행하는 시대 상황에 비추어 한줄기 금 빛살 같은 맑고 단아하며 소박한 깊은
작가의 인생론이 담긴 귀한 산문을 만나는 기쁨은 아침 소나무 향기 가득하고
새들의 지저귐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솔잎 사이로 스쳐가는 신선한 맛과 다를 바가
없다. 시대의 지성을 이끌어가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영혼을 맑고 순수하게 정제하는 청량제와 다를 바가 없다.
사색이 없는 인간의 일상은 메마른 들판이나 모래먼지 바람으로 뒤덮인 사막과
다를 바가 없다. 향기 옅은 커피 머그 한잔에 슈만의 피아노 콘체르토 오중주를
듣는 마음의 여백도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일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일은
아주 오래 전 지금처럼 CD나 mp3가 없을 시대에 아버지인 양부 우리 파파가
손수 일일이 제목과 내용을 타자를 치셔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부터
베토벤이나 차이콥스키와 브람스나 시벨리우스등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카셋
테이프를 만들어서 학부 기숙사로 보내주셨던 추억들이다.
나를 낳아주시지 않으셨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조건 없는 절대 순수의 사랑과
손길로 이지와 지성을 가르쳐주시고 인도하여주신 파파의 배려는 내가 일생을
두고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커다란 생의 위로와 지혜와 작지만 잔잔하고 품위
있는 인생을 영위하고 살아가는 데 알파와 오메가인지는 익히 알고도 남는다.
사람이 살았다고 살은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올바른 도덕과
윤리의 잣대와 양식과 교양을 갖고서 명예로운 시민으로서 사회란 공동체
안에서 나만이 아닌 타인과 더불어 올바른 객관적인 시각과 가치관으로
주어진 삶을 가치 있게 영위하며 살아갈 때만이 인간다운 것이다.
호화호식하고 기름기 두둑한 뱃가죽을 두드리면서 사는 것이 인생의 알파나
오메가가 될 수가 없다. 잘 먹고 잘 입고 배설하고 아들 딸 낳고 그렇게
한 생애를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의 진수가 될 수가 없다.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하고 인생의 가치를 추구하며 적어도 사색하며 살아
갈 줄 알 때만이 그리고 양식 있는 행동으로 작지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갈 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운 모습을 찾는 것이다.
주검 앞에 서보라……………
그 얼마나 우리의 삶이 허무한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그 누구도 경험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종교와 신앙이란 것을 빌려서 우리는 인생의 종말 그 너머를
생각하고 견주어 볼 수 있을 뿐 영원에서 출발하여 영원으로 종지부를
찍는 것이 인생이라면 적어도 우리는 이 하루를 진지하게 살아갈 절대적인
필요가 있다. 숨을 쉬는 매 한 순간 순간 그 자체가 영원이며 영원으로
귀속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진지한 자신의 삶과 인생 그 자체 진실에 대한 성찰은 우리 자신을
거듭나게 한다.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가벼움이 주는 인스턴트 음식 같은
불륜과 부도덕함으로 가득한 방송매체나 언론매체에 종속되어 노예가
되는 시간이면 잠시 한 잔의 차와 커피를 들고 하루에 단 한 장이라도
진부한 인생론이 담긴 지성의 양식을 읽고 접하는 시간이나 영혼의
안식과 위로를 주는 건전한 시적인 가사의 노래나 작은 클래식 소품을
만나보거나 산책을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폭력물로 가득한
쓰레기 같은 영화나 드라마는 우리 자녀들과 우리 자신 모두에게
해악 일뿐 영혼의 양식이 절대로 될 수가 없다.
건전하고 아름다운 일상과 삶과 가치관과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삶만이 우량시민을 배출할 수가 있다. 현대인들은 인터넷이란 매체의
출현 이후 독서와는 너무나도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가벼움에 익숙한
타성에 젖어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는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의 맑은 영혼들 이해인 수녀님,
법정 스님이나 작가 한승원씨 같은 분들의 글을 만날 수 있씀은
우리 모두에게 잔잔한 행복이 아닐 수가 없다.
더도 들도 말고 하루에 딱 한 페이지씩만 그리고 아름답고 맑고 고운
영혼의 양식 클래식과 좋은 것들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여백 위에
한잔의 차와 커피 머그도 손에 잡고 잠시 영혼을 쉬키는 시간을 갖는
다면 자신은 물론 주변에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잔잔한 물보라 같은
영혼의 향기를 안겨줄 수 있지 않을 까…
방문자 여러분들 모두의 일상에 잔잔한 행복과 마음의 평안을 기원하며
오랜만에 독백을 맞추고 싶다……
잔잔히 슈만이 흐르는 이 순간 그리운 이들을 사색의 오솔길로 불러
함께 그들의 손을 잡고 산책하여본다.
벗 미산의 사진
벗 미산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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