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테이블 위의 정경
사람이 한번은 태어나면 죽게되는 일은 정한 이치이다.
그가 終傅聖事(종부성사)를 받던 날 그렇게 힘들어 할 수가 없었다.
한때는 어눌한 어투로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내밀어 잡아달라며
인간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 상대의 손을 잡거나 때론 볼을 대어보고
싶어하여 대어주면 부비고는 행복하다고 말을 하던 사람 오랜
병상의 외로움과 고통에 시달리던 그는 기어이 곁을 떠나고 말았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보람되고 인간적인 것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허무의 나락의 끝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는 그 미로.....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이것이 인생이라고 선뜻 명약 관대하게
해답을 던져주지 못하는 화두...........
늙는 것이 그윽하고 기품 있고 아름답다라고 혹자는 이야기한다면..
늙는 것이 추하고 때론 허무의 나락인 것을.....쇠잔함과 주름진
피부와 때로는 치매로 자신의 영혼을 읽어버리고 방황하는
인생이란 여정의 막다른 골목의 끝자락............마지막에는 병이 들어야
죽을 수가 있는 그 불가사의 미로............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이며 그리고 어떤 색깔을 갖고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움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회한의 삶이 아닐까......
어떻게 죽는 것이 아름다운 마침표일까.....
회색 빛으로 채색된 하늘과 하루였던 날에 성모송과 기도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는 사랑하는 자녀들과 배우자 곁을 질곡의
고통을 벗어나 영원의 길을 떠났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침묵과
정적만이 서성 일뿐 시린 가슴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뇌리에서
되뇌어 본다. 내가 그를 만난 지는 한 일 년이나 되었을까.
그의 따스한 볼이 맞닿아 그 따스한 체온이 전도되었던 볼을
만져본다. 그는 떠났지만 볼에 그가 남겨준 체온은 아직도 느껴지고
있씀은 왜일까...............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사랑일까.......
일찍이 때로는 일년에 두 가족을 죽음으로 잃어버리고
때로는 졸업시험을 맞추던 날 죽음으로 떠났거나
때로는 유년에 죽음으로 떠난 사랑하는 혈육들을 생각하면서도
그 미로에 대한 어떤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고 그리고 지금도 없다.
다만 전지전능하신 그 분만 아실 뿐이란 사실이외는......
그분의 종부 성사가 있었던 날 그리운 인연과 수화기를
잡고 나누던 이야기......"지금 회색 빛 하늘인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도 지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오...." 음....같은
영토에서 놀고 있군요....." "깊고 고요하게 잔잔히 흐르는 강
바닥에는 무엇이 흐르는지 알고 있지요?....." "네......................에"
"우리 그렇게 흐르는 강물이자고요....." "네.................에"
"때론 침묵이 좋지요........길고 고요한 침묵 그 안에서 흐르는 말없는
말과 사랑이 더욱 더 깊을 때가 더 많지요......." "네......................에"
진정한 인간적인 사랑은 희생과 가식 없는 진실함과 깊고 따스하고
섬세한 배려를 충분조건으로 필요로 하고 있지는 않을까....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을 동반하여야 하고..................
진정한 행복을 돈으로 환산 할 수가 있을 까 그리고 값을 먹일 수가
있을 까......그리고 그 행복에는 상중하의 계급이 있을 까.....행복과
사랑도 소유대명사가 주도하고 있을 까......행복과 사랑에 소유대명사가
없을 수가 있다면.............더욱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가 있는
가능성과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물론 진실한 인간적인 사랑과
배려에는 오만과 싸구려 연민이란 자기 기만이 없어야 하리라....
침묵이 때론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떤 증세일까......
때론 밀려오는 가슴 시림과 허무를 잠재우기 위하여서도 침묵하고 싶다.
낙화(落花) -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李炯基 1933- )
시인. 경남 진주 출생. 동국대 불교학과 졸업. 초기에는 유미적,
전통적, 서정적 경향의 시를 쓰다가 후기에는 격정적이고 예리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창작하였다. 시집으로 <적막강산>,
<풍선심장>, <그 해 겨울의 눈> 등이 있고 수필집으로
<바람으로 만든 조약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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